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성별과 관계없다”…최강야구 ‘트라이아웃’ 66m, 가장 낮지만 가장 위대한 기록 [SS인터뷰]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66m.
멀리 던지기 100m를 넘긴 이도 즐비한 가운데, 66m는 분명 짧은 기록이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담대한 마음으로 가장 힘차게 던졌다. 207명의 참가자 중 가장 낮은 기록이지만, 시청자의 마음속엔 가장 위대한 1등 기록이다.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시즌2가 지난 10일 처음으로 전파를 탔다. 이날 신입 멤버 3명을 충원하기 위해 선발 테스트인 ‘트라이아웃’이 진행됐다. 1차 서류 합격자 207명이 참가한 가운데 유일한 여성 지원자 박주아는 여러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왔다.
독립리그, 프로야구 출신 선수가 즐비한 곳에 큰 용기를 갖고 참가한 유일한 여성 지원자, 이제 만 19세 야구 국가대표 유격수 박주아가 던진 66m 거리의 공은 그렇게 시청자로부터 ‘합격공’을 받게 됐다.
방송 후 박주아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JTBC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자막으로 ‘최강야구’ 트라이아웃 공고가 보였다. 처음에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뒤이어 ‘성별·나이 불문’ 자막이 나오더라. 남자만 신청하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그 자막 때문에 마음을 먹게 됐다”고 참가 스토리를 밝혔다.
박주아는 “1차 서류에서 지원자 절반을 떨어트렸다고 들었다. 서류 과정에서 ‘최강야구’ 작가님으로부터 전화가 와 ‘여자야구 선수가 있다는 걸 방송으로도 보여주고 싶다. 꼭 와줬으면 한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최종적으로 나가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고민도 있었다. 행여나 자신의 결과 때문의 여자야구에 대한 인식이 되레 좋지 않아질까 봐 걱정도 됐다고. 박주아는 “그렇지만 그건 방송 후의 결과고, 일단 도전을 하는 게 멋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작가님께 전화가 와서 지원한 여성이 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트라이아웃에 붙어서 ‘최강야구’를 뛰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이 기회에 여자야구 선수도 있고, 여자야구 선수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3월 초순, 쌀쌀한 날씨.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1차 트라이아웃이 진행됐다. 박주아는 남성 참가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동등한 테스트를 거쳤다. 프로 출신 선수들,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선수들 사이에서 주눅도 잠시 들었다 했다. “구장에 내리자마자 본 선수가 강리호(전 롯데)선수였다.” 하필 박주아가 처음 본 사람은 당시 프로야구 현역 선수였던 강리호인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수준 높은 지원자들에 위축도 됐지만, 마음을 몇 번이고 굳게 다잡았다.
방송에선 편집됐지만, 이날 박주아는 박용택 해설위원에게 캐치볼 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는 아쉽게도 탈락. 그렇지만 박 위원은 테스트 후 박주아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건넸다. “박용택 위원님이 내게 다가와 ‘끝내 합격공을 받진 못했지만, 직접 받아보니 정말 볼 끝에 힘도 좋고 잘하더라. 여자 선수 기준으로 봤을 땐 최고의 선수지만, 냉정하게 판단하다 보니 최종 라운드까진 아쉽게 됐다. 그렇지만 도전한 용기가 대단하다’라고 해주셨다. 감사하다.”
여자야구 대표팀 정근우 야수 코치도 박주아를 살뜰하게 챙겼다고. 3월 초는 박주아가 아직 2023년도 여자야구 국가대표에 최종 발탁되기 전이다. 그렇지만 대표팀 선발전에 참여한 박주아를 유심히 지켜보던 정근우 코치가 그를 기억하고 트라이아웃 내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줬다.
박주아는 “내가 트라이아웃에 나가는 걸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정근우 코치님에게만은 나가기 직전에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전날에 연락 오셔서 ‘내일 잘해라’고 한마디 하셨다. 가서도 정 코치님이 팔 상태는 어떠냐며 여쭤봐 주시고 많이 챙겨주셔서 의지가 됐다. 정 코치님께서 계속 아는 척해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줬다”며 또 한 번 감사를 전했다.
박주아의 바람은 하나다. 바로 여자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박주아는 “‘최강야구’에 얼굴을 비춤으로써 여자야구에 대한 약간의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앞으로 있을 여자야구 국제대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그 관심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주아는 지난 2020년도부터 4년째 국가대표에 발탁되며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벌써 4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대유행)으로 국제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올해 처음으로 국제 무대에 나선다.
대표팀은 오는 5월 21일 홍콩에서 열리는 2023년도 여자야구 아시안컵(BFA컵)에 출전한다. 대표팀의 첫 경기는 5월 26일. 아시아 12개국이 참가하며 4위 이내에 들면 오는 8월 열리는 세계야구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다. 대표팀의 목표는 은메달(2위). 종전 최고 기록이 2017년 BFA컵 동메달(3위)이었으니, 이번에 기량이 만개한 대표팀이 초호화 코치진과 함께 역대 최고 성적을 향해 달린다.
“대표팀 4년 차인데, 4년 만에 처음으로 나가는 국제대회다. 프로야구 레전드 출신인 양상문 감독님, 정근우 이동현 정용운 허일상 코치님과 함께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대표팀 기량도 올해가 가장 최고인 것 같다. 이번 국제 대회에 아시안컵 4위 내에 들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내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되는 모든 부분은 다 하고 싶다.” 박주아가 힘줘 말했다.
박주아는 오늘도 ‘최강야구’에 지원할 때 짜낸 용기를 다시 한번 내본다.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대학교 1학년 신입생,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도 꾹 참고 박주아는 달린다, 꿈을 향해.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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