"김희애잖아요"..불꽃튀는 女女 연대, '퀸메이커'가 보여줄 정치쇼 [종합]

박설이 2023. 4. 1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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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박설이 기자]"김희애잖아요? 믿고 보세요!"

김희애의 드라마라며, 문소리가 자신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여성의 선거 이야기, 욕망을 향한 노골적인 정치쇼가 '퀸메이커'에서 펼쳐진다.

1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의 제작발표회가 열려 배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 연출을 맡은 오진석 감독이 참석했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 대기업 전략기획실의 황도희(김희애 분)가 '정의의 코뿔소',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두 연기 귀재의 워맨스 호흡이 기대되는 기대작이다.

오진석 감독은 여타 정치물과의 차별점에 대해 "'퀸메이커'라는 단어가 영어권 국가에서 정식으로 쓰는 단어가 아니라고 하더라. '킹메이커'라는 말은 한다. 정치, 암투, 권력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색이었다는 뜻이다"라며 "전형적인 권력, 남성, 암투, 이러한 세계에 강렬한 두 여성이 정면에 나서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부딪치는 것이 다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여성이 충돌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감독은 "황도희가 오경숙에게 질문하는 씬이 있다. '돈이 생기는 것도,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오버하며 약자를 위해 투쟁하냐'고. 이에 오경숙은 당연하다는 듯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세상'이라는 말에 울림이 있었고, 이런 말이 낯설게 들리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센 캐릭터를 통해 소박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연출을 맡게 된 이유를 전했다.

'퀸메이커'의 타이틀롤, 황도희 역의 김희애는 이 작품을 택한 데 대해 "어느 인터뷰에서 주로 남성 배우가 많이 나오는 장르가 많아 '남장하고 나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부러웠는데 여성 서사의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라면서 "여성 서사를 담았지만 성별에 국한되지 않은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고, 황도희의 노련함과 영리함에 대리만족을 느꼈으며, 캐릭터 간 치밀한 신경전, 싸움, 반전이 끝까지 대본을 놓지 못하게 했다"라고 밝혔다.

캐릭터에 대해 김희애는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는 인물"이라고 묘사하며 "어느 작품이든 인간 김희애와 캐릭터가 동기화되는 게 첫째인데, 선과 악을 떠나 인물의 행동, 철학, 감정 등을 일체화하는 과정을 중시했다"라면서 "이미지 메이커가 퀸메이커로 변화하며 성숙해가는 황도희의 성장 일기로 정치, 인간의 성장 과정을 떠나 모두가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 욕망을 보는 재미를 즐기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퀸'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오경숙을 연기한 문소리는 "여성들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흔치 않은 이야기여서 흥미로웠고, 제 캐릭터야말로 본 적 없는, 한국의 수많은 드라마 중 이런 캐릭터가 있었을까 싶은 캐릭터라 '내가 해결해야 겠다'라는 책임감마저 들었다"라면서 "언제 이런 앙상블을, 언제 이렇게 많은 여배우가 모여 으쌰으쌰할까, '우생순' 이후 처음이어서 반갑게 대본을 받았다"라고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오경숙 캐릭터에 대해 문소리는 "여성 정치인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정리된 언변을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훨씬 더 자유분방한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정에서 출발했다. 기존 정치인에서 롤모델을 찾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라고 연기 포인트를 전했다. 쇼트커트에 도전한 문소리는 "변호사 시절 정리 안 된 빗자루 같은 머리를 질끈 묵고 다니는데, 이전 '서울대작전'에서 했던 펌이 풀린 그 머리였다. 촬영 스케줄이 왔다갔다했다. 가발의 도움도 받았다"라며 "머리를 자르는 씬은 메이크오버의 정점이었고, '우생순' 이후로 15년 만에 머리를 짧게 잘라 봤다. 각오가 남다른 장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을 맡은 서이숙은 "여성의 서사가 흥미로웠고,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있다 자랑하고 싶었다"라면서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훔쳐보는 맛도 쏠쏠했고 호흡 나누는 것도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대기업 회장 같은 역할을 여성이 할 기회가 거의 없어졌는데 판이 만들어졌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서사가 탄탄하고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합류의 이유를 전했다.

김희애는 "여성 배우들이 나이들게 나오는 데 대한 두려움, 불안감이 있다. 실제로는 많지 않은데 자신을 버리고 손영심이 될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존경스럽다. 항상 완벽하게 준비해오고, 상대를 배려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서이숙은 "너무 너무 교감이 잘됐다. '부부의 세계'에서의 뇌리가 남아 있었다. 내공이 어마어마하다. 가만히 앉아서 눈빛으로 이야기를 줄 때 쾌감, 연기할 맛이 난다. 매번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다르게 준다.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라고 김희애와의 호흡에 만족을 드러냈다.

