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우주의 질서와 인류의 평화를 수호하는 우주감시연구원
지구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4년, 한반도에 운석이 떨어졌다. 경남 진주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수상한 돌이 발견된 것이다. 진주 운석은 다행히 크기가 크지 않아 운 좋게도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없었지만,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 떨어진 600kg짜리 운석으로 인해 1500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했었다. 이렇게 자연우주물체가 지구와 충돌해 추락하는 일은 인류의 역사에서 종종 일어났다. 그런데 최근 우주 개발과 탐사가 본격화되며 인간이 우주 공간에 만든 인공우주물체도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현재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우주물체는 2만7000여 개다. 놀랍게도 이 중 2만 개는 ‘우주 쓰레기’다. 임무가 끝나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 우주를 떠다니다 서로 부딪히고 부서지며 잔해물과 쓰레기로 전락한 것이다. 인간이 우주로 발사한 위성이나 로켓의 수가 늘어날수록 지구 궤도는 포화 상태에 이르러 우주 쓰레기가 인공위성, 우주정거장 등과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들이 지구의 땅에, 바다에 불시에 추락하게 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주 위험에 대한 전 지구적 감시가 필요해지고 있다.
우주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감시자들
우주 위험이란, 자연우주물체가 지구로 접근하고 충돌하거나 혹은 인공우주물체가 서로 부딪히거나 지구로 추락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우주 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2015년에 우리나라의 우주 위험 대응 전문기관으로 한국천문연구원이 지정되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는 우주 위험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와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곳이다. 여기서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지구 근접 자연우주물체를 감시하기 위해 망원경을 개발하고 운영하며, 인공위성의 궤도 및 추적을 통한 우주 감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우주 위험 감시를 위한 기본적인 관측 기술은 광학 감시와 레이더 감시다. 광학 감시의 예로, 매초 단위로 전 하늘을 관측하는 전천감시용 광학카메라를 통해 태양 빛을 반사하는 대형 우주물체를 탐지하고 그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 또, 레이더 감시는 전자파를 발사해 우주물체가 반사하는 파를 측정한 값을 통해 우주물체의 거리, 고도, 속도 등을 파악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 있는 연구원들은 여러 우주위험감시 기술을 통해 우주 환경을 분석하고 연구한다.
■ 우주감시연구원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우주감시자는 곧 지구 수호자! 생각의 우주를 넓혀보세요”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
영화 <승리호>는 병든 지구 위에 떠도는 인공위성 잔해와 우주선 부품 등을 제거하는 우주 쓰레기 청소부에 관한 이야기다.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은 영화 속 장면처럼 우주 쓰레기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지속 가능한 평화적 우주 활동을 위한 안내서 <우주 쓰레기가 온다>라는 책을 쓴 그에게 우주 위험 감시의 필요성에 대해 물었다.
Q. 국내에서 우주 쓰레기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우주 쓰레기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우주 위험을 감시하는 일을 하게 된 건가요?
25년 전 대학원에서 ‘인공위성 궤도역학’을 전공했는데, 나만의 연구 분야를 찾고 싶었어요. ‘인공위성이 발사되고 난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궁금증이 막 생기던 시점이었거든요. 그러다 지구의 궤도에는 다 쓴 인공위성들과 많은 파편들 즉, 우주 쓰레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도로 위에 차량이 부딪혀서 부품이나 파편이 떨어졌다고 상상해봅시다. 만약 파편을 계속 치우지 않는다면 그로 인해 2차 사고가 발생하겠죠? 마찬가지로 우주에서도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요. 이것을 ‘케슬러 신드롬(우주물체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수많은 파편이 다른 우주물체에 연쇄적으로 부딪혀 파편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악순환을 이르는 용어)’이라고 해요.
지구의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자체적으로 폭발하거나, 위성들끼리 혹은 다른 유성체와 충돌하게 되면 거기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게 돼요. 이렇게 떠다니는 우주 쓰레기가 우리나라 인공위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키워나가다가 2012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우주 위험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우주 위험 감시를 위해 필요한 장비나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기 위해서는 망원경이나 레이더, 레이저 등으로 인공위성이 지나는 궤도를 관측하는 것이 중요해요. 인공우주물체가 궤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우리는 주로 인공위성에 탑재된 GPS 수신기를 통해 정확한 위치와 시간 정보를 얻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다 쓰고 버려진 인공위성이나 파편은 자기 위치를 알려줄 수 없잖아요. 따라서 관측을 통해 위험 물체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예측하고, 만약 그 위치에 우리나라 인공위성이 근접해 있다면 피해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관측의 가장 정확한 방법은 눈으로 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광학 망원경을 통해 많은 인공위성의 궤적을 바라봐야 하는데, 인공위성은 초속 7~8km 정도로 별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여요. 그래서 인공위성의 엄청난 속도를 따라가면서 추적할 수 있는, 인공우주물체에 특화된 망원경들이 개발됐죠. 대표적으로 우리 센터에서는 ‘OWL-Net’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위성 충돌 위험성을 감시하고, 소행성 또는 혜성의 궤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Q. ‘OWL-Net’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어떻게 지구 주변의 우주물체를 관측하나요?
