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출기밀에 "우크라 봄 대반격 성공 어렵다"…협상론 힘받나
우크라군 병참부족 지적…"美, 우크라에 기대치 낮출 것 조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의 이른바 '춘계 대반격' 계획 성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실이 기밀문건 유출로 드러나면서 협상론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유출된 미 정부 문서 중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춘계 대반격 작전을 분석한 '1급 기밀(top secret)'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2월 초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필요한 병력과 탄약, 장비를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 차단 등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인원과 군수물자가 부족한 까닭에 작전을 벌이더라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수준의 영토 회복'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 문서는 러시아군이 대규모 참호를 건설하는 등 방어선을 굳힌 데다 "우크라이나군의 훈련 및 군수물자 공급 부족이 진격을 어렵게 하고 사상자 수를 더욱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해당 문서에는 '휴민트'(인적 네트워크)와 '시긴트'(SIGINT·신호정보)를 모두 활용해 작성됐다는 표기가 돼 있었다. 시긴트에는 도·감청 등으로 확보한 정보가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ODNI와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은 언급을 거부했다.
WP와 접촉한 미 당국자들은 NSC가 최근 미 의회에 보고한 별개의 보고서에도 우크라이나군이 작년 가을 대대적 반격에 성공해 불과 수주 만에 3천㎢에 이르는 영토를 되찾았던 것과 같은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분석이 담겼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이러한 분석결과가 나온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 기대치를 낮출 것을 조언해 왔다고 WP는 보도했다.
3월 중순에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측 카운터파트와 전화 통화를 했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군당국자들이 춘계 대반격 관련 도상훈련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해당 훈련에선 전선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지나치게 분산되고 보급선이 취약해진다는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관련 사정에 밝은 미 당국자들은 말했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해당 문서에 담긴 이러한 지적에 "일부 사실이다"라고 시인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서방이) 약속한 (무기) 체계의 인도가 늦어지면서 새로 구성된 부대들의 훈련과 반격공세 전체가 지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미 정부 기밀문건 유출에도 우크라이나군의 춘계 대반격 계획이 위태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탄약 부족 문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 주변 지역 등을 겨냥해 반격을 준비 중이란 것도 작년 11월부터 널리 알려졌던 내용인 만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구체적인 전술은 언제든 바뀌는 것이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대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CNN 방송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미 정부의 기밀 유출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군이 군사계획 일부를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심각한 손실을 겪은 러시아군도 사기 저하와 장비 부족에 시달리는 등 사정이 좋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유출된 미 정부 문건들은 서방의 대규모 군사원조에도 우크라이나군 지휘관과 병사 다수가 "러시아와의 싸움으로 병력과 장비가 고갈됐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다수인 러시아군에 유리하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WP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십억 달러를 지원해도 교착된 전선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미 정부의 분석은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우크라이나 원조에 회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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