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 “소통·협력” 긴급 통화… 정상회담 앞두고 조기 진화

■ “도청 정보 ‘상당수 위조’ 일치”
한미 “동맹 결속 매우 굳건”
대통령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지 시스템… 도청 불가능
청와대보다 용산이 더 탄탄”

김태효 출국… 백악관 브리핑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정황이 담긴 문건이 보도된 가운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왼쪽 사진)이 11일 한·미 정상회담 사전 준비 협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존 커비(오른쪽 사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에서 문건 유출과 관련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고위급에서 적절하게 소통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AP연합뉴스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 11일 아침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요청으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긴급 통화를 한 데 이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방미 출국 전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 정보기관의 도·감청 등을 통한 기밀 문건 유출을 계기로 대통령실의 ‘저자세 외교’를 문제 삼은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한·미가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다만 미국은 본국의 문제니까 법무부를 통해서 경위, 배후 세력을 찾아내기 시작할 것이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방부도 한·미 국방장관이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전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미 동맹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용산 청사 내부 회의나 통화가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도·감청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도청 방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용산 이전 당시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경호처가 대단히 까다로운 기준의 보안 체계를 적용, 청사 내부 대화의 도·감청은 불가능하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보안, 안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훨씬 더 탄탄하다. 지하 3층 벙커에서 진행되는 NSC 회의 내용이 도·감청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윤 대통령 집무실 등 핵심 구역의 보안 수준은 현존 기술로 뚫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만큼 철저하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이런 점에서 유출 문건상 지난달 초로 언급된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 간의 논의가 용산 청사 내부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당사자들에 대한 진상 확인 절차도 이미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은 “일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등 일각에서 미국이 대화로 발생한 공기의 진동을 레이저로 측정해 감청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보안기술업체 ‘지슨’의 한동진 대표는 “대통령실처럼 보안 설비가 갖춰진 건물을 대상으로 이런 식의 도청을 시도한다 해도 성공률이 극히 낮다”고 했다. 한철용 전 대북감청부대장은 “수십 년 전에나 통하던 아날로그 방식으로, 요즘은 그런 방법은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