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美 도·감청 의혹 대통령실 대응 “바이든 날리면 시즌2 보는 것 같다”

“굉장히 충격적, 대통령실 항의 먼저 나왔어야”
대통령실 향해 “때린 사람에 문제 제기 못하고 지적하는 사람에 화내는 형국”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에 대한 현 정부 대응과 관련 “너무 답답하다. 바이든 날리면 시즌 2를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 CIA 도·감청을) 정확한 근거 없이 집무실 도청이라고 하면 안 된다. 국익 중심으로 생각하라’고 언급한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저는 민주당이 사실관계 확인에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전 이재명 대표가 얘기한 것처럼 집무실 도청이라고 규정을 하고 있는데 어디에서부터 이 집무실 도청이라고 얘기를 하는 건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일단 내지르는 발언들”이라며 “대한민국 국익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윤석열 정부를 흔들어보는 데 초점이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 지우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은 “(미국의 도·감청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대통령실에서 항의가 먼저 나왔어야 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실이) 지금 국내를 향해 계속 뭔가 말을 하고 있는데 주파수를 잘못 맞추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제를 당하고 때린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걸 지적하는 사람을 향해 화를 내는 형국”이라며 “본인들이 당한 상황인데 거기에 대해 한마디 문제 제기 조차 못하고 약점이 잡혀 있나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휴대폰 도청인지, 공간에서의 대화가 도청된 것인지, 여러 가지 설이 나오는데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도청되지 않았다, 철두철미하게 보안이 돼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도청이 됐고 정확한 쿼트(발언 내용)까지 나온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처해야 한다”며 용산 집무실의 미군 부대 근접성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을 예로 들며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도 광화문 집무실 이전 당시 보안 문제로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에서 ‘미 정보기관이 운용하는 정찰위성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서는 “본인들이 뚫린 게 아니라는 걸 규명하고 싶을 것”이라며 “욕심은 알겠지만, 지금 미국을 향해 해명을 요구하고 항의하고 입장을 받아내야 하지, 우리나라 정치인을 향해 이건 도청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황 등을 분석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서 유출됐다고 지난 6일부터 앞다퉈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한국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이 미국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한 대화로 추정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