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나라의 우주 개발, 그 밑그림을 준비하는 우주정책연구자

한겨레 2023. 4. 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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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우리나라에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과 같이 우주항공 분야의 모든 일을 전문적으로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 생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2일,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입법을 예고하며 ‘우주항공청’의 설립을 발표한 것이다. 한해 1조 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대한민국 우주 개발, 그 바탕이 될 커다란 밑그림은 누가 고민하고 있을까?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정책연구2팀 팀장. 사진 바림

7대 우주 강국으로 날아오를 한국 우주 개발의 청사진을 그리다

Q.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우주를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등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개발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그 근거를 마련하는 곳입니다. 2021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안에 설치된 우주 정책 분야의 ‘싱크 탱크(Think Tank. 정치, 사회, 경제, 군사 등 주요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정책의 기초가 되는 각종 시스템을 개발 및 연구하는 기관)’라고 할 수 있죠.

Q. 국토교통부나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의 땅과 바다를 개발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만들듯이 우주도 그에 맞는 정책이 필요해진 거군요.

우주 개발은 국가적인 차원으로 진행되는 만큼 정부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예요. 국민의 세금으로 우주를 개발하게 되니 장기적이고 꼼꼼한 법과 계획, 그리고 정확한 예산 분배와 지원이 필요해졌죠. 이와 관련해 ‘우주개발진흥법’이 있는데요, 이 법에 따르면 담당 정부 부처는 5년마다 어떤 우주 개발 사업을 하고 연구할 것인지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세워야 해요. 지난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계획을 담은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 발표되었고, 올해부터 이 계획에 따라 국가우주개발 사업이 추진됩니다.

Q. 그럼 우주정책연구자는 이런 법과 계획을 만드는 사람인가요?

아닙니다. 법과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같은 정부의 공무원이 하는 일이거든요. 우주정책연구자는 우주 개발에 관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연구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해서 정책의 기초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그러려면 우주 개발의 이론과 배경, 역사부터 우주 개발의 국제적인 상황과 기술 수준을 분석하고, 요즘의 우주 개발 트렌드도 알아야 해요.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우주탐사, 우주산업, 우주외교, 우주안보에 대한 정책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정부 부처에 제언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우주 개발이 국민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리고 설득하는 일도 우주정책연구자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입니다.

Q. 우주정책연구자가 분석하고 제안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이 법을 근거로 정부에서 계획을 세우고 국회에서 예산을 승인하면, 이 예산으로 다양한 우주연구기관에서 위성이나 우주발사체를 만들면서 우주산업 개발이 진행되는 흐름이네요.

그렇죠. 이제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입니다. 2000년대가 되고부터 우주의 상업적인 가치가 늘어났어요. 우주 개발은 막대한 투자와 인력이 필요해서 일반 기업에서는 도전하기 어려웠죠. 그러다 재사용 발사체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스페이스 X’와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이 등장하고,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이 확 줄어들면서 우주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민간 투자도 크게 늘기 시작했어요. 우주가 ‘돈이 되는 시장’이 된 거예요. 2016년에 미국 출장을 다녀와서 저는 ‘뉴 스페이스’라는 우주산업의 세계적인 흐름을 한국에 알리고, 우주 개발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과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우리나라 우주산업을 분석하고 한계점을 짚으면서 우주 정책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Q.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보람은 자신이 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나라와 사회가 바뀌는 모습을 볼 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발전 속도가 너무 더디거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 힘도 들 것 같아요.

정책연구자가 보고서를 생산하는 생산자라면 소비자는 국민, 그리고 정책을 결정하는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에요. 그런데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는 일은 쉽지만은 않답니다. 정책연구자는 더 넓은 시각으로 우주 개발을 바라보다 보니, 마련해야 하는 법과 제도, 개선돼야 할 규제나 기준이 현장에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보고서의 정책적 제안이 그냥 묻히는 일은 다반사고, 실제로 반영되는 데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해요.

사진 바림

우주 지식에 관심 있는 전문 지식을 더해 ‘스페이스 블루 오션(Space Blue Ocean)’으로!

Q. 우주정책연구자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아직 우리나라에는 우주 정책과 관련한 전공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지난해 국방대학교에 우주 정책과 전략을 연구할 수 있는 석사학위 전공이 처음 마련되었어요. 여러 선진국이 우주 공간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우주 안보에 관심을 쏟아야 하거든요. 앞으로 일반 대학에도 우주를 경제, 인문, 사회학적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전공이 개설되기를 바라요.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우주 교육을 강화해 우주 개발 인력을 키우는 일도 매우 중요하고요. 그런데 우주 개발과 관련한 일을 하려면 꼭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주를 개발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면 답은 쉬워요.

Q. 답이라…우주에서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인가요?

맞아요. 저는 ‘사람이 우주를 왜 개발해야 하는가’라는 궁극적인 철학이 우주산업의 뿌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들은 ‘우주 공간’에서 살게 될 겁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 영역이 넓어진다는 말이에요. 과거에는 과학의 한 분야로 우주를 바라봤다면 이제는 우주의 큰 덩어리 속에 과학과 사회문제, 주거, 엔터테인먼트, 외교, 종교까지, 무궁무진한 분야가 포함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우주 관광을 하다 다친 사람을 치료할 의료인, 주를 무대로 공연을 기획하게 될 엔터테인먼트 사업가, 우주에서 벌어진 분쟁을 조정할 우주 경찰이나 우주 공간을 국제적으로 어떻게 나눠 활용할지 논의할 우주 외교 및 부동산 전문가까지. 이런 건 공학자가 아니라 의료, 공연, 법과 외교, 경제학 전문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안형준 팀장이 연재 중인 ‘안형준의 안녕, 우주!’. 매달 한 편씩 우주와 예술, 스포츠 등을 연관 지은 칼럼을 쓰고 있다. 미래의 우주산업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쉽게 풀었으며,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홈페이지 ‘소통’ 카테고리에서 읽을 수 있다.  사진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Q. 우주산업이나 정책,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는 갖추되, 여기에 나의 전문성을 접목한다면 우주정책연구자는 물론 다양한 우주 관련 진로를 가질 수 있다는 거군요. 청소년들이 우주를 ‘기회의 땅’으로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힐 방법을 추천해주세요.

저는 사실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 30명 중 한 명이었어요. 최종적으로는 탈락했지만 죽기 전 우주에 가볼 수 있을 거라는 꿈은 늘 품고 있죠.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생각해보세요. 표가 없어서 못 타나요? 돈이 없어 못 타지.(웃음) 조만간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 비용 정도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나아가 우주여행이 대중화된다면 달이나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해 우주에서 일자리를 찾는 시대가 올 겁니다.

몇 해 전 국내 한 대기업에서 연락이 왔어요. 우주에서 사용할 가전을 개발하기 위해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누군가는 이미 20~30년 뒤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우주에는 관심 없어’라는 자세가 아니라, ‘나는 우주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상상해보세요.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 자료 제공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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