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방’ 이집트의 배신?…“러시아에 로켓 4만발 전달 계획”
시시 대통령 “비밀리에 지원하라”
미국 내에서도 관계 재정립 목소리
이집트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로켓 4만발을 비밀리에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이 10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정보기관 기밀문건을 통해서다. 이집트가 중동의 대표적인 미국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 단일대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자 미국 원조의 주요 수혜국인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최근 부하들에게 최대 4만개의 로켓을 생산해 러시아로 은밀하게 전달하라고 명령했다는 내용이 미 기밀문건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지난 2월 17일 작성됐고, 시시 대통령과 이집트 고위 군 관계자의 대화가 요약돼 있다. 문건엔 시시 대통령이 “서방과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로켓 생산과 선적, 운송을 비밀로 유지하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시시 대통령의 러시아 무기 지원 지시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은 채 모호한 해명을 내놨다. 아메드 아부 제이드 이집트 외교부 대변인은 “처음부터 이집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양측과 동등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견해를 취해왔다”며 “유엔 헌장과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확인한 국제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미 당국자는 WP에 “이집트 계획이 실제 실행됐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그런 일이 발생한 정황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이집트의 ‘일탈’을 무겁게 여기는 분위기다. 수십 년간 매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이집트에 지원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서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로 지명됐던 사라 마곤 전 휴먼라이츠워치(HRW) 워싱턴 지국장은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이집트와의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미국이 이집트를 계속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가 전쟁 발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밀 공급이 끊기자 고육지책으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WP는 “이집트 밀 수입의 80%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며 “전쟁은 이집트에 상당한 압력이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집트의 ‘탈미국’ 행보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 이집트가 반미 최전선에 서 있는 시리아와 10여 년 만에 외교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반목을 거듭한 양국은 이달 말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이 끝난 직후 정상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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