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반도체 불황을 전화위복 만들 대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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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 부진으로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놨다.
그나마 갤럭시 S23의 판매 호조로 적자는 피했지만,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부는 4조 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시장이 불황 국면이던 2019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반토막 났지만, 분기당 6조 원 이상은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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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 부진으로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놨다. 올 1분기의 매출 63조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으로 잠정집계했는데,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돈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영업이익이 2022년 4분기에 4조 원대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1조 원 미만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그나마 갤럭시 S23의 판매 호조로 적자는 피했지만,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부는 4조 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를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반도체 시장이 불황 사이클로 진입한 탓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겨울은 과거보다 혹독한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반도체 시장이 불황 국면이던 2019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반토막 났지만, 분기당 6조 원 이상은 기록했다. 또, 불황에도 감산하지 않으며 치킨 게임에서 앞서 나가던 삼성전자가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불황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이번 어닝쇼크는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문제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오는 20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9조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도 각 13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점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에도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은 매우 선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도 이미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된 사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늘려 왔다. 자동차용 파운드리에서는 2019년부터 테슬라의 자율주행칩을 생산해 왔고, 최근 세계 최고 자율주행차용 칩 개발 업체 모빌아이(Mobileye)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칩을 생산하기로 한 것 등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TSMC와의 기술적 격차도, 시장점유율의 차이도 좁아지지 않고 있다. 이번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위기가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보듯이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지켜줄 가장 큰 무기는 TSMC라는 얘기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의 우위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추격하기 위해선 민·관 협력이 절실하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보호무역의 속내를 드러내고, 중국은 반도체 생산용 필수 광물질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부 도움 없이 기업들이 해결하기엔 벅찬 문제들이다.
늦었지만,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11일 공포돼 다행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발표한 용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범정부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도 바람직하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우리 반도체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에만 편중되지 않고 반도체 산업 전체 생태계가 국내에 조성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우수 인재가 생태계에 유입되도록 대학의 첨단학과 정원 규제 완화 등이 하루바삐 과감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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