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3.50%로 동결...지난 2월 이어 2연속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대비)은 4.2%였다. 이는 2월(4.8%)보다 0.6%포인트나 낮고,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꾸준히 강조하는 것이 물가의 ‘흐름’이다. 이 총재는 “물가의 흐름이 한은 시나리오를 벗어난다면 추가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물가가 한은의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은의 물가 목표인 2%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경기 우려가 점증되는 것도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 탈출 여부가 확실치 않다. 지난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가계부채 급증세가 이어지는 점, 미국 은행 위기와 고용 둔화 등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움직임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점 등도 금통위가 이번에 금리 동결을 결정한 요인들이다.
한은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기준금리(4.75∼5.00%) 격차는 1.50%포인트가 그대로 유지됐다. 1.50%포인트는 2000년 10월(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연준이 만약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면 미국(5.00∼5.25%)의 기준금리는 한국(3.50%)보다 1.75%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 폭으로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며 한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해 원·달러 환율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를 우려해 한은은 평소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환율 급등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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