우리나라 최초로 무인 로봇으로 운영되는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네트워크인 ‘OWL-Net’은 주로 인공위성과 소행성, 우주 쓰레기 등을 관측해요. 각 시스템은 50cm 광시야 망원경과 CCD(빛을 전하로 변환시켜 디지털 이미지를 얻어내는 센서) 카메라, 고속 위성 추적 마운트로 구성됩니다. 인공위성이 지구의 궤도를 반복해서 돌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위도와 경도에서 관측할 수 있도록 골고루 설치되어 있는데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이스라엘, 모로코, 몽골 등 5개국 관측소에 있는 광학 망원경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요. ‘OWL-Net’은 특히 저궤도, 다시 말해 고도가 낮은 인공위성을 관측하는 데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지구 궤도와 가까운 우주물체가 추락하면 인류에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지요.
Q. 실제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우주물체를 관측했던 사례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위성은 언제나 떨어질 수 있어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한 달에 약 100개의 우주물체가 추락하고 있답니다. 일례로 2018년에는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한반도에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었는데요. 총 8.5t의 무게를 감안한다면 그 잔해물이 추락한다고 해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죠. 우리는 ‘톈궁 1호’의 추락 범위와 시간, 이동 경로를 정밀하게 분석해 최종적으로 한국이 아닌 곳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실제로 남태평양 부근으로 추락하면서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올해 1월에는 미국의 지구관측 위성인 ‘ERBS’의 추락 예측 범위에 한반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죠.
Q. 아, 그러고 보니 ‘미국의 인공위성 잔해가 추락할지 모르니 대피하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받았던 기억이 나요!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매시간 우주 위험 물체를 예측하고 감시한 덕분에 우리도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네요. 그런데 만약 이러한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는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인공위성이 어디로 떨어질지에 대한 정보는 평균적으로 약 3~4일 전에 알 수 있어요. 추락하는 최후의 순간까지 워낙 변수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ERBS’가 우리나라에 근접하게 떨어질 거라 예측됐던 건 불과 하루 전이에요. 국토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 때문에 국가우주위험대책본부가 마련됐습니다. 이때는 우주 위험에 대한 경계경보를 발령해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나 군사기관 등에도 공유해서 대비하도록 합니다. 이번에는 실제로 항공기나 선박 운행을 지연시키기도 했어요. 다행히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무사히 지나치면서 큰 피해가 없이 상황이 끝나 가슴을 쓸어내렸죠.
제가 있는 비상상황실에서는 하루 동안 이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인공위성이 추락하는 궤도에 대한 예측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했어요. 30분 내의 오차범위로 낙하지점과 시간을 정밀하게 분석했는데요, 미국의 경우 1~2시간의 오차범위였던 것에 비하면 우리가 분석한 자료가 정확성과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우주 감시 자산이 부족한 편이라 대부분의 자료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과 인력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어서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이었죠.
Q. 광활한 우주만큼이나 이 직업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우주와 지구의 미래를 지켜갈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청소년 여러분은 이제 막 가까이 다가온 우주 시대를 맞이하게 될 텐데요. 미래에는 우주로 진출하는 일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을 거예요. 안전한 우주 활동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우주 위험을 감시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우주여행을 떠나거나 또 다른 행성에 기지를 건설할 때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죠. 우주 위험을 감시하는 것은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직업이에요. 최근처럼 인공위성이 우리나라를 직접 지나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항상 긴장도 해야 하고요.
그래서 우주 감시 분야는 끈기와 인내력, 지구력이 꼭 필요해요. 요새 유행하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 같지 않아요.(웃음) 하지만 우주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인류를 지키는 ‘지구방위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지속 가능한 우주 활동을 위해, 현재 여러분이 가진 생각의 범위를 지구에 한정하지 않고 우주로 확장해서 계속해서 뻗어나갔으면 합니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바림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우크라 무기지원 가능성’ 보도에 대통령실 “러 행동에 달려”
- ‘전세사기’ 27살 취준생 “부모님 만난 지 좀 됐어요…”
- 4월에 45℃ ‘죽음의 폭염’ 아시아…심장마비 13명 숨지기도
- 모르는 번호 ‘모바일 청첩장’ 열었다가…‘축의금 7천만원’
- 박원순 부인 “제 남편은 성희롱 가해자 아닌 억울한 피해자”
- [단독] “고위직 출퇴근 기록 의무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발의
- 운동 20년 했지만 ‘퇴짜’…265만명을 위한 헬스장은 없다
- ‘아스트로 문빈’ 사망에 멤버 차은우 귀국…연예계 추모 물결
- [단독] ‘스토킹’ 당한 북 이탈여성, 이사 어려워 보복 공포 견뎠다
- 11살의 ‘로빈15’… 교통사고 뇌사 판정 뒤 3명 살리고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