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전략적 감산 성적표, 3분기 이후 나온다 [핫이슈]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3. 4. 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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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하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쌓이는 재고를 감당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재고는 지난해 말 30조원에 육박했다. 전년 대비 77% 가량 급증한 규모다. 재고가 늘어 자산 평가 손실이 커지면 실적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이유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다른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인위적인 감산 대신 생산라인 최적화 등을 통한 기술적 감산 전략을 채택했다. 하지만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자 인위적 감산을 선언한 것인데 이는 전략적 판단으로도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적절했는지는 3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에 달렸다.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는 인위적 감산과 기술적 감산을 합쳐 10~1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많이 감산하면 3분기 이후 수요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소극적으로 감산하면 공급 축소 효과는 미미하고 재고는 재고대로 증가하는 역효과가 생긴다. 이런 점을 감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3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가장 최근 적자를 기록했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보여주었던 사이클을 참고한 분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 연속 적자를 봤지만 2009년 2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작년 4분기 적자를 봤고 1분기 적자 폭이 커졌다. 부진한 실적이 2분기까지 이어지다가 3분기에는 반등하는 실적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장 전망이다. 다만 이런 예상은 삼성전자의 감산 전략이 적중했을 때 이야기다. 계절적 성수기와 공급 축소 효과가 나타나고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는 것을 전제한다. 챗GPT가 촉발한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살아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에 주목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소비 둔화 추세가 계속되면 3분기 이후에도 메모리 반도체 실적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감산을 공식화하기 전까지 불황에도 생산량을 유지해 경쟁사의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치킨게임‘ 전략을 썼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번 위기가 경쟁업체와 격차를 더 벌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전 분기보다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감산에 주식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공급이 줄면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3분기 이후 랠리가 본격화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담고 있는 것도 희소식이다. 그러나 돌발 변수가 적지 않아 예단하기엔 이르다. 미국의 통화 정책과 지정학적 위기 등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많다. 투자자들은 반도체 수급 동향뿐만 아니라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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