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흥정시대]깎고 깎는 요즘 아파트 시장 

채신화 2023. 4. 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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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떨이' 서울서도 할인분양 35%
수분양자는 중도금대출금리 할인요구
둔촌주공은 이주비금리 할인 요구까지
15% 깎아도 안팔리면 35%.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자 사업주들은 눈물의 할인분양에 나서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고금리에 시달리며 중도금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분양시장 곳곳에서 가격 흥정이 이뤄지는 상황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깎아드려요(깎아주세요)'

아파트 시장에 '할인' 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사업자는 수억원짜리 아파트의 분양가를 깎아주고, 수분양자들은 중도금대출 등 집단대출 금리 할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집값 하락기에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이기 위해 공급자도 수요자도 발을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서울도 예외아냐' 분양가 35% 할인

최근 지방과 수도권 할 것 없이 곳곳에서 할인 분양을 통해 '미분양 털이'에 나선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분양 기간이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할인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칸타빌 수유팰리스'(216가구)다. 이곳은 지난해 2월 최초 분양했지만 1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상당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 단지는 LH가 지난해 말 임대사업을 위해 전용면적 19·24㎡ 총 36가구를 15%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으나 나머지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았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분양가'를 지적하면서 반감이 높아졌다.

이에 할인율을 35%까지 확대해 이달 10일부터 총 134가구의 무순위청약을 실시했다. 전용 78㎡ 기준으로 최초 분양가는 10억3840만~10억8840만원이었는데 이번엔 6억5400만~7억4600만원으로 분양한다. 분양가를 최고 4억원 가까이 낮춰 분양하는 셈으로 그야말로 '대폭 할인'이다. 

'미분양 전국 1위'인 대구에서도 할인 분양 현상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5월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만촌 자이르네'는 올해 1월 입주하고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지난달부터 할인 분양을 실시중이다. 최초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0억6748만~11억5654만원이지만 현재는 최고 25% 할인한 8억61만~9억5878만원에 공급한다. 

대구 달서구에서 지난해 11월 공급한 '두류역 서한포레스트'도 같은 평형 기준으로 최초 분양가가 6억3625만~7억2068만원이었으나, 현재는 약 15% 할인한 5억6498만~6억3775만원에 분양중이다.

올해 '할인 분양' 나선 주요 아파트 단지들./그래픽=비즈워치

경기권에서도 미분양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양시에서 최초 분양한 '평촌 센텀퍼스트'는 전용 84㎡ 기준 10억3100만~10억7200만원에 분양했으나 현재는 10% 할인한 9억1170만~9억6480만원에 분양한다. 

이들 단지 모두 미분양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자 '눈물의 할인 분양'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수분양자로부터 중도금을 받아야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고 '미분양' 낙인이 찍히면 향후 새로 분양하는 단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부동산 침체기가 이어질수록 이같은 양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방 위주로 나타났던 할인 분양이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악성 미분양'으로 넘어가지 않으려면 수요자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등은 물론이고 할인 분양까지 염두에 두는 사업장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에 발 구르는 수분양자들

수요자들도 '할인'을 외치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집값은 떨어지고 분양가는 높은데 중도금대출 금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규제 완화로 분양가에 관계없이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금리가 변수가 됐다. 

시중은행의 중도금 대출금리는 6%대까지 오른 상황이다. 중도금 대출 금리는 단지별 사업성, 시공사 신용등급 등을 반영해 책정하다보니 미분양 위험이 큰 지역일수록 이자 부담이 크다.

중도금 가산금리 인하 및 시스템 개편에 관한 청원./자료=국민동의청원 화면 갈무리

더군다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자 은행들이 중도금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은 가산금리를 높게 책정해 단지별·지역별로 중도금대출금리가 최대 2%포인트 벌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지난달 3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등록된 "지역별·건설사별로 가산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현 시스템의 개편과 선택권 없이 중도금 대출을 떠안아야 하는 서민들을 위해 높은 금리로 차등 적용된 가산금리를 인하해달라"는 청원엔 현재 동의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이주비 대출 금리 인하 요구도 나온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이주비 대출 이자가 높다며 은행들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단지의 이주비 대출은 6.88%다. 

조합 측은 집단 민원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현 금융부동산 시장을 봤을 때 금리 인하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이나 이주비 대출은 개인의 신용이 아닌 단지의 분양 가능성, 사업성, 사업 주체의 신용등급 등을 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가계대출이 아닌 사업자대출로 봐야 한다"며 "시스템 개편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건설사 자금 사정이 불안한 시기이기 때문에 상당히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아서 수분양자들이 거부할 경우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영세 사업장은 공사 등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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