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초등학생 과자 뺏는 중학생” vs 카카오 “오랜 기간 검토·개발”
소다기프트·닥터다이어리, 의혹 제기
카카오 “오해… 국내외 흔한 서비스”
‘상생’ 1년만… “골목상권 침해 이미지 여전”
“작년과 재작년,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그러신 것처럼, 대기업으로부터 좋은 오퍼를 받아 떠나겠다는 인재들 빼앗기지 않으려고 전전긍긍 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인재뿐 아니라 대놓고 우리와 같은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오는 대기업에게 고객과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윤세 소다기프트 대표
최근 카카오를 바라보는 스타트업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카카오의 신규 서비스들을 들여다보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기시감이 든다는 것이다. 잇따른 ‘아이디어 베끼기’ 의혹에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새로운 골목상권을 찾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카카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6일 ‘카카오톡 선물하기’ 해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 지역 해외 전화번호로 카카오톡을 쓰는 이용자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했다는 게 카카오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해외에서 결제할 때 국내 전화번호로 본인인증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결제 시 해외 카드를 선택하면 이런 절차 없이 카드사 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소다기프트는 자사가 2019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며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소다기프트는 한국에서 미국, 캐나다로 선물을 보내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윤세 소다기프트 대표는 카카오로부터 입점 제안 이메일을 받았다며,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똑같은 사업 모델로 확장하겠다고 하면서 협업을 이야기하는 카카오의 말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장에서 가능성을 증명하며 수년을 고생한 우리의 노하우를 손 안 대고 코 풀듯 파악하고 싶다고 들린다”고 썼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초기 리스크를 감내하며 시장성을 증명해내면 (상생이나 제 가격을 주고 인수하기보다는) 자본과 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어김없이 그 자리를 대신하곤 한다”며 “마치 대로변에 있는 고등학생을 피해 골목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의 과자를 뺏어 먹는 중학생 같다”고 했다.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를 통해 올해 3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혈당 관리 서비스도 비슷한 이유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달 2일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개개인에게 맞춤 혈당 관리법을 제공하는 ‘프로젝트감마(가칭)’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용자의 혈당이 떨어지면 ‘주스나 사탕을 섭취하세요’와 같은 문구를 띄우거나, 이용자가 업로드한 음식 사진 등을 바탕으로 알맞은 운동량을 알려주는 형태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당시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며 ‘종합 셀프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으로의 진화를 예고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프로젝트감마의 청사진을 발표한 직후 업계의 눈은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에 쏠렸다. CGM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빼면 프로젝트감마는 닥터다이어리가 2017년 출시한 앱 ‘닥터다이어리’와 거의 동일한 구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대1 코칭 기능 외에 카카오헬스케어가 프로젝트감마의 강점으로 꼽은 커뮤니티 기능도 현재 닥터다이어리 앱에 탑재돼 있다.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가 진출 의사를 밝힌 고혈압 관리 시장에도 올해 1월 발을 들였다.
닥터다이어리는 앞서 카카오 자회사들과 공유한 신사업 구상이 카카오헬스케어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제안해 2020년 기업설명회를 열었고, 2021년에는 카카오브레인이 공동사업을 제안해 여러 차례 미팅을 가졌다는 게 닥터다이어리 측 주장이다.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가 프로젝트감마를 공개하고 5일 만인 지난달 7일 기존 앱을 고도화한 ‘글루어트’를 출시했다. 글루어트는 프로젝트감마와 동일하게 CGM을 활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헬스케어가 내세울 건 카카오톡과 연동해 회원가입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점뿐이지 싶다”고 했다.
일련의 논란은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대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상생안을 발표한지 1년여 만에 불거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4월 ▲소상공인 및 지역 파트너(1000억원)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550억원) ▲공연 예술 창작자(150억원)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500억원) ▲스타트업 및 사회혁신가(200억원) ▲지역 사회, 이동약자, 디지털 약자(600억원) 등을 지원하기 위한 3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앞으로 5년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센터장을 맡고 있던 홍은택 대표는 “지난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카카오 공동체에 보내주신 다양하고 따끔한 지적을 겸허하게 듣고 IT 산업 대표 기업으로 책임감 있는 상생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3000억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충분하지 않기에 앞으로도 카카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파트너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나아가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통해 카카오 기업 이미지의 현 주소를 알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을 위한 카카오의 노력이 아직 국민이 체감할 만한 수준에 못 미친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소다기프트 측 주장에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출시한 2010년부터 ‘해외 결제 기능을 더해달라’는 이용자들의 꾸준한 요청이 있었다”며 “오랜 기간 검토 및 개발 기간을 거쳐 이번에 베타 서비스를 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다기프트에는 “다양한 사업 제휴를 위해 연락한 것”이라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로 선물을 보낸다는 컨셉트는 여느 커머스 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감마를 둘러싼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출시하지 않은 서비스의 컨셉트만 가지고 유사성 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CGM은 헬스케어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고, 이미 해당 기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와 목적의 서비스가 국내외에서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카카오헬스케어는 설립 초기부터 당뇨 등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고, CGM 기기 제조업체와의 협력 및 회사가 보유한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편익을 제공하고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브레인이 카카오헬스케어와 자사 사업 정보를 나눴을 것이란 닥터다이어리 측 주장은 “카카오 자회사는 각자 독립 경영을 하고 있어 각 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타사와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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