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킬링 로맨스', 감독님이 美쳤어요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격렬한 '호불호' 토론이 벌어질 문제작의 탄생이다. 배우들 역시 작품을 공개하며 '요상했다', '특이하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말이 먼저 나올 정도다. 본 사람들 모두 '과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을지', '나와 웃음 코드를 공유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품게 되는 '킬링 로맨스'다.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다.
시작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책 속 이야기로 못 박는다. '옛날 옛적에' 혹은 '저 먼 나라에서'처럼 현실의 나와는 관련 없다는 거리감을 준다. 영화 전반의 과장된 만화적 연출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구성이다. 구체적인 줄거리로 들어서면 남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여래가 우연히 만난 자신의 팬 범우와 힘을 합쳐 남편 조나단을 제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큰 줄기다. 각종 기상천외한 방법을 떠올리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순식간에 하찮아지는 여래·범우 콤비의 발칙한 살인 모의 과정과 압도적 재력과 무술 능력을 가진 '사기캐' 조나단의 '위기탈출 넘버원'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과정은 정신없이 '병맛' 유머가 쏟아지는 전반부와 함께 시도때도 없이 맥락이 끊기면서도 꾸역꾸역 흘러간다. 정신없는 전개방식이 호불호 1차 관문이다. 마음을 열고 보면 끝까지 웃을 일 뿐이지만, '이게 뭐하는 거야?'라고 따지고 싶어지는 순간 이 관객과 '킬링 로맨스'의 인연은 끝이다.
감독은 '상업영화에서 이런 텐션을 만나도 괜찮은 걸까'싶을 만큼 지독하게 마니악한 웃음 코드를 연출했다. 난데없이 스튜디오에 등장한 타조처럼 '이런 영화가 어떻게 온전하게 이상한 모습으로 여기까지 왔지?' 싶은 작품이다.
하지만 '킬링 로맨스'를 칭하는 'B급 코미디'는 퀄리티와는 관계없다.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것 같아도 뜯어보면 사실 구석구석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장면과 유머들이 엿보인다. 소품 하나까지 각 잡힌 아름다운 비주얼과 선명하고 독창적인 캐릭터가 제멋대로처럼 보이는 극의 중심을 꽉 잡고 있다. 미쳤다기보다는 '美'쳤다는 쪽이다. 계속 이상한 얘길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뚜렷하게 '행복'을 외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다.
물론 호불호 장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뮤지컬 영화도 아니면서 등장인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노래'다. 여러 곡도 아니고 무려 H.O.T.의 '행복'과 개사된 비의 '레이니즘'을 계속해서 4~5번씩 열창한다. '왜 이럴까' 싶지만 두 곡을 반복해서 부르는 과정에서 의미가 점차 커지고, 엔딩 즈음엔 이 노래만으로도 코드 맞는 관객들을 '빵빵' 터트린다. 심지어 이하늬는 별도로 2곡의 솔로 넘버를 더 소화한다. '아니 왜 갑자기 노래를 해?' 싶은 관객의 당황스러움쯤은 이미 예상한 감독의 장난기가 엿보인다.
이 이상한 영화를 칭찬하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연기다. 허공에 떠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생생하게 구현한 배우들의 호연은 이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포함된다. '킬링 로맨스'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웃음 코드를 가진 배우들임이 분명하지만, 캐릭터를 향한 각별한 애정이 생동감 있는 아우라를 더했다.
특히 이하늬의 열연은 정신없이 웃고 나서 곱씹을수록 대단한 매력의 향연이다. 춤, 노래, 유머, 비주얼 등 이하늬라는 배우가 가진 캐릭터 스펙트럼과 매력 포인트를 자랑하듯 펼쳐놓은 느낌을 준다. 여래바래 출신 감독이 연출한 것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이선균이 맡은 조나단은 가진 것이 많은 배우일수록 표현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자칫 생각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배우 인생의 '흑역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이 생길 법도 하다. 물론 과감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선균은 노련한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주며 적재적소의 웃음 포인트를 살려냈다. 공명 역시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민트' 조나단과 '초코' 황여래를 적절하게 섞어주는 듬직함으로 눈길을 끈다. 그가 제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더욱 어려워졌을 작품이다.
이런저런 호불호 장벽을 고려할 때 '킬링 로맨스'의 타깃층은 상당히 좁고 깊어 보인다. 대부분의 유머 코드와 영화의 흐름 등이 어린이나 중·노년에게는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색한 요즘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선방'이라는 100만 명을 달성한다고 치면, 100만 명이 보고 좋아하기보다는 10만 명이 열광하며 10번을 볼 작품에 가깝다. 그렇지만 '볼까 말까' 아무리 많은 영화평을 훑어보며 고민해 봤자, 직접 맛보기 전까지는 결코 나의 '호불호'를 장담할 수 없을 영화이기도 하다.
용기 있는 도전에 나선 '킬링 로맨스'는 과연 '호'와 '불호' 중 어느 길을 걷게 될까. 상반기 한국 영화들을 모조리 격파한 냉정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오는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쿠키영상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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