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더비 성사’ 신흥 라이벌 캐롯-KGC,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점프볼=조영두 기자] 김승기 감독으로 엮여있는 캐롯과 KGC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팬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매치 중 하나는 고양 캐롯과 안양 KGC의 맞대결이다. 과거에는 큰 접점이 없었지만 김승기 감독이 캐롯으로 팀을 옮기면서 신흥 라이벌로 떠올랐다. 특히 김승기 감독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일각에서는 캐롯과 KGC의 경기를 ‘김승기 더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발점은 김승기 감독이 캐롯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안양을 찾은 1라운드 맞대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승기 감독은 62-73으로 패한 후 “떠난 사람이 왔는데 홍삼도 안 주고 너무 한 거 아닌가. 정말 거지같다. 고생하다 나간 사람이 다시 왔는데 홍삼이라도 주면서 다독여주면 어디 덧나나”라며 친정팀에 서운한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김승기 감독의 발언으로 향후 캐롯과 KGC의 경기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그리고 3라운드 맞대결에서 라인 크로스 논란이 터졌다. 당시 캐롯은 경기 종료 버저와 동시에 박지훈에게 위닝샷을 내주며 82-84로 패했다.
그러나 이후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김승기 감독이 KBL 문경은 경기본부장과 윤호영 심판부장에게 격렬하게 항의한 것. 마지막 상황 때문이었다. 위닝샷 직전 박지훈은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후 동작이 논란의 핵심이다. 김승기 감독은 이 과정에서 박지훈이 엔드 라인을 밟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후 위닝샷을 내주며 패했기에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캐롯은 경기 다음날 KBL을 찾아 심판설명회를 요청하는 등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지훈의 라인 크로스가 아닌 심판의 정심으로 판결이 났다. 다만, KBL이 해당 영상을 팬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찝찝함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 김승기 감독과 KGC의 갈등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KGC의 요청으로 김승기 감독이 KBL 재정위원회에 회부된 것. 사유는 ‘구단 비방 행위’다. 수원 KT와의 5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남긴 발언이 불쾌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김승기 감독은 ‘월급도 잘 안 들어오는 지금이 감독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KGC 시절이 더 힘들었다. 그 때 전삼식 단장님으로부터 아끼는 것에 대해 너무 잘 배운 것 같다. 지금도 아끼면서 팀을 잘 운영하고 있다. 전삼식 단장님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승기 감독의 재정위원회 회부 소식이 전해지자 농구 팬들과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여론은 김승기 감독 쪽으로 좀 더 기울었다. 재밌는 라이벌 구도를 KBL이 나서 저지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KGC에서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재정위원회에 올라갈 정도로 심각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재정위원회 결과 KBL은 김승기 감독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직접적인 처벌을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었다. 여론과 마찬가지로 KBL 또한 직접적인 처벌을 내릴 만큼 김승기 감독의 언행이 잘못됐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올 시즌 내내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낸 캐롯과 KGC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됐다. 현재 상황은 캐롯이 더 불리하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고, 정규리그 KGC전에서 2승 4패로 열세를 보였기 때문.
그러나 단기전 승부의 특성상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모비스를 꺾고 올라온 김승기 감독이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전술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캐롯과 KGC의 4강 플레이오프는 흥행 요소가 많은 시리즈가 될 거라는 점이다.
한편, KGC는 김승기 감독 관련 이슈가 아닌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GC 관계자는 “더 이상 경기 외적인 이슈가 부각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캐롯이 좋은 경기력으로 4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만큼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고 싶다. 그래서 반드시 챔피언결정전에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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