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초 EPL 100호골' 대기록 뒤 감춰진 손흥민의 마음고생 "득점왕 압박 컸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득점왕이라는 압박이 컸다."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의 고백이었다. 손흥민은 8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의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10분 팀에 1-0 리드를 안기는 득점을 터트렸다. 토트넘의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이반 페리시치의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손흥민이 자신의 EPL 260번째 경기에서 넣은 100번째 골이다. 2015년 8월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보내는 8번째 시즌에 이 기록을 썼다. 2015년 9월 20일 EPL 데뷔골을 터트린 뒤 2757일 만에 100골을 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 EPL에서 통산 100골 이상을 기록한 건 손흥민이 34번째이며, 잉글랜드 국적이 아닌 선수로는 14번째,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역대 최초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매튜 르티시에(은퇴)와 EPL 통산 득점 공동 33위로 올라섰다.
EPL 사무국은 공식 트위터에 영어와 한국어로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특히 손을 들어 보이는 손흥민의 사진과 함께 '손흥민'이라는 한글 이름을 굵게 배치하기도 했다. EPL 트위터는 골 상황을 전하면서는 '손흥민이 멋진 방식으로 토트넘에 리드를 안겼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EPL은 역대 최다 득점자인 앨런 시어러(260골)를 필두로 손흥민까지 34명의 '100골 클럽' 멤버와 득점수를 모두 나열한 그래픽과 함께 '100골 클럽 가입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100 CLUB)'라는 인사를 더한 트윗도 이어서 올렸다. 토트넘 구단도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0골을 터뜨렸다'고 축하했다.
손흥민은 이 골이 터질때까지 마음 고생이 심했다. 지난 시즌 23골을 넣으며 아시아 최초의 EPL 득점왕을 거머쥔 손흥민은 올 시즌 부진에 빠졌다. 브라이턴전 골까지 리그에서 단 7골에 그쳤다. 물론 부상과 전술적 이유도 컸지만, 이전까지 보여준 손흥민 특유의 긍정적인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그 속에는 '득점왕'이라는 압박감이 있었다. 손흥민은 10일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더드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은 환상적이었다.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나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준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쏘니는 득점왕'이라며 나에게 또 다른 엄청난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더 많은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약해진 득점력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변명하자면 많은 변명거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난 '그건 내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며 변명하는 타입이 아니"라면서 "내가 최고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난 압박감을 좋아하는, 아직 완벽하지 못한 선수다. 아직 발전할 수 있다"면서 "마지막 리그 8경기는 나와 팀에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긍정적으로 상황을 벗어나려 한다. 손흥민은 "(브라이턴전에서 골을 넣은 것처럼) 여전히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고, 더 나은 플레이를 펼치고 싶으며, 득점도 중요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방법으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이 좌절된 토트넘의 현실적인 목표는 4위다. 토트넘은 현재 승점 53으로 5위에 자리해 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 맨유(승점 56)와의 격차는 3이다. 손흥민은 "EPL에서 100골을 달성한 것은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승점 3점을 얻은 것"이라며 "브라이턴은 순위표에서 우리 바로 아래에 있는 팀이다. 브라이턴전 승리의 의미는 크다"고 강조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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