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7.75 MAX'의 선수가 될 수 있을까?

권수연 기자 2023. 4. 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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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우승 전력'이 리그에서 갖는 의미란 무엇일까?

지난 10일,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도드람 2022-23시즌 V-리그 시상식'이 개최됐다. 올 시즌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녀부 정규리그 MVP는 대한항공 한선수, 흥국생명 김연경이 각각 수상했다. 김연경은 베스트7 아웃사이드 히터 상까지 수상하며 이 날 2관왕에 올랐다. 

V-리그 남녀부 통산 역대 최다 정규리그 MVP(2005~08, 2020-21, 2022-23, 총 5회)를 수상한 김연경은 국내를 넘어 세계급 기량을 자랑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다. 올 시즌에만 라운드별 MVP를 4회 (1,3,5,6라운드) 수상했고 국내 여자 선수들 중 유일한 시즌 MVP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지난 시즌 6위, 전력 수급이 원활치 못했던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였던 흥국생명은 1년만에 돌아온 김연경을 등에 업고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국내 최고 선수의 자존심은 '준우승'을 용납하지 못했다. 5전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2선승을 하며 통합우승을 눈 앞에 뒀다. 그러나 점점 한국도로공사의 끈끈한 전력이 올라오며 V-리그 사상 최초 역스윕 우승이 만들어졌다. 반면, 흥국생명은 리시브 기복과 범실 등으로 무너지며 홈에서 결국 통합우승 현수막을 내리는데는 실패했다.

지난 2월 15일, 페퍼저축은행전을 마치고 만난 김연경은 일각에서 도는 은퇴설에 대해 "아예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놓았다. 현역 마무리의 가능성이 어느정도 있음을 시사하며 올 시즌은 그의 '라스트댄스'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러나 만족할만한 팀 성적을 얻지 못하자 김연경은 조금씩 생각을 바꿨다.

지난 10일 열린 시상식 인터뷰를 통해 그는 "현역에 대해서는 현재 선수를 더 하는 쪽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있다. 소속구단인 흥국생명과 더불어 몇몇 구단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선수생활 연장을 공식화했다. 

올 시즌 그는 프로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KOVO 규정에 의하면 FA자격은 매 시즌 출장경기가 정규리그 전체 경기의 40% 이상일 경우 1시즌 경과로 인정한다. 해당 기준 조건을 5시즌(고졸 입단 선수는 6시즌) 충족 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김연경은 지난 2005-06시즌에 국내에 데뷔했지만 2009-10시즌부터 해외리그에서 활약했기에 FA 자격을 얻는데만 10여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걸렸다. 

현재 V-리그는 샐러리캡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22-23시즌 기준 여자부 현행 18억원으로 운영되는 샐러리캡은 23-24시즌부터 승리수당 최대 3억원이 보수 총액에 포함, 이에 따라 여자부 28억원(샐러리캡 19억+옵션캡 6억+승리수당 3억)으로 운영된다. 

현재 김연경이 흥국생명과 맺은 계약은 1년 총액 7억원(연봉 4억5천만원+옵션 2억5천만원)이다. 여자부 수당이 인상됨에 따라 다음 시즌 김연경이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은 1년 총액 7억 7,500만원으로 향상된다.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트로피를 든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김연경은 시상식 당일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며 "조건을 더 낮춰서라도 우승 전력이 된다면 들어가겠다"며 "다만 주변에서 연봉을 낮춰받는 것(페이컷)에 대해 일부 안 좋은 시선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그걸 감내하면서 '우승 가능한 팀에 들어가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부정적 시선이 있어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각 구단 샐러리캡을 따져보면 김연경에게 7억 7,500만원의 최고 대접을 해줄 수 있는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 가능성으로만 계산한다면 현재 김연경을 7억에 보유하고 있는 흥국생명이 최우선순위에 오른다. 

FA 계약은 보통 3년 단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김연경은 인터뷰를 통해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을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만일 타 구단이 김연경을 페이컷 없이 7억 7,500만원, 적어도 7억원 대 금액에 데려가기 위해서는 각 팀의 선수 정비가 불가피하다. 한 시즌 통합우승을 위해 주요 전력을 정비하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해야한다.

배구계 정통한 관계자들은 "관중효과로 인해 구단들의 김연경 영입 의사는 제법 있어보인다, 다만 전력 보강 문제가 있어 고민 중이다, 다른 구단들도 최대 금액을 만들려면 어떻게든 만들어 볼 수는 있지만 기존 전력을 내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섣불리 결정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확실한 것은, 탑 클래스 반열에 오른 선수 본인이 억 단위로 연봉을 낮추고 들어가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된다. 딱 잘라 "페이컷을 확정적으로 하겠다"고 단언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페이컷)을 감내하며 우승 가능한 팀에 들어가는게 괜찮지 않을까"라는 발언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지난 시즌 우승을 원한다는 이유로 기존 7억원에서 5억원으로 연봉을 내리며 논란의 도마에 오른 양효진(현대건설)의 선례가 있다.

'슈퍼팀'을 위한 페이컷은 전력평준화를 지향하는 리그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다. 페이컷으로 인해 특정 팀의 우승이 확실시된다면 사후를 바로 잡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 여자부 연봉이 남자부에 비해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에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개선은 필요해보인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연봉을 낮추고 개인 성적을 위해 슈퍼스타 팀을 구성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FA 명단이 발표된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박정아, 배유나, 염혜선 등 내로라하는 최대어들이 쏟아져나오며 구단들은 집토끼도, 남의 토끼도 다 잡고싶은 어려운 숙제에 직면했다. 김연경의 존재는 그중 압도적이다.  

한편, FA 공시일은 여자부 경기 종료 3일 후이며 협상은 22일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가능하다. 보호선수 제시는 오는 23일 오후 12시까지, 보상선수 선택은 26일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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