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익 위한 도청은 友·敵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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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盜聽)의 역사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역사다.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서 중앙정보국(CIA)이 우리나라 국가안보실장 주재 회의를 도청한 듯한 정황이 드러나 국내외에서 갑론을박이다.
감청과 도청은 합법성 여부로 나뉜다.
정치권에서 동맹국의 신뢰를 강조하며 도청을 시도한 미국에 대한 항의 및 유감 표명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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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盜聽)의 역사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의 역사다. 미국의 경우 남북전쟁 동안 상대방의 전화선에 접속해 통화를 감청(line-tapping)했다. 신호정보(SIGINT)의 시작이었다. 본격적인 신호정보의 수집은 무선통신이 군대에 동원된 제1차 대전 때 추진됐다. 당시 영국은 독일이 해저에 설치한 통신 케이블을 절단했다. 그 결과 독일은 유선 대신에 무선통신에 의존했다. 영국은 신호정보 수집 기지에서 독일의 무선통신을 손쉽게 감청할 수 있었다.
이후 각국은 전쟁은 물론 산업과 국제정치 현장 등 국익이 걸린 모든 분야에서 신호정보를 수집했다. 인공위성과 항공기를 활용하고 지상 첩보 수집 기지에서도 감청을 시도한다. 여기에는 통신정보(COMINT), 전자정보(ELINT), 레이더정보(RADINT) 등이 활용된다. 오늘날 ICT의 발달로 스마트폰은 유용한 첩보 수집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서 중앙정보국(CIA)이 우리나라 국가안보실장 주재 회의를 도청한 듯한 정황이 드러나 국내외에서 갑론을박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자유 진영을 이간질하려고 미국 문서를 조작해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스라엘과 프랑스는 기밀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내에서는 어떻게 동맹인 미국이 한국을 감청할 수 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길 때 근처에 자리한 미군 부대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졸속 이전을 비판하기도 한다.
감청과 도청은 합법성 여부로 나뉜다. 하지만 나라 간의 도·감청을 불법·적법으로 구분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도청의 대상은 동맹국이든 적국이든 구분이 없다. 오직 상대국의 의도를 은밀히 탐지해 자국의 국익 증진 방법을 찾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반대로, 각국은 상대국의 도청을 막을 방패를 치밀하게 준비해 국익 손실에 대비한다. 상대가 동맹국이라 도청하지 않을 것이란 발상은 국제사회의 치열한 첩보 활동을 간과한 것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이 청와대 내부의 대화를 외부에서 감청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온갖 조치를 다 했다. 평양에서 남북 협상이 열리면 도청을 차단하기 위해 필담(筆談)으로 내부 회의를 하곤 했다. 워싱턴, 베이징, 도쿄, 모스크바 등에서 열리는 국제 협상도 물밑에선 도청과 방지 싸움이 치열하다.
정치권에서 동맹국의 신뢰를 강조하며 도청을 시도한 미국에 대한 항의 및 유감 표명을 주장한다. 하지만 외교 채널을 통한 유감 표명은 스스로 위안을 얻는 미봉책일 뿐이다. 도·감청에 대해 모든 국가는 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NCND)는 입장이다.
1947년 CIA 초기 설립 기반을 구축한 앨런 W 덜레스는 ‘80%의 정보는 공개적으로 파악하지만, 20%는 비밀 방법으로 수집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20%의 플러스 알파를 막기 위한 방첩활동이 불가피하다. 모순(矛盾)의 유래처럼, 최첨단 보안 기술을 개발해 초격차로 도청을 막는 것이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 된다. 감정적 논란보다는,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및 군 등 외교·안보 공직자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국의 도청 시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보완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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