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불펜' 고효준 "공 하나의 소중함, 더 빨리 깨달았다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베테랑의 시간은 조금 더 빨리 흐른다.
'불혹'이 된 1983년 2월생 고효준(40·SSG 랜더스)도 "올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2004년생 송영진, 이로운을 보면 정말 대견하다. 그들에게는 정말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부럽기도 하다"며 "22년째 프로에서 뛰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더라. 그래서 더 공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고효준이 소중하게 던지는 공 하나하나는 SSG의 승리로 이어진다.
고효준은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를 올렸다. 3⅓이닝을 볼넷 없이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평균자책점도 0이다.
지난해 통합우승(정규시즌 1위·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SG는 올 시즌도 5승 1패로 10일까지 선두를 달린다.
SSG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진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76(23⅔이닝 13피안타 4실점 2자책)으로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랐다. 시즌 전 예상과 다른 결과다.
신인 송영진(4⅔이닝 무실점), 신예 백승건(3이닝 무실점), 마무리 서진용(4이닝 무실점)의 호투도 빛났지만, 올 시즌 KBO리그 투수 중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고효준의 역할도 컸다.
최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고효준은 "사실 시범경기(5경기 5이닝 1피안타 무실점)보다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개막전(1일 KIA 타이거즈전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치른 뒤에는 '모의고사 잘 보고, 수능을 망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급박한 순간에 등판해 홀드를 챙기고도 고효준은 만족하지 않았다.
개막전을 실점 없이 막고도 반성한 고효준은 이후 3경기에서는 아예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최근 3경기에서는 2⅓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는 위력투도 펼쳤다.
고효준은 호투의 비결을 '깨달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느낀다. SK 와이번스(SSG 전신)에서 함께 뛸 때 김성근 감독님이 자주 말씀하신 '일구이무'(一球二無)의 뜻을 이제야 완벽하게 이해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구이무는 '화살이 하나만 있고 둘은 없다', 즉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고사성어 '일시이무'(一矢二無)에서 따온 말로 공 하나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다.
고효준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 예전에는 '이번에 망치면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이 공 하나가 내 투수 인생의 마지막 공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던진다"고 덧붙였다.
SSG 불펜 투수들의 멘토 역할도 하는 고효준은 "나보다 스무 살 가까이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서 씩씩하게 던지는 걸 보면 정말 대견하다"고 흐뭇한 표정으로 웃으면서도 "지금 내가 느끼는 공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우리 후배들은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나도 20대에 지금과 같은 생각을 가졌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가진 투수가 되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효준이 마운드 위에서 펼치는 역투는, 말보다 귀한 충고가 된다.
고효준은 2020시즌 종료 뒤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됐고, 2021년 3월 1일에 LG 트윈스와 계약했다.
2021시즌 종료 뒤 LG와 재계약에 실패한 고효준은 2022년 1월에 SSG와 계약했다.
지난해 고효준은 45경기에 등판해 1승 7홀드 평균자책점 3.72로 활약하며 팀이 개막전부터 정규시즌 종료일까지 1위를 지키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는 데 공헌했다.
한국시리즈에도 2경기에 등판해 1⅓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통합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SSG는 고효준과 지난해 연봉 4천만원에서 4천500만원 인상한 8천500만원에 재계약했다.
고효준은 "포기하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고 웃으며 "올해 살아남은 것에 만족하면 내년 시즌을 장담할 수 없다. 올해 목표는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며 "베테랑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나이가 든 투수도 팀에 도움이 된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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