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성별 가리기, 촌스럽죠"…'퀸메이커' 김희애X문소리의 정치판 [종합]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정치판이 남성들의 고유함이라는 클리셰를 깬다. '퀸메이커'는 여성 서사, 혹은 성별 깨고 붙는 정치판 싸움을 예고했다.
11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연출 오진석·제작 인사이트필름) 제작발표회가 열려 배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 오진석 감독이 참석했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김희애)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킹메이커'만? 이젠 '퀸메이커'도
오진석 감독은 제목 '퀸메이커'에 대해 "영어권에서도 정식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 '킹메이커'는 많이 사용하지만, 그만큼 정통적으로 정치, 암투, 권력이 남성 세계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보면 저희 작품의 첫 번째 특징은 전형적인 권력이나, 남성, 암투 이러한 세계에서 강렬한 두 명의 여성이 정면에 서서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여 타 정치물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진석 감독은 "정치물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도 성격이 전혀 다른 여성이 어떻게 만나서 충돌하고 연대하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말했다.
◆'퀸메이커', 성별 떼고 붙는 정치판 싸움
'퀸메이커'를 이끌어가는 두 주연 캐릭터는 모두 '여성'이다. 다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그 자체에 집중했다.
이에 대해 김희애는 "여성 서사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성별에 국한되지 않은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며 "황도희의 노련함과 영리함이 대리만족 되더라. 캐릭터들 간의 치밀한 신경전과 싸움, 반전이 끝까지 대본을 놓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저도 이야기 구조가 여성들이 정치판에 끼어든다는 것이 흔치 않아서 흥미로웠다"며 "제 캐릭터는 본 적 없을 것이다. 한국의 수많은 드라마 속에서도 이런 캐릭터는 없었을 거다. 그래서 '안되겠다. 이건 내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 캐릭터"라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류수영은 "작품을 보면서 성별을 완전 지우고 봤다. 시청자분들도 '여성 정치인'이 아닌 '정치인'으로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될 거다. 2023년인데 남녀 구분하고 보는 거 촌스럽지 않나요. 똑같이 보면 좋을 것"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김희애X문소리, 얼음과 불의 싸움
오진석 감독은 김희애가 맡은 황도희 역할을 '얼음'에, 문소리가 맡은 오경숙 역할을 '불'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오진석 감독은 "처음에 작가의 글을 봤을 때 상반된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된 건 불과 얼음이었다"며 "당연히 얼음은 황도희였다. 황도희는 어떠한 경우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흐트러지지 않는 것은 스타일링의 킬힐로 표현된다. 그 얼음이 부서지는 과정이 있더라도, 끝까지 녹지 않는 이미지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경숙은 옳지 않은 걸 대했을 물불을 가리지 않는 뜨거움, 불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누군가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데우는 따스함의 이미지"라며 "불과 얼음의 시너지가 모순적일 수 있지만 그걸 두 배우가 제 상상 이상으로 잘 표현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희애 역시 "황도희에게 오경숙은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이지 않는 다른 성질의 인간들이다. 물론 처음 만났을 땐 원수처럼 지낸다"며 "근데 같은 목표가 있다보니 연대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며 융화되게 된다. 옷도 '믹스앤매치'가 있듯이, 황도희와 오경숙도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너무 신선했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황도희는 재벌가 뒤치다꺼리를 오랜 세월 하면서 세계관이 그 안에 갇혀있다면, 저는 좋은 세상이라는 건 다른 것도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며 "그렇게 같이 울기도 하고, 융화되기도 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까지도 서로 맞춰진다"고 덧붙였다.
'퀸메이커'는 14일 공개된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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