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본에 당한 윤석열 정부, "역대 내각 역사인식 계승" 빠져

2023. 4. 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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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23 외교청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도 반복…외교부, 독도에 대해서만 "강력 항의"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윤석열 정부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면제하고 일본의 호응을 기대했지만, 일본은 외교청서(外交青書)에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한국의 조치에 호응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11일 일본 정부는 '2023 외교청서'(外交青書)를 공개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에 열린 각의(閣議, 한국의 국무회의 격)에서 외교청서 내용을 보고했는데, 강제동원 사안과 관련해 일본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외교청서에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3월 6일 한국 정부는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제3자 대위 변제 해법)을 발표했다"고 기술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청서에는 하야시 외무상이 발표한 일본 측의 입장에 대한 설명도 명시돼 있었다. 청서에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2018년 대법원 (징용 배상) 판결에 의해 매우 엄중한 상태에 있던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번 발표를 계기로 조치의 실행과 함께 한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강력히 확대돼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과 관련해 피고인 일본 기업이 아닌 제3자가 변제하는 방식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정부의 입장문 발표 이후인 지난달 9일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해 "어떤 것도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했다.

이후 16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은커녕,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2018년에 그동안 정부의 입장, 정부의 1965년 협정 해석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선고됐다"며 오히려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일본의 호응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외교부는 이날 외교청서와 관련한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으나 강제동원과 관련한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일본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이 의미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평가해왔는데, 일본이 이마저도 외교청서에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셈이다.

외교부 논평에 강제동원 부분이 빠진 데 대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계승하기로 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강제징용의 근원인 식민지배 전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동 선언의 정신을 변함없이 계승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하야시 일본 외무상이 지난 6일 강제동원 관련 한국의 입장문이 발표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외교부는 일본이 외교청서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로 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에 대해서는 항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 정부가 4.11.(화) 발표한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정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라며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 발표 이후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도렴동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 메시지를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자리에서 독도 뿐만 아니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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