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반’ 라비 “어리석은 판단…뇌전증 환자들에 죄송” 사과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4. 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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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사진|유용석 기자
그룹 빅스 출신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30)가 병역 면탈 혐의를 인정하며 사과했다. 검찰은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판사 김정기) 심리로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비와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31) 등 8명에 대한 1차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라비에 징역 2년, 나플라에 징역 2년 6월을 각각 구형했다.

라비는 브로커 구모 씨, 김모 씨 등에 뇌전증을 거짓으로 꾸며내고 병무청에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날 라비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모습을 드러냈다. 관련 의혹이 알려진 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라비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라비와 나플라의 소속사 대표 김모 씨도 병역 면탈 공모 혐의로 피고인석에 섰다.

이날 검찰은 소속사 대표 김씨에 대해 “김원식(라비), 최석배(나플라)가 입소해 군 복무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병역 브로커에 연락해 병역 의무 면탈을 의논하고 모의했다. 이와 관련 브로커에 총 5000만원을 2회에 걸쳐 지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병역 브로커와 조직적으로 뇌전증, 우울증 등을 이유로 소집해제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고 최초 병역 판정 검사 이후 장기간에 이어 병역 이행을 연기하던 이후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법정에 이르러 자백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증거 제시 이전에는 변명 및 부인을 했던 점을 종합해 구형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병역 관련 신체검사에서 3급 판정을 받은 이후 대학교 재학과 천식, 피부 질환 등을 사유로 병역 연기를 신청했다. 만 28세가 된 2021년 이후 병역 연기가 불가능해지자 서울지방병무청에 ‘추후 입영을 충실히 하겠다’라는 내용의 서약서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비, 나플라, 김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모두 동의하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라비에 대해 “원래 4급 사회복무대상자였고, 이 사건으로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뇌전증 병역 판정은 그 특성상 진단만 받으면 7급 대상자가 돼 병역 연기가 되고, 진단으로부터 2년만 지나면 병역 면제 처분이 된다. (하지만) 병역 면제가 되기 전에 사회복무를 하겠다고 자원했다. 그런데 기존 판정과 동일한 급수인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아 6개월째 복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라비)은 연예인일뿐만 아니라 회사 임직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잘못된 판단을 했다. 반성하고 깊은 부끄러움 느끼고 있다”면서 “누군가에게는 20대의 젊은 시절이 인생의 정점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직업적 생명이 마감된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러한 점을 참조해달라”고 덧붙였다.

라비는 최후 변론에서 “당시 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였다. 코로나 이전 체결한 계약이 코로나로 이행이 늦춰지고 있었다. 입대를 한다면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복무 연기가 간절해 어리석고 비겁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라비는 “더욱 부끄러운 점은, 제 선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었다. 이제는 모든 생각이 제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였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재판을 받으며 제 잘못이 얼마나 큰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저의 잘못과 이로 인해 생기는 모든 비판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반성의 뜻을 전했다.

라비는 그러면서 “오랜 시간 저를 사랑해 준 분들에게 면목이 없고 진심으로 죄송하다. 저로 인해 상처받았을 뇌전증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 평생 이 시간을 잊지 않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라비는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지속해서 병역을 미루다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21년 3월 구씨를 만나 허위 뇌전증 진단을 통해 5급 면제를 시도했다.

라비는 이른바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에 따라 적극적으로 허위 뇌전증 환자같은 연기를 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약을 추가 처방받아 뇌전증 의심 소견이 적힌 병무용 진단서를 받았고, 2021년 6월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 면제를 시도했다. 라비는 김 대표에게 이 사실을 전달받고 “굿, 군대 면제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라비는 적정양의 뇌전증 약을 복용해 실제로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냈고, 지난해 5월 5급 면제 판정을 받았다가 그 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돼 10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라비와 같은 소속사인 나플라는 2016년 첫 신체검사에서 2급을 받은 뒤 여러 차례 병역을 연기하다 2020년 10월 재검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4급 판정을 받았다.

한편 나플라는 2021년 2월 더는 병역 연기가 불가능해져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구씨의 조언에 따라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가장해 사회복무요원 분할 복무를 신청했다.

당시 나플라는 서초구청 담당 공무원과 면담하면서 정신질환이 극심해져 자살 충동이 생긴다며 복무가 불가능한 것처럼 꾸며냈다. 이후 서울지방병무청 담당자와 서초구청 공무원들은 나플라가 서초구청에 출근한 적이 없는데도 정상 근무한 것처럼 일일 복무상황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조기 소집해제를 돕기로 공모했다.

이날 공판에서 나플라는 “입대로 인해 활동이 중단되면 어렵게 쌓아온 인기가 모두 사라져버릴까 봐 너무 두려웠다”며 “제 잘못을 모두 인정한다. 단 한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반드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와 소속사 대표 김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나플라와 서초구청·병무청 공무원을 구속기소 했다. 브로커 구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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