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내기 윷놀이하다 이웃 방화 살해···치밀한 '보험 살인'이었나

피의자 A씨, 피해자 B씨 생명보험 가입
2억원 상당 보험금 수령인 A씨 지정 확인

[서울경제]

돈내기 윷놀이를 하던 이웃의 몸에 불을 질러 살해한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계획 살인으로 파악됐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11일 살인 혐의로 입건한 60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4일 전남 고흥군 녹동 한 마을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동네 선후배 관계인 B씨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사건 약 4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사망했다.

경찰은 중화상 환자가 숨진 이 사건이 일반적인 변사가 아닌 강력 사건으로 판단했다.

A씨는 사건 당일 119상황실이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차를 몰아 B씨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경찰은 B씨가 사고를 위장한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내기 윷놀이로 돈을 딴 B씨가 자리를 뜨려 하자 다툼이 벌어졌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체포한 직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보완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이웃 관계인 B씨에게 생명보험을 가입시키고, 2억원 상당인 상해사망 보험금 수령인을 자신으로 지정한 경위를 파악했다.

B씨는 이혼한 아내, 자녀 등 가족과 별다른 교류나 왕래 없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B씨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담뱃불을 붙이던 중 실수로 불이 붙었을 뿐 살인에 고의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한 차례 검찰에서 반려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