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밀맥주’에도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다
세븐브로이, 대량 구매한 보리·증설한 공장 어쩔꼬
“파트너십 저버려” VS “패키지·이름 카피하냐” 논란
“공전의 히트를 한 ‘곰표밀맥주’에도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다.”
지난 2020년 출시 이후 5800만개 이상 팔려나가며 수제 맥주 업계의 판도를 바꾼 곰표밀맥주. 이 ‘곰표’의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이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맥주와 협업을 종료하고 다른 업체와 올여름 ‘곰표밀맥주 시즌2’를 내놓는다는 소식에 업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곰표밀맥주 제조사 교체를 둘러싸고 업계에선 “지난 3년 동안 제조·마케팅·홍보를 전담하고 생산라인까지 증설한 세븐브로이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라는 의견과 “곰표밀맥주와 비슷한 디자인의 패키지에‘대표밀맥주’라는 이름을 붙여 계속 판매하겠다는 세븐브로이의 발표에 대한제분이 괘씸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제분 쪽은 “수제 맥주 돌풍을 이끈 곰표밀맥주의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3월 말로 상표권 사용 계약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신규 제조사를 선정해 올여름 곰표밀맥주 시즌2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븐브로이 쪽도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어 “곰표 상표권 계약 종료로 인해 세븐브로이가 판매·유통했던 제품은 ‘대표밀맥주’로 이름을 바꿔 판매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표면적으로 이들의 ‘결별’은 당초 3년이었던 상표권 사용 계약 기한이 지난달 31일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가 히트작인 ‘곰표밀맥주’ 덕에 윈-윈했던 두 회사가 계약 연장 없이 갈라선 데 대해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계약서상 만료 3개월 전에 계약조건을 재논의하게 돼 있어 당연히 재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낙관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한제분 쪽에서 돌연 경쟁입찰을 진행한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 쪽은 결국 경쟁입찰에서 탈락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제분에 상표권 로열티를 올려주겠다는 제안과 더불어 원하는 액수가 있다면 최대한 맞춰주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곰표밀맥주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해 익산에 공장도 증설했고, 여기에 집중하느라 ‘한강’이나 ‘강서’ 등 다른 맥주의 군납마저 포기한 상태라 (계약 연장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메가 히트작을 함께 만든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갈라선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히트작이 나온 경우, 파트너십을 존중해 상표권 사용 재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조·마케팅·홍보 등을 전담한 세븐브로이로선 ‘갑질 아닌 갑질을 당했다’며 억울해 할 법 하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 업계 한 관계자 역시 “맥주 원재료인 보리 등은 보통 1년 단위로 수입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세븐브로이는 남는 원료를 소모하는 방안은 물론 곰표밀맥주를 겨냥해 증설한 공장 가동 방안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업계 전체로 보면, 경쟁입찰에 성공한 업체가 ‘곰표’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했을 터라 향후 협업 시도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제분 쪽은 계약 기간 만료로 맥주 제조사를 교체한 것에 대해 뒷말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표의 새로운 시즌2를 앞두고 브랜드 리프레시를 위해 제조사를 바꾼 것”이라며 “(세븐브로이의) 공장 증설을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가 들고나온 ‘대표밀맥주’가 곰표밀맥주와 이름은 물론 패키징도 유사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표 브랜드의 고유 디자인을 카피한 느낌을 주는 상품 출시를 발표한 세븐브로이의 행태에 당혹스럽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은 없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복수의 로펌과 변리사 등에 문의한 결과 (대표밀맥주) 패키지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면서도 “세븐브로이가 원조임에도 ‘곰표 짝퉁’이라는 오해를 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밀맥주라는 이름은 우리 회사가 기획한 대표하이볼, 대표논알콜 등 ‘대표 시리즈’의 하나로 지은 이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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