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청약건수 ‘0’ 실화냐”…분양 성수기에 ‘난리난’ 이 지역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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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성수기 무색
미분양 증가로 분양 연기 속출
대구에서는 ‘환매 조건’ 사업장 등장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대구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 = 연합뉴스]
지방 분양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봄은 전통적으로 분양 성수기로 평가 받지만, 청약 미달 속출에 미분양 증가까지 겹치면서 분양을 연기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공급 예정인 물량은 총 42개 단지, 3만7457가구다. 전월 예정 물량 일부가 4월로 연기된 데다 봄 성수기를 맞아 전반적으로 물량이 늘었다.

지역별 공급물량을 보면 서울·수도권에 분양이 집중된 반면, 지방은 신규 공급이 크게 감소했다.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수도권(경기 1만7832가구·인천 3541가구·서울 3283가구)이 2만4656가구로 전체 물량의 65%를 차지한다.

지방에서는 1만2801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강원이 2723가구로 가장 많다. 이에 비해 미분양 우려가 커진 대구·대전·세종·울산·전북·경북 등 6개 지역은 이달 분양 계획이 없다.

특히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대구는 지난 1월 대구 동구에서 분양된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청약 접수 이후 3개월 동안 신규 주택공급이 단 한 가구도 없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총 7만 5438가구 중 지방발(發) 미분양은 6만2897가구(83.4%)에 달했다.

대구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422가구 늘어난 1만3987가구로 나타났고 이어 경북(9074가구)과 충남(8456가구), 경남(4627가구), 충북(4388가구), 울산(4211가구), 전북(4018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방 기준으로 전월보다 12.8% 늘어난 7071가구로 나타났다.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 지역에서는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지난달 분양 실적도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2월 말 조사한 3월 분양 예정 단지는 26개 단지, 1만 9648가구(일반분양 1만5588가구·직방 자료)였는데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14개 단지, 1만1881가구(일반분양 8323가구)에 머물렀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서울·수도권 주요 입지에는 수요 늘어나는 분위기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청약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격 방어가 가능하거나 미래가치가 기대되는 지역 위주로 수요 쏠림이 나타나면서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청약 온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을 연기하는 사업지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값 떨어지면 환매”…눈물의 땡처리 재등장
‘미분양 무덤’ 대구에서는 할인 분양이나 시세가 하락하면 건설사가 다시 사들인다는 조건까지 내거는 환매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시장 침체의 골이 깊었던 2010년대 초 유행했던 ‘미분양 털기 마케팅’이 다시 등장한 것으로, 사업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 공급사들이 고육책을 꺼내들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2025년 입주 예정인 대구 수성구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은 미분양물량 처리를 위해 입주 2년 후 집값이 하락하면 시공사에서 매수하는 환매조건을 내걸었다. 추가 할인조건 등이 적용되면 기존 분양자에게 소급 적용하는 ‘안심보장제’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kcc건설 관계자는 “대구 분양시장이 매우 어렵다 보니 다양한 마케팅 툴 가운데 하나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면서 “현재 시행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매조건으로 계약자를 모집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격조건을 제시하는 곳도 대구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기존 계약자가 미분양 발생에 계약 취소를 요구하며 난동을 피운 ‘모델하우스 난동 사건’으로 유명한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는 17~25% 할인 분양과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기존 분양자 할인 적용 등에 나섰다.

또 달서구 두류동 ‘두류역서한포레스트’는 기존 분양가에서 15% 할인 분양, 수성구 범어동 ‘범어자이’는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등을 내세워 입주 전까지 추가 자금 부담이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수도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 아파텔은 미분양 발생에 계약자에게 최대 2억원까지 할인 분양하는 결단을 내렸다. ‘LH 고가 매입’ 논란이 있었던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초 분양가에서 30% 이상 할인가로 9차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은 건설업계에 미입주물량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미분양 마케팅이 기존 분양계약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건설사가 미분양 할인판매를 할 때 할인액만큼 돌려주지 않아 기존 입주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적잖이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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