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투약에 2만원… 값싼 마약 어디에서 만드나? [이슈+]

김희원 2023. 4. 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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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양귀비 재배…GDP의 12%가 아편 산업
지리적 이점으로 세계 ‘마약 허브’ 된 도미니카공화국
종합마약물류센터 멕시코, 美에 대규모 ‘펜타닐’ 공급
아시아 마약 중계국 라오스…필리핀 경찰도 마약 판매

예전에 마약은 ‘부자들의 일탈’로 여겨졌다.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가격도 비쌌기 때문이다. 그랬던 마약은 이제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그리고 싸게 구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젊은층에 넓게 퍼진 마약 관련 뉴스는 연일 큰 충격을 준다. 필로폰 1회 투약분 가격이 2만원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하니 ‘피자 한 판 값이면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가격이 싸다는 것은 공급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체 이 많은 마약은 어디에서 만들어져 국내로 들어올까. 지난해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간한 보고서를 토대로 세계 주요 마약 생산국 현황을 알아본다.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압수한 마약 등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아프가니스탄

‘아편대국’으로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은 아편과 헤로인의 원료인 양귀비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한다. 세계의 불법 아편과 헤로인 원료의 9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UNODC에 따르면 2021년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관련 경제 규모는 1800만∼2700만달러 사이였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국내총생산(GDP)의 12%가량을 차지하는 숫자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군자금 충당을 위해 양귀비 재배를 해오다가 지난해 4월부터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유엔 UNODC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양귀비 재배 면적은 23만3000㏊로 역대 세번째로 넓었다. 오랜 내전과 미국의 제재 등으로 경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국민들이 수익성이 높은 양귀비 재배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 볼리비아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나무는 콜롬비아에서 페루, 볼리비아까지 이어지는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에서 자생한다. 그중 볼리비아는 매년 1만t가량의 코카인을 생산해 전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UNODC는 추산하고 있다. 코카인은 대마초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불법 물질이다. UNODC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코카인 재배량이 35% 급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카인 가격은 1g에 약 10만원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며, 미주와 유럽 일부 부유층에 수요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 브라질

브라질은 1990년대까지 전 세계 마약 시장에서 비중이 미미했다. 그러나 이후 브라질에선 마약 밀매, 특히 코카인의 생산과 밀매가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브라질은 볼리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코카인 생산국이 됐다. 매년 2000MT(메트릭톤)의 코카인 등 불법 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UNODC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항구에서는 남미에서 생산된 코카인을 고속정, 드론(무인기) 등을 통해 운반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22년 콜롬비아의 경찰들이 한 마약 관련 시설을 불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4. 콜롬비아

콜롬비아는 코카인의 주원료인 코카잎의 최대 생산지다. 콜롬비아는 매년 1만4000MT의 코카잎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차지한다. 콜롬비아는 코카잎 생산뿐 아니라 코카인 수출로도 전세계 순위권을 다툰다. 최근엔 잠수함이나 선박을 통해 전 세계로 코카인을 공급한다. 이달 초에는 콜롬비아에서 출발해 부산신항으로 들어온 선박에서 코카인 35㎏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는 1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1000억원 상당이다.

5. 도미니카공화국

도미니카공화국은 세계 최대의 대마초 수출국이다. 도미나카공화국의 아열대기후는 대마초 생산에 최적이며 당국 규제는 느슨한 편이다. 지난해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대마초 128g을 차(茶)로 위장해 특송물품으로 한국으로 들여오려던 외국이 4명이 인천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대마초 생산뿐 아니라 남미에서 생산된 코카인, 펜타닐 등 마약을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운반하는 ‘마약 허브’로 급부상했다. 남미와 북미 사이 카리브해에 있으며 유럽으로 통하는 대서양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 주요 항구인 카우세도항에서 대규모 마약 운반책이 자주 적발된다. 지난해 초에는 코카인 1.6t을 싣고 바나나 컨테이너로 위장한 선적이 적발되기도 했다.

6. 라오스

라오스는 ‘크리스탈’ ‘아이스’ 등으로 불리는 품질 높은 필로폰을 생산한다. 필로폰은 마약 중에서도 중독성이 강한데, 라오스가 세계 공급량의 40%정도를 생산하는 것으로 UNODC는 추정하고 있다. 라오스는 헤로인의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암페타민계열(ATS)의 다양한 신종 마약도 라오스를 경유해 제 3국으로 수출된다. 라오스가 아시아 내 마약 중계국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넘치는 공급 때문에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마약을 살 수 있어 젊은층의 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스를 거친 값싼 마약은 한국으로도 보내진다. 충북 청주지검은 지난해 라오스에서 필로폰 3.2㎏(약 8억원어치)을 국제우편으로 들여오려던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마약 카르텔이 사용한 멕시코의 티후아나와 미국의 샌디에이고를 잇는 지하 터널 모습. 미국 국토안보부 제공
7. 멕시코

멕시코는 전 세계의 다양한 불법 마약 물질이 모이고 나가는 곳이다. 악명높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세계 마약 밀매 산업의 주요 행위자로 활동한다. 멕시코 카르텔은 대마초를 재배, 밀매하며 전 세계 불법 대마초의 약 60%를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멕시코는 연간 5000MT의 헤로인을 생산하기도 한다. 멕시코 카르텔은 아편과 헤로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도 불법 재배한다. 한 마디로 ‘종합 마약 허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일명 ‘좀비 마약’ 펜타닐도 멕시코에서 제조되어 미국에 공급되고 있다. 미국의 제재 요청에 최근 멕시코 대통령은 자국 마약 조직 눈치를 보며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측에 책임을 돌렸고, 중국은 “마약 문제는 각 국가의 책임”이라며 반발했다. 

8. 나이지리아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아프리카는 세계 불법 마약 시장에 대량의 대마초를 공급한다. 또 필로폰의 주요 공급처이기도 하다. 나이지리아는 매년 약 500MT의 마약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합성 환각제인 디메틸트립타민(DMT)을 함유한 허브 양조주인 아야와스카(Ayahuasca)도 나이지리아에서 밀매되는 주요 마약이다. 아야와스카는 주로 종교 의식에 사용된다.

9. 필리핀

필리핀은 연간 약 500t의 필로폰과 1500t의 헤로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지역 경찰과 마약 조직의 유착이 심각해 제대로 규제되지 않았다. 지난해 헤르난디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취임 후 마약 조직과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경찰 고위직이 십수명에 달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관할하는 경찰서 내에서도 마약을 판매하는 대담한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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