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후쿠시마서 기준치 14배 우럭"…피폭량 얼마나?
최근, '한일 관계' 문제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강제 징용 배상 문제를 시작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정치권에서 다양한 말이 쏟아집니다. 반일 감정과 진영 논리가 얽히고설키며 사안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자연히 허위, 과장, 왜곡 정보도 많아졌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한일 관계와 관련된 현안들을 집중 팩트체크하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과 이웃한 한국은 우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저지 대응단'을 꾸리고, 적극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습니다. 후쿠시마 현지를 찾기도 했습니다. 대응단 위성곤 단장은 최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사능이 기준치의 14배를 넘는 우럭이 잡히고 있다"면서, 상황이 심각한데도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괴담 유포'라고 맞섰습니다.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기준치 14배가 넘는 우럭이 잡혔는지, 또 기준치를 넘는 수산물이 자주 잡히는지, 나아가 이런 수산물들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금까지 방사능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확인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기준치 14배 우럭이 잡혔을까
먼저, 기준치 14배의 우럭이 잡혔는지 팩트부터 확인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1월 현지 보도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Bq(베크렐)은 1초에 방사선이 몇 개 나오는지 그 양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100Bq/kg은 어떤 물질 1kg에서 1초에 방사선이 100개 나온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본은 식품의 경우 방사성 물질인 세슘의 기준치를 1kg에 100Bq로 잡고 있습니다. 이 기준치는 한국도 같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1,200Bq/kg, 유럽연합(EU)은 1,250Bq/kg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기준치 14배가 넘는 우럭이 잡혔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기준치 넘는 물고기, 얼마나 자주 잡힐까
위의 기준치 14배 검출 사례는 후쿠시마 어업협동조합이 자체적으로 하는 검사에서 나온 겁니다.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 검사 결과를 찾아봤습니다.
후쿠시마현 홈페이지에서는 방사능 사고 이후, 채소나 과일, 곡식, 육류, 해산물, 가공 식품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검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수산물을 기준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방사능 기준치를 넘은 수산물이 얼마나 잡혔는지, 사실은팀이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폭발 사고 직후 1~2년 동안에는 수산물 오염 정도가 심각했습니다. 이듬해인 2012년 기준으로 보면, 6,299건 검사했는데, 808건이 기준치 이상이 나왔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13%, 10건 검사하면 1~2건은 기준치 이상 수산물이 나왔다는 뜻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염 물질이 바다로 퍼져나가고, 한편으로는 방사성 물질이 바다 밑으로 침전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반면, 덩달아 검사 횟수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2015년 쯤에는 만 건 이상 검사했는데, 지금은 표본 수가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검사한 수산물 가운데 기준치 이상 결과가 나온 경우만 추려 정리했습니다. 일본 정부 공식 검사 기준, 세슘-137이 가장 많이 나온 경우는 2019년 3월 곤들매기로 337Bq/kg이 검출됐습니다.
반면, 한국의 수산물에서는 소량이라도 세슘이 검출되지 않습니다.
기준치 넘는 수산물,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다면, 논란이 된 '기준치 14배 우럭'을 먹었을 때, 과연 우리 몸은 어느 정도 피폭될까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려면 베크렐(Bq) 단위로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베크렐은 1초에 몇 개의 방사선이 나오는가에 대한 단순 개수 단위라서, 에너지의 크기를 의미하는 시버트(Sv) 단위로 바꿔야 합니다. 세슘-137의 '선량환산계수'를 통해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아까 발견된 기준치 14배의 우럭을 하루에 200g씩, 1년 365일 내내 먹을 때, 내 몸이 받는 방사선량은 얼마나 될까요. 세슘-137의 경우, 100일 정도면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70년 내내 머물러 있다고 매우 보수적으로 가정했습니다.
위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 1.33mSv 정도 피폭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우리 몸은 흉부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 최대 0.1mSv, 흉부 CT 한 번 찍을 때 최대 10mSv 정도의 방사선량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위험할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정도 수치가 우리 몸에 얼마나 위험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방사선량 '안전 기준'은 1년에 1mSv 정도입니다. 1년에 1.33mSv 정도 피폭되는 걸로 나왔으니 위험하다고 말해야 할까요.
먼저, 1년에 1mSv라는 '안전 기준'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 역사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방사능 피폭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은, 역설적이게도 방사능 위험성에 대한 어느 정도 근거를 제공해 줬습니다. 과학자들은 생존자 8만 명을 대상으로 방사능을 얼마만큼 받아야 암과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실험 동물과 인간에서 대부분의 종양 유형 위험의 유의미한 증가는 약 100mGy(mSv) 이상의 선량에서만 감지될 수 있다.
