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하늘 너머 우주를 꿈꾸는 항공우주공학자

한겨레 2023. 4.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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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해 성공적으로 달 궤도에 진입하며 세계적으로 7번째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선을 만들어낸 항공우주공학자와 함께 이들의 업무를 탐사해보자.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설계와 조립

인공위성은 구조와 전기, 전자, 우주, 통신, 열, 추진, 궤도, 천문, 제어 등 여러 분야의 종합적 집합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탄탄한 예비 설계가 필요하다. 어느 궤도에서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오래 임무를 할 것인지 정한 뒤, 구조와 열, 제어, 추진, 탑재체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항공우주공학자가 각각의 임무에 맞는 설계도를 만드는 단계다. 이후 상세 설계 단계에서 보다 세부적으로 설계한 뒤에는 요구 조건에 맞는지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환경 조건에 맞는 하드웨어를 선택한다.

다음은 설계안을 보고 조립과 시험을 거친다. 위성을 조립한 뒤 발사 과정이나 우주환경에 노출됐을 때의 진동, 열, 진공 상태를 견딜 수 있는지 지상에서 시험해보며 검증하는 것이다. 특히 다누리는 대기권 밖의 진공조건에서 직접 태양광에 노출되므로, 이러한 환경 조건을 실제에 가깝게 설정해 정밀 예측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 8월, 발사를 앞둔 다누리의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 및 오차·왜곡 조정

완성된 달 궤도선을 운영하기 위한 모든 절차를 검토한 뒤에는 이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 발사체에 실어야 한다. 다누리는 지난해 8월 5일 오전 8시 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발사장에서 ‘스페이스 X’사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달 전이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으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항공우주공학자는 인공위성이 달 궤도에 진입하고 난 뒤에도 탑재체의 성능을 확인하고, 오차와 왜곡을 조정해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작업한다.

다누리의 궤도 운영부터 달 도착 후 관측 임무까지, 모든 운용이 이뤄지는 다누리 임무운영 관제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임무운영 관리

다누리의 역할은 달의 표면 100km 고도의 임무 궤도에서 달의 북극과 남극을 돌면서 5개 과학탑재체의 관측, 1개의 기술검증탑재체의 기술 검증을 수행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달 궤도에서 지구와 우주 인터넷으로 통신해 메시지와 파일 등을 보낼 수 있으며, 분화구처럼 움푹 파인 달의 영구음영지역(태양광이 닿지 않는 달의 어두운 부분)도 NASA가 탑재한 ‘섀도캠’을 활용해 촬영이 가능하다. 다누리 임무운영 관제실과 심우주 지상 안테나, NASA 심우주 네트워크 등과 연동해 명령을 받고 상태 정보를 수신한다. 이렇듯 모든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담긴 시스템이기에 하나의 다누리를 만드는 데 약 200명의 항공우주공학자의 힘이 필요했다.

■항공우주공학자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단장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항공우주시스템공학 교수. 사진 바림

“우주만큼 커다란 상상력과 창의력을 현실로 만들어낼 드리머(Dreamer)를 찾습니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단장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항공우주시스템공학 교수

Q. 지난해 12월 28일, 다누리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한 국가가 됐어요. 그런데 여러 선진국이 경쟁하듯 우주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잖아요. 이렇게 인간이 달을 탐사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달이라는 신대륙에 있는 자원의 물질적 가치, 곧 현실이 될 우주 관광 등 여러 면에서 달 탐사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에요. 물론 그 가치와 산업의 현실성은 예측하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먼 미래의 일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죠. 우주 탐사는 한 세대가 걸리는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에요. ‘대우주 항해의 시대’에서 세계에서 7번째는 순서가 아주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늦은 편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 깃발을 꽂아둬야 우선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누릴 권리가 생기기도 하고요

Q. 다른 달 궤도선과 다누리의 차이점이 있나요?

‘내 새끼’라 더 예뻐 보이는 거겠지만, 일단 다른 저궤도 위성이나 정지궤도 위성보다 까맣게 빛나서 멋있어요.(웃음) 우주 공간에서 다누리를 보호하기 위해 열에 강한 캡톤(Kapton) 소재의 박막단층을 한 겹 더 입혔거든요. 그리고 다른 궤도선들의 무게는 1t이 넘지만, 다누리는 678kg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고해상도 카메라부터 자기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우주 인터넷 등 6개의 탑재체를 갖추고 있죠.

Q. 체구는 작은데 옹골차게 짊어지고 달 궤도를 돌고 있군요.(웃음) 다누리를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무게가 늘어나면서 연료 부족에 대한 문제가 생겼어요. 무게를 줄일 순 없고, 그렇다고 늘어난 무게만큼 연료 탱크를 늘릴 수도 없었죠. 모든 일이 넘어야 할 산의 연속인데, 이것만큼은 정말 큰 고비였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에너지 전이 방식’을 적용했어요. 태양, 지구, 달 등 주변 천체들의 중력을 활용해서 추진력을 얻어 연료 소비를 줄이는 건데, 국내 자체 기술로 설계를 완료했어요. 고민하고 도전해보니 새로운 해답이 나오더라고요. 해답을 얻은 것만큼 큰 수확은 이러한 설계를 성공해서 노하우를 얻게 된 인력이 확보됐다는 점이죠.

사진 바림

Q. 전화위복이 된 셈이네요. 달탐사사업단의 ‘단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해요.

집 한 채를 지을 때 전기 배선, 수도 배관, 벽과 바닥을 만들 콘크리트 등 여러 기술과 재료를 다룰 사람이 필요하듯, 다누리 시스템에도 전기, 전자, 우주, 통신, 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는 단 하나의 구멍도 발견돼선 안 돼요. 지상에 있는 시스템이라면 언제든 수시로 접근해 수정할 수 있지만, 인공위성은 한 번 우주로 띄우면 결함이 발견돼도 손을 쓸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위성이나 발사체 등의 하드웨어는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검증된 것만 씁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니, 보수적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죠. 단장은 이러한 전체 연구 과정에서 빠진 것은 없는지 회의를 하고, 꼼꼼히 기록하면서 기술 개발 전 단계를 검토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답니다.

Q. 달탐사사업단은 다누리를 성공시킨 것으로 사업이 종료됐다고 들었어요. 이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준비하는 다음 미션은 무엇인가요?

달 탐사는 대한민국 우주 탐사의 첫 시작점이에요. 지난해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입니다. 현재 이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기금을 운용할 계획을 수립하기 전,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것)를 진행 중이고요. 올해 중으로 그 결과가 발표되면 내년 초부터 달 착륙선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답니다. 그리고 2035년에는 화성 궤도선을, 2045년에는 화성 착륙선 발사를 계획 및 준비하게 될 겁니다.

Q. 이 글을 읽는 미래의 항공우주공학자들은 ‘화성착륙선사업단’에서 일할 수도 있겠네요. 단장님처럼 우주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저는 원래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인공위성에 대해 공부하면서부터는 마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마냥 즐거워졌죠. 자꾸 궁금해지고 밤새도록 생각하고, 연구가 마음만큼 풀리지 않으면 후회도 하고요.(웃음) 항공우주공학자가 되고 싶다면 <인터스텔라>나 <마션>과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많이 봐뒀으면 좋겠어요. 우주라는 공간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곳이거든요. 그리고 오늘 배운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답을 의심하다 보면 숫자나 수치에서 놀라운 물리적 의미를 발견하게 된답니다. 늘 ‘왜 그러지’를 고민하며 우주에 대한 꿈과 호기심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 자료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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