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요 이웃" 日외교청서…'역대내각 역사인식 계승' 쏙 빠져(종합)
기사내용 요약
"일본 고유 영토 독도, 한국이 불법 점거 계속"
"한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더 발전시켜야"
"北 중대·임박한 위협…中 최대 전략적 도전"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11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2023년판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 측의 긍정적인 평가는 포함됐다. 하지만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11일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2023년판 외교청서는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다"라고 표현했다.
한일 간 최근 몇 년 간 강제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명) 문제 등 일본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으나 "룰(규정)에 근거한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현재, 국제 정세에 대해 일한(한일), 일미한(한미일) 전략적 협력을 추진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라도 현안을 해결해 일한(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러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건정한 관계로 되돌려야 한다는 이 문장은 2022년판 외교청서에는 없던 문장이다.
외교청서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일 간 주요 인사들의 접촉이 활발해졌다고 평가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약 3년 만에 이뤄졌다고 적었다.
특히 외교청서는 한일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거쳐 "2023년 3월6일 한국 정부는 구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고 명기했다.
외교청서는 하야시 외무상이 한국의 해법이 발표된 당일 일본 정부 입장을 표명했다고 적었다.
이어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해법) 조치를 2018년 (한국) 대법원 (징용 배상) 판결로 매우 심각한 상태에 있던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해법) 조치 실시와 함께 일한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강력하게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외교청서는 하야시 외무상이 당시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을 포함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은 명기하지 않았다.
1998년 발표된 해당 한일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명기돼 있다.
한국이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했을 당시 하야시 외무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등 일본 측은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한일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에 한국이 요청해왔던 '성의 있는 호응'을 만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그런데 11일 공개된 외교청서에는 일본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겠다는 내용까지 쏙 빠진 것이다. 더 후퇴한 대응이다. 앞으로도 일본이 한국이 요구하고 있는 성의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을지 불투명해졌다.
외교청서는 독도에 대한 억지 영유권 주장도 이어갔다.
외교청서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명)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봐도 국제법 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 영토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 근거가 없는 채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명기했다. 불법 점거하는 표현은 6년 째 이어졌다.
또한 독도 문제를 국제법을 바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끈질긴 외교 노력을 실시해 나갈 방침이다"고 적었다.
아울러 북한을 임박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청서는 "북한은 2022년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것 등 복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전례 없는 빈도, 양상으로 31차례, 최소 59발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실시했다"고 명기했다.
이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일련의 북한 행동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있어서 중대하며 임박한 위협이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도전이다.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으로서는 계속해 미국,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추진하겠다.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교청서는 "일본 주변의 안보 환경은 전후(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외교청서는 중국 등의 대두로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등이 이끌었던 국제 협조 흐름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는 역사의 전환기에 있다"고 짚었다.
외교청서는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기존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다. 포스트 냉전기가 종언(종말)한 것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 위협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그 (핵) 사용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핵 위협은 "언어도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요 7개국(G7)과 함께 협력해 대러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할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러일 평화조약 체결 문제에 대해서는 “전망을 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다만 조약 체결을 위한 방침은 견지하겠다고 명기했다.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전례없는 최대 전략적인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판 외교청서 "안전보장상의 강한 우려"에서 표현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중일 정상회담을 근거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겠다고 적었다.
외교청서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신흥국인 ‘글로벌 사우스’를 처음으로 기술했다. "가치관과 이해의 차이를 극복하는 포섭적인 접근으로, 가능한 많은 신흥국·개발도상국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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