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초소형 로봇 개발 롤스로이스 앤디 노턴 서비스 기술 전문가 | “초소형 로봇 활용한 원격 유지·보수로 항공기 엔진 수명 늘린다”

심민관 기자 2023. 4. 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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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노턴 롤스로이스 서비스 기술 전문가옥스퍼드대 재료공학 박사, 전 롤스로이스 현장 수리 기술자(Repair technologist) 사진 롤스로이스

“지름 1㎝ 미만의 초소형 로봇은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항공기 엔진 내부까지 들어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검사나 수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조만간 이러한 초소형 로봇이 보급되면 안정적인 엔진 운용뿐 아니라 엔진 수명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롤스로이스가 초소형 로봇 개발에 나선 이유다.”

앤디 노턴(Andy Norton) 롤스로이스 서비스 기술 전문가(Services Technology Specialist)는 3월 24일 서면 인터뷰에서 엔진 검사를 위한 초소형 로봇의 유용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롤스로이스는 고급 수제차 업체로 유명하지만, 영국에서 1915년부터 항공기 엔진을 생산해온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다. 자금난으로 1971년 국유화된 이후 자동차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항공기 엔진 제조에 집중해왔다. 롤스로이스가 초소형 로봇을 처음 공개한 건 2018년 영국에서 열린 국제 항공 박람회인 판버러 에어쇼(Farnborough Airshow)에서였다. 당시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을 보수할 목적으로 개발 중인 뱀과 벌레 형태 로봇을 소개했다. 뱀 형태의 로봇은 엔진 구석이나 구멍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도록 유연한 모양으로 제작됐고, 내시경과 흡사한 형태다. 지름 1㎝ 미만으로 제작된 벌레 모양의 로봇은 뱀 형태의 로봇을 통해 항공기 엔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벌레 형태의 로봇은 소형 카메라를 달고 있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달하며 엔진 내부 곳곳에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 사진 롤스로이스

노턴 서비스 기술 전문가는 “복잡한 항공기 엔진 내부의 유지·보수 작업을 원격 및 자동화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수 년간에 걸쳐 초소형 로봇에 탑재할 최첨단 솔루션을 개발해왔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항공기 엔진 유지·보수용 초소형 로봇 그래픽 이미지. 사진 롤스로이스

로봇 업체가 아닌데, 어떻게 로봇을 개발하게 됐나.
“항공기 엔진에 대한 키홀(Keyhole) 수술(아주 조금만 절개한 뒤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진행하는 수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툴(tool)이 매우 작아야 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엔진에 접근할 수 있는 포트는 지름이 1㎝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로봇과 이를 운반해줄 툴 모두 소형화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성능이 저하돼선 안 됐다. 그래서 영국 노팅엄대와 미국 하버드대를 비롯한 세계 유명 대학들과 기술적으로 협력해 초소형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의 분광 분석(Spectroscopic Analysis) 기능이나 항공기 엔진 코팅 복원 같은 정비 기능, 엔진 결함을 점검하는 툴 등을 소형화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도 협력했다.”

산학 협력의 대표 사례인 것 같다.
“그렇다. 롤스로이스 연구팀이 유지·보수용 초소형 로봇을 개발하고, 시험 운용을 시행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대학과 협업이었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노팅엄대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데, 항공기 엔진에 사용되는 다양한 초소형 로봇 툴을 개발하기 위해 이 대학과 협력했다. 초소형 로봇 개발 프로젝트 중 다수는 영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아 진행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포토닉스(광자학)에서 로봇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주요 기업들이 참여했다. 타르수스(Tharsus), 옵텍(Optek), 메탈리제이션(Metallisation)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대학과 협업은 엔지니어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프로토타입(상품화에 앞서 제작하는 시제품) 시험운용 등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협력은 소재공학에서 항공역학에 이르기까지 롤스로이스 사업부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초소형 로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나.
“초소형 로봇은 기존 툴과 연동되면서, 롤스로이스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유지·보수) 솔루션 포트폴리오 형태로 항공기 엔진 유지·보수 서비스인 토털케어 계약을 체결한 고객사들에 제공할 예정이다. 뱀이나 벌레 모양으로 제작된 초소형 로봇을 항공기 엔진 내부에 삽입하면 기존 툴로는 불가능했던 유지·보수 작업을 매우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로봇들은 아직 현장 도입 시기가 미정이지만, 향후 도입되면 토털케어 같은 기존 유지·보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본다.”

유지·보수용 초소형 로봇 시장 전망은.
“엔진을 항공기에서 탈거(脫去)해 정비 기지로 보내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초소형 로봇을 이용한 유지·보수는 항공기 가동 중단 시간을 줄여 비용을 최소화한다. 항공사 비즈니스에 유리할 뿐 아니라, 엔진 수명을 전반적으로 늘려준다는 점에서 이점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초소형 로봇의 (유지·보수) 서비스 기술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이며, 초소형 로봇 툴이 (롤스로이스)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요즘 인공지능(AI)이 화두다. 초소형 로봇에도 적용하고 있나.
“롤스로이스는 초소형 로봇이 촬영한 사진을 신속하게 분석해 엔진 손상 위치와 부품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부터 특정 검사 날짜별로 엔진 기능 수행을 평가하는 것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AI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증강형 인텔리전스 접근 방식(AI 기술을 이용해 기계가 데이터에서 숨겨진 패턴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데이터 분석 방식) 역시 개발 중이다. AI는 가스터빈 엔진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도 초소형 로봇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소형화된 반도체나 배터리는 자체 개발한 건가.
“에지(Edge) 컴퓨팅(방대한 데이터를 중앙 서버가 아닌 분산된 소형 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터리와 반도체가 갈수록 더 작아지고, 적은 비용으로도 성능이 더욱 향상됐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배터리 및 반도체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대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적절한 하드웨어를 선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초소형 로봇이 항공기 엔진 내부에서 손상을 줄 위험은 없나.
“혹시라도 모를 엔진 손상 위험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광범위한 테스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로봇에 사용되는 소재 선택에서 로봇 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세밀하게 관리함으로써 로봇이 엔진 내부에 갇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엔진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엔진 성능에 영향을 주지도 않도록 테스트하고 있다. 초소형 로봇을 엔진 내부에서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 역시 확보하고 있다.”

다른 로봇 개발 계획은.
“드론과 무인 운반 차량 및 자율이동로봇(AMR⋅Autonomous Mobile Robot), 산업용 로봇팔 등 다양한 로봇을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고려하고 있다. 이는 기존 메커니즘을 지원하면서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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