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김정은에 '전략적 인도' 언급…北, 中외교력에 기대나

장용훈 2023. 4. 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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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에서 "새 정세하에서 중조관계 전략적 인도 강화"…전례없는 표현
외교 영향력 키우는 中·후견 필요한 北…상호 외교현안서 든든한 우군으로
환담하는 북중 정상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평양에서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019.6.2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구두친서에서 '전략적 인도'를 언급해 앞으로 양국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중조(중북) 두 당, 두 나라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며 "김정은 총비서동지와 함께 새로운 정세하에서 중조관계에 대한 전략적 인도를 강화하여 두 나라 사회주의 위업의 발전을 추동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촉진시켜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8일 전했다.

북중 정상 간 회담이나 친선 교환과정에서 양국 간 '전략적 의사소통'이나 '전략적 관계'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전략적 인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말대백과사전에 '인도'는 "방향을 알려주며 이끄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 해석대로라면 시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과 양국관계를 전략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으로 북한의 외교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현실 외교무대에서는 결국 힘이 센 국가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를 외교적으로 견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통신 영문판에서는 이 대목을 'strategic guidance'로 표기했다. 'guidance'는 통상 "남을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가르치어 이끈다"는 의미의 '지도'로 해석된다.

베이징서 손 모은 中·사우디·이란 외교수장 (베이징 AFP=연합뉴스) 친강 중국 외교부장(가운데),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왼쪽),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오른쪽)이 6일 베이징에서 함께 손을 모으고 있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10일 사우디와 이란이 단교 7년 만에 외교 정상화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04.06 jason3669@yna.co.kr

시 주석의 이런 언급은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는 중국의 외교력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 더 주목된다.

최근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정상화를 중재하고 양국 외교책임자를 베이징으로 불러 공동성명을 발표하도록 했다.

왕정타도를 외치는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수니파인 사우디 두 나라는 2016년 외교관계 단절 7년만에 관계를 정상화하고 상호 대사관 개설에 합의했다.

특히 중국의 이러한 외교적 움직임은 미군의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중동지역의 탈미(脫美) 움직임을 파고든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여기에다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내세워 공급망 전략을 펼치면서 유럽 국가들도 중국을 향한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긴밀하고 항구적인 중국-프랑스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은 프랑스에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구입이라는 선물도 안겼다.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은 아프리카에서도 확인된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취임 후 첫 외국방문으로 에티오피아, 가봉, 앙골라, 베냉, 이집트와 아프리카연맹(AU) 본부 등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외국 방문지를 아프리카로 하는 것은 1991년부터 올해까지 33년째 이어져 온 전통이다.

아프리카에 들인 중국의 공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대중국 호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여론조사 연구기관 아프로바로미터가 아프리카 34개국에서 수집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중국이 자국에 미친 영향에 대해 '매우' 또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고 미중간 갈등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국은 더욱 공격적으로 외교력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주북 중국 대사, 김정은에 신임장 제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내온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신임장을 봉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통신은 "국무위원장동지의 위임에 따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최룡해동지가 6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왕아군 중화인민공화국 특명전권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2023.4.7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자국의 외교를 중국의 외교와 일치시킴으로써 국제적 고립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미 중국은 든든한 북한 편이 되고 있다.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의를 열어 의장성명 채택 등을 논의했지만 중국의 편들기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북한은 대만문제나 남중국해 문제 등이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를 때마다 중국의 입장을 그대로 언급하며 중국 편을 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경을 걸어 잠그고 중국과 교류를 제안했지만, 코로나 상황이 엔데믹을 향해 가면서 북중관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2월 리진쥔 전 북한 주재 중국대사의 후임으로 내정됐지만,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닫으면서 부임하지 못했던 왕야쥔 신임 대사가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선 만큼 본격적인 북중외교가 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11일 "미중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 시진핑 체제가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고 '전략적 인도'라는 의미를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북한 매체가 이를 보도한 만큼 앞으로 북한은 외교뿐 아니라 경제, 군사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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