재벌가 은성그룹 사위이자 서울시장 후보 백재민을 맡은 류수영은 "이야기가 재미있고, 제가 한 역할과 다른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성별을 지우고 봤다. 남성 정치인이라는 말은 없지 않나. 여성 정치인이 아닌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고 봐주길 바란다. 저는 청일점이지만 성별 없이 싸우듯 연기했다. 2023년에 남녀 구분하는 것은 촌스럽지 않나"라고 말했다.

'편스토랑'으로 친근한 매력을 보여줬던 류수영, 오랜만에 본업에 복귀하며 주목 받고 있다. 그는 "감개무량하다. 전작은 선한 역할인데 오랜만에 독한 배역이다"라면서 "요리하는 것도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이지만 확실히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어쩌다 보니 막내이고 청일점이다. 남자 선배님들보다 여자 선배님들과 있는 게 좋았다"라면서 "(다른 배우들이) 누구보다 준비를 많이 해오셔서 연기를 하면 늘고 있다 느낄 정도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소리는 "(현장에서) 불고기에 대해 많이 배웠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희애, 문소리의 연기 호흡을 보는 것이 이 드라마 최대의 관전 포인트다. 김희애는 "물과 불처럼 절대 섞이지 않는 성질의 인간들이다"라며 "믹스매치가 멋이 있듯, 다른 것들이 만나 컬래버되는 게 예술이지 않나. 그게 신선했다"라고 전했다. 문소리는 "서울시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연대하지만 그건 겉으로 나오는 것이고, 속에서의 목표는 달랐지만, 점점 같이 어려움을 겪으며 속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라고 전했다.

오진석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를 '얼음과 불'이라고 밝혔다. 황도희는 얼음, 오경숙이 불이었던 것. 감독은 "불과 얼음의 시너지는 모순적이고 어려울 수 있는데 상상 이상으로 잘 표현해 주셔서 연출로서 흥분되는 경험을 했다"라며 김희애와 문소리의 연기 호흡에 만족했다.

김희애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문소리는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어렵기도 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했는데 한 배를 탔고, 그래서 눈 질끈 감고 '선배님 식사해요' 문자도 보내고 했다"라면서 "마침 선배님 생일이어서 다른 선배님들과 같이 만나 친해졌다. 어느 순간 선배님 눈을 보는데 극중 황도희와 오경숙처럼 스르륵 맞춰지는 순간이 있구나 느끼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희애는 문소리에 대해 "감독을 해서 그런지 전체를 보는 시야가 있다. 똑똑하다"라며 "처음에는 서로 쌍욕하고 그런 씬이 많았는데, 단언컨대 오경숙 역은 문소리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다. 자칫 가볍고 코믹하게 보일 수 있어 밸런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가짜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는데 역시나"라고 칭찬했다.

한편, 정치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고민도 깊었을 터. 오진석 감독은 "작가와 기획했을 때 로그라인은 '델마와 루이스'였다. 끝까지 가는 두 여자의 이야기로 대척점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기획을 시작했는데 강렬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치, 선거전의 외피를 띠게 됐다"라면서도 "전형적 정치물과는 차이가 있는데, 강한 대상을 만들다 보니 정치와 권력으로 이어지게 돼서 고민이 있었지만 전형적인 정치 장르보다는 자유롭게 생각했다"라고 설명, 정치 이야기보다는 여성의 서사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넷플릭스에서 '더 글로리' '길복순' 같은 여성의 이야기가 흥행을 거둔 데 대한 '퀸메이커'의 부담감도 있을 터. 감독은 "좋은 작품이 흥행을 거두어서 넷플릭스 작품에 신뢰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고 우리 작품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여성 서사라는 큰 틀에서는 비슷하겠지만, 앞선 두 작품과 다른 건 연대이다. 한 명의 주인공 중심이었다면 저희는 강한 여성이 등장하는 카테고리는 비슷하지만 두 여성의 충돌과 연대를 다뤘다"라고 재미 포인트를 짚었다.

절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얼음과 불, 두 존재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연대하고 이해하는 이야기 '퀸메이커'. 여성 서사의 작품이 대세가 된 가운데 '퀸메이커'가 뻔하지 않은 캐릭터와 이야기로 여성뿐 아닌 모든 세대, 성별의 시청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월 14일 넷플릭스 공개.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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