For most tumour types in experimental animals and in man a significant increase in risk is only detectable at doses above about 100mGy(mSv).
-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UNSCEAR 2000 REPORT Vol. II」, 부록 G, 2000, p.159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안전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1~2주에 100mSv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100mSv 이하는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암과의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늘 자연 방사능을 받고 살아갑니다. 자연 방사선이든 인공 방사선이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습니다. 한국인이 받는 평균 자연 방사능은 한 해 3.1mSv 입니다. 지각에 화강암이 많아서 세계 평균 2.4mSv보다 높은 편입니다. 자연 방사능은 우리가 살면서 계속 받아야 할, 조절 불가능한 방사능입니다.
또,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 항암 치료와 더불어 3대 암 치료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선을 받는데, 이것 역시 피할 수 없습니다. 일단 병이 낫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제 원자력 단체들은 자연 방사선이나 의료 방사선 같은 조절 불가능한 방사선 말고, 인위적인 인공 방사선 만큼은 어떻게든 기준을 만들어 관리해보기로 합니다. 암과의 상관 관계가 밝혀진 게 1~2주에 100mSv 이상이니까, 넉넉하게, 매우 보수적으로, 인공 방사선 만큼은 1~2주가 아니라 1년으로, 노출량은 1mSv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 보자는 권고가 나왔습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2007년 발표한 ICRP No.103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연간 1mSv를 기본안전기준(Basic Safety Standards)라고 부릅니다. 엑스레이 10번 찍는 정도의 방사선량입니다. 이는 1년에 1mSv 넘지 않게 '관리'하자는, 이른바 '목표' 기준에 가깝습니다. 달리 말하면, 안전성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방사선량을 받는지 간단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그렇다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용 정리해 보겠습니다. 후쿠시마 수산물에서 기준치 이상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준치 14배 이상의 우럭을 1년 내내 매일 200g씩 먹는 극단적 가정에서도, 흉부 CT의 8분의 1수준의 방사선량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순간적으로 100mSv 넘게 받아야 고형암과 상관 관계가 입증된다는 연구 결과가 연간 1mSv의 안전 기준으로 이어진 만큼, 1mSv 이상 받는다고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방사능 공포는 마냥 과장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 상황은 안전한 걸까요.
100mSv 이하의 낮은 방사선량 영역에서는 건강상의 그 어떠한 영향이 있다고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작은 방사선량에서도 암 발생 확률이 있다고 가정하고, 방사선량과 암 발생이 비례한다는 가설(을 채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 2019년 7월 29일, p.3
이런 생각은, 한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분쟁 당시, 세계무역기구(WTO) 판정문에 잘 담겨 있습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자, 일본 정부는 수입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2015년 5월 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습니다. 한국은 원심에서는 졌지만, 2심에서는 이겼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요. WTO는 판정문에서 단순히, 지금까지 식품 오염 정도가 아니라, 오염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영토적 조건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즉, 일본이 몇 개의 샘플 측정 결과를 근거로 안전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오염 가능성을 상쇄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일본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러 수치와 데이터가 표면적으로 타당해 보여도, 방사능 문제 만큼은 그 '위험 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히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유례 없는 폭발이었기 때문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을 지도 모르고, 이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만약에 대비해 수입 금지 조치를 하는 게 타당하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과학은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사례를 통해 1~2주에 100mSv의 방사선량을 받으면, 유의미한 고형암 증가가 입증된 건 사실이지만, 그 아래 수치는 여전히 확인된 게 없습니다. 더군다나 방사능 피폭 영향이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연구해야 할 게 많습니다. 어떤 과학자도 "이 정도 방사선량이면 안전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 되는 이유입니다.
팩트체크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부터는 판단의 영역이며, 판단은 곧 정치의 몫입니다.
분명한 것은 정치의 의사 결정은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포심 역시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는 점입니다. 방사능은 눈 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정무적으로 참고해야 할 사안도 여럿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 될 때 혹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이 재개됐을 때, 공포심 때문에 고기 소비량이 줄어들면 안 그래도 어려운 우리 어민들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산업에 미칠 영향도 두루 고려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어민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7148209 ]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①편 : [사실은] "한국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일본 주장, 따져봤습니다
[ https://news.sbs.co.kr/n/?id=N1007137286&plink=TITLE&cooper=SBSNEWSINFACT ]
(작가 : 김효진, 인턴 : 여근호, 염정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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