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미안해”…부활절에 버려진 이탈리아 신생아 사연

박선민 기자 2023. 4. 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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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종합병원에서 운영하는 '생명을 위한 요람'. /일 조르날레 트위터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했다는 날을 기념하는 부활절 날, 이탈리아의 한 친모가 절절한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아이를 종합병원에 버리고 떠난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활절이던 지난 9일 오전 11시 40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밀라노 종합병원이 운영하는 ‘생명을 위한 요람’에 알람이 울렸다.

‘생명을 위한 요람’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 부모를 위한 ‘아기 위탁함’이다. 여기에 아기를 놓으면 곧바로 건물 내부에 알람이 울린다. 보살핌이 긴급한 아기가 왔다는 신호다.

갑작스럽게 울린 알람에 직원들은 생명을 위한 요람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새하얀 피부의 신생아 한 명과 함께 친모가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편지 한 장만이 남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에네아입니다”로 시작한 편지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 담긴 작별 인사가 적혀 있었다. 편지는 친모가 아기 시점에서 작성했다. 이에 따라 엄마가 아기 이름을 ‘에네아’로 지어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지에는 “엄마는 제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최대한 함께 있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안전하게 태어났습니다. 병원에서 실시한 모든 검사에서 ‘정상’ 결과를 받았고, 현재 매우 건강한 상태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엄마는 저를 매우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돌볼 수 없게 됐습니다”고도 적혀 있었다. 글 말미에는 익명으로 “mama(엄마)”라는 서명이 남겨져 있었다.

이탈리아는 병원에서 출산 시 산모 의사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원치 않는 출산을 하게 된 산모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신생아 출생증명서에는 “이름을 밝히는 데 동의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태어났다”는 문구가 실린다. 이후 입양 기관 등으로 보내진다.

밀라노 종합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검진한 결과, 아기는 생후 약 일주일 정도 됐다. 몸무게는 2.6kg으로 평균에 약간 못 미쳤지만,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책임자인 파비오 모스카 교수는 “부활절에 아기가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라며 “현재 아기는 우리 모두가 함께 키우는 아들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여전히 친모가 아기를 포기한 것을 재고했으면 좋겠다. 아기를 지금이라도 되찾아갈 수 있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 메시지가 아이 엄마에게 꼭 닿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밀라노 종합병원은 ‘생명을 위한 요람’을 16년째 운영하고 있다. ‘에네아’는 2012년과 2016년에 이어 이곳에 맡겨진 3번째 아기다.

현재 여섯 부부가 ‘에네아’ 입양 의사를 병원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카 교수는 “친모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적합한 가정을 선정해 입양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연합뉴스

한편 국내에도 ‘생명을 위한 요람’과 같은 아기 위탁함이 존재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을 때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는 ‘베이비 박스’다.

2009년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처음 생긴 이후 2021년까지 1870여명의 아기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부모들은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빈곤층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마지막 선택으로 베이비박스를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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