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둔화에 한은 금리동결, 기준금리 3.50%

11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서
기준금리 3.50%.. 2월 이어 또 동결
물가둔화+경기침체 우려에 인상 중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02.23. 사진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했다. 지난 2월 23일에 이어 두 번 연속 동결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데다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면서 금리인상을 중단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임시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현행 3.50%에서 동결키로 했다.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7차례 연속 인상한 후, 지난 2월과 4월에는 두 차례 연속 동결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견된 결정이었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5.2%에서 2월 4.8%, 3월 4.2%로 둔화세가 가시화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4.0%로 여전히 높았지만 동결을 택하기에는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통화정책"을 강조하면서 '물가경로(path)'가 예상치에 부합하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4.2%)은 "3월 이후 상승률이 4.5%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전망과 맞아 떨어진다.

경기침체 우려 또한 금리 동결에 힘을 실었다.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 초중반대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2월 경상수지가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 부진도 이어졌다. 한은은 2월 통방 결정문에서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제성장률 또한 고려할 것이라는 얘기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긴축 완화로 접어드는 흐름 또한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부진, 고용 악화 등 잇따른 경기침체 신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조기에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10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한 후 지난 4일 3.60%에서 금리를 동결했고, 지난달 캐나다중앙은행(BoC)은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4.50%에서 동결한 바 있다.

다만 OPEC+ 감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깜짝 원유 감산을 발표하면서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류됐던 공공요금 인상이 단행될 경우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 리오프닝으로 수출이 개선될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시기 등 향후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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