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앞에서 며느리 머리채 잡은 할머니, 아동 학대일까

손녀들 앞 며느리 폭행·폭언한 할머니
法, 아동학대 혐의 벌금 200만원 선고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해 끼쳤다고 판단"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어린 손녀들 앞에서 며느리에게 욕설을 하며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든 할머니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할머니가 손녀들의 정신 건강을 해쳤다고 판단해 아동학대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7단독 전일호 부장판사는 A씨(68)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5월 손녀 2명(당시 4살·5살)이 보는 앞에서 며느리 B씨(35)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A씨는 지난해 4월 B씨가 “술을 그만 마시라”고 요구하자 “개 XXX”, “XX”라는 등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B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장면을 손녀들이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또 같은 달 늦잠을 잤다는 이유 등으로 손녀들을 종이 막대기로 때리거나 윽박지르기도 했다.

A씨는 손녀들에게 저지른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손녀들이 보는 앞에서 며느리를 폭행한 것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가 손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폭언·폭행을 해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나 정서적 발달에 해를 끼쳤다고 판단해 A씨의 정서적 학대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반성하고 B씨 모녀와 합의한 점, B씨가 이혼을 통해 친권과 양육권을 넘겨받은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선영 (bliss24@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