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붉은 망토 여성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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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의 사법부 무력화 반대 시위 때 '시녀 이야기'에 나오는 붉은 의상 차림의 여성들이 거리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끝내 사법부를 무력화한다면 이스라엘은 중동의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헝가리식 권위주의 국가로 퇴행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 여성들이 붉은 망토 시위에 나선 것처럼, 한국에서도 붉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등장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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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는 원리주의 조직인 길리어드가 장악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성 잔혹사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길리어드 공화국은 인구를 늘리기 위해 젊은 여성들에게 붉은 옷을 입히고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전체주의 사회다. 영미권 페미니즘 문학의 거장인 애트우드의 이 작품은 1985년 발표된 후 영화 및 오페라,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비견된다는 평도 받았다.
최근 이스라엘의 사법부 무력화 반대 시위 때 ‘시녀 이야기’에 나오는 붉은 의상 차림의 여성들이 거리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붉은 망토에 흰 모자를 쓴 여성들은 지난달 11일 텔아비브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 무력화가 완성될 경우, 이스라엘은 길리어드가 지배하던 전체주의 국가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시위다. 저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개혁안 추진 잠정 중단 선언을 해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법관선정위원회에 정부 인사를 과반수로 늘리고,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리더라도 의회가 단순 과반수로 뒤집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언제 다시 강행될지 모른다. 네타냐후 총리는 리쿠드당이 시오니즘 및 정통파 유대교 정당과 연합한 정권을 이끌고 있는데 정통파 유대인들은 길리어드 뺨치는 원리주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끝내 사법부를 무력화한다면 이스라엘은 중동의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헝가리식 권위주의 국가로 퇴행할 것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다수당 지위를 악용해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때에도 사법부 무력화 작업이 자행됐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법관을 배치해 사법부를 ‘코드화’했고, 검찰 개혁이란 미명하에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며 권력층에 대한 수사를 어렵게 했다.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문 정권 재생산을 막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에서도 길리어드식 사회로 가는 길이 열렸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 여성들이 붉은 망토 시위에 나선 것처럼, 한국에서도 붉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등장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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