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계선수권 11일 앞두고 출정식 대신 컬링연맹 홍보 이벤트?
실업 8팀 총출동 ‘새로운 플랜은 없고, 관심끌기만’
‘컬링 K리그’ 지난 대회 상금 미지급 등 현안 산적
세계선수권 출전 시니어대표 훈련비 지원도 무대책
(MHN스포츠 임형식 선임기자) 대한컬링연맹(회장 한상호)는 10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2023년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세계 선수권 성공, 컬링리그 부활 등 청사진을 발표했다.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대한컬링연맹 회장단과 시도지부 회장단 등이 참여해 선수들을 격려했으며 ▲춘천시청(여) ▲서울시청(여) ▲강릉시청(여) ▲전북도청(여) ▲강원도청(남) ▲경북체육회(남) ▲의성군청(남,녀)등 해외대회에 출전 중인 팀을 제외한 모든 실업팀이 참가했다. 지난달 창단한 여고부 팀인 유봉여고는 특별 손님으로 초대됐다.
대한컬링연맹은 한상호 회장의 약 10분간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곧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 방안과, 올해 신설되는 대회(대한체육회장배, 의성군수배)와 컬링 K리그의 부활, 상임심판제도 신설, 연맹 집행부 개혁 등에 대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미디어 데이는 현재 컬링연맹의 상황과 해결해야할 산적한 문제 해결은 외면한 채 향후 계획만 앞세우는 이벤트성 행사로 참석한 기자들을 갸우뚱하게 했다.
당초 컬링연맹은 기자들에게 보낸 행사 안내문에서 '새로운 회장님 취임과 22일부터 강릉에서 열리는 2023 세계믹스더블/시니어컬링선수권대회를 맞이하여 기자 간담회를 열고자 한다'고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기자들 보다 선수들이 더많이 참가해 '기자 간담회'라는 행사 취지를 무색케 했다. 또 회장이 운영하는 병원 홍보 대사인 배우 김보성이 갑자기 등장하여 '의리!'를 외쳐 이벤트 행사를 방불케 했다.
참석한 기자들은 국내에서 2009년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4년 만에 열리는 2023 세계믹스더블·시니어컬링선수권대회를 앞둔 컬링연맹의 개최 계획과 선수들의 포부를 기대했지만 이러한 기대는 뒷전으로 밀렸다.
한 참석 기자는 "전임 회장이 기자들을 불러 놓고 이벤트를 즐겨하다가 사퇴하더니 컬링연맹은 미디어에 관심이 중요한 연맹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날 발표한 '컬링 K리그의 부활'은 컬링인들 모두가 기대하는 대회지만 선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컬링리그는 '2019-2020 코리아 컬링 리그'로 열렸지만 코로나19로 중단 되었다. 여기에 당초 4강 팀에게 지급해야 할 상금이 미납인 상태로 남아있다.
'컬링 K리그'가 부활하더라도 당장 스폰서 선정, 대회 개최 진행 경비의 마련과 출전비, 상금등도 걸림돌이다. 컬링연맹은 지난해 비교적 큰 후원을 이어오던 KB금융과의 후원 계약이 종료되면서 새로운 후원사를 물색해왔지만 아직도 미제로 남아있다.
한편, 2023 믹스더블·시니어 세계컬링선수권대회는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강원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와 아이스하키장에서 열린다.
한상호 회장은 "2023 세계믹스더블 및 시니어 컬링선수권 대회에는 믹스더블 20개국 시니어 31개팀 등 총 60팀 선수들이 참석한다"면서 "1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이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세계인의 이목이 주목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승이 목표"라는 컬링연맹의 계획과는 달리 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들은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부터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남녀 대표팀이 부진한 성적으로 예선 탈락한데 대해서는 자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세계믹스더블선수권에 나설 김지윤과 정병진(이상 서울시청)은 아직 제대로 훈련이 하지 못하고 있다. 여자대표인 김지윤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정병진은 남자 팀과 함께 현재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따로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지윤은 "따로 훈련 중이지만 정병진 선수가 들어오면 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만 밝혔다.
세계선수권 대회에 나서는 시니어 선수들은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자랑스러워하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지만 연맹의 지원은 아마추어급이다. 정창헌 코치가 이끄는 한국 시니어 대표팀은 강릉컬링 스포츠클럽으로 허정욱(72년 학원운영), 천인선(68년 물류업), 함영우(68년 자영업), 최종경(57년 임대업), 신만호(70년 자영업)이 출전한다.
작년 12월 선발전을 거쳐 시니어 국가 대표가 된 선수들은 그동안 훈련을 하고 싶어도 훈련 할 장소가 없어 안타까웠다. 다행히 2월초부터 훈련에 임하고 있다.
시니어 대표팀 최종경은 "비록 시니어 대표팀이지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강릉에서 열리는 2023 세계시니어 대회에 출전 하는게 가슴 벅차고 영예롭다"고 전했으며 신만호 선수도 "국가 대표로 선발 되어 가족들과 지인들이 축하 전화로 몸살날 지경이다. 다니던 직장도 잠시 내려놓고 시니어 대표팀에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대표지만 시니어에 대한 규정이 없어 훈련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회장은 " 훈련 지원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유니폼 지급에 대한 규정도 없어 연맹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이번에 열심히 활약해주시면 대한체육회에 당당히 얘기해서 엘리트 체육과 마찬가지로 지원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또한 연맹이 해결해야할 문제다. 훈련 수당을 지원 받는 문제는 연맹이 해결해야할 책임이 있고 연맹이 해결하지 못했다면 자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문제다.
정창헌 코치도 "아직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았다. 약 70% 정도다. 선수들이 시니어들이다 보니 순위보다는 축제로 여기는 분위기다. 포지션보다는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컬링연맹은 지난 2013년 제7대 김재원 회장이래, 장문익 회장, 윤흥기 관리위원장, 김재홍 회장, 김구회 직무대행, 김용빈 회장에 이르기까지 재임기간이 1~3년에 그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달 보궐선거로 당선된 제10대 한상호 회장도 김용빈 전 회장의 잔여임기인 2025년 1월 정기총회까지 2년 남짓이다.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는 노력보다도 계획해온 일들을 실천하는 대한컬링연맹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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