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레인지로버 스포츠 | 장거리 운전이 두렵지 않다…흠잡을 데 없는 승차감
레인지로버의 별칭은 ‘사막의 롤스로이스’다. 거친 사막에서 거침없이 질주하면서도 롤스로이스처럼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RRS·Range Rover Sport)를 시승해 보니 편안한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장거리 운전이 두렵지 않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작년 12월 국내에 출시됐다. 출시 이전 사전 계약이 1000대를 돌파하는 등 소비자의 관심도 뜨거웠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2005년 1세대, 2013년 2세대가 나왔고 작년에 3세대 모델로 풀체인지(완전 변경)했다.
레인지로버는 대형 레인지로버(RR), 준대형 레인지로버 스포츠, 중형 레인지로버 벨라(RRV), 준중형 레인지로버 이보크(RRE) 등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기함 레인지로버의 바로 아랫급 모델로, 레인지로버와 함께 랜드로버의 차세대 MLA-Flex(Modular Longitudinal Architecture-Flex)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전장(차 길이) 4946㎜, 전폭(차의 폭) 2003㎜, 전고(차 높이) 1820㎜다. 폭이 2m가 넘어 2열을 포함한 실내 공간이 여유롭고 넉넉하다.
간결한 전면 디자인
전면 디자인은 간결하다. 보통 덩치에 맞는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을 탑재하는 차가 많은데,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중앙 라디에이터 그릴은 차체 대비 상당히 작다. 헤드램프도 차체에 비해 얇고 긴 편이다. 측면은 둥글둥글한 전면과 다르게 직선적이다. 루프(지붕) 라인은 운전자 머리 부분까지 우뚝 솟았다가 다시 일직선으로 낮아진다. 리어램프가 차체 측면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어, 차를 옆에서 봤을 때 존재감을 드러낸다. 후면은 레인지로버 로고를 중앙에 큼직하게 배치했고, 양산차 최초로 리어램프에 표면 LED 기술을 적용해 어느 각도에서 봐도 빛이 선명하다. 공기저항계수는 이전 모델보다 15% 개선된 0.29Cd다.
전면 주간 주행등(DRL)을 구성하는 디지털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라이트는 개별 제어가 가능한 130만 개의 디지털 마이크로 미러(DMDs)를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하이빔 어시스트(High-Beam Assist)보다 한층 진보한 방식으로 야간 주행 시야 확보를 돕는다. 하이빔 어시스트는 상향등 점등과 소등을 자동으로 하는 기능으로, 전방 차량을 감지하면 상대 차량 눈부심을 막기 위해 상향등을 스스로 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지능형 헤드램프를 적용, 맞은편 차량을 감지했을 때 해당 방향을 비추는 상향등만 개별 제어하는 방식으로 상대 차량 눈부심을 방지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가솔린과 디젤 모델이 있다. 시승차는 가솔린(P360) 오토바이오그래피 트림이었다. 3.0L I6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이 더해졌다.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으로 최고 출력 360마력, 최대 토크 51㎏·의 성능을 낸다. 공차 중량은 2480㎏으로 육중한데,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0초로 제법 빠르다. 연비는 복합 기준 8.0㎞/L로 낮은 편이다.
과속방지턱 충격 거의 없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승차감이 특히 돋보인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가 편안하게 몸을 감싸고, 도로의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일드하이브리드를 탑재한 영향으로 중저속에서 가속이 즉각적이고, 고속에서도 360마력의 출력을 바탕으로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가속한다. 요란하게 가속하지 않아 시속 100㎞에서도 차분하며, 노면 소음도 대부분 차단해 주행 내내 운전석이 고요하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임에도 고속 주행과 회전 구간에서 차체가 안정적이다. 잔고장이 많기로 유명한 브랜드이지만, 승차감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
랜드로버는 노면 상태를 초당 500회 모니터링하며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을 줄이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2’ 기술과 후방 차축을 최대 7.3도 조향해 고속 주행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올 휠 스티어링’ 기능, 다이내믹 에어 서스펜션 기술 등을 통해 최상의 승차감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토크의 균형과 분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급격한 코너링 시 각 차축에 최대 1400Nm의 토크를 가해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레인지로버는 오프로드 성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레인지로버가 ‘사막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운전자가 선택하는 7가지 지형 모드에 따라 엔진, 변속기, 섀시 시스템의 반응성을 조절한다. 900㎜ 수심까지 도강할 수 있다. 또 브랜드 최초로 어댑티브 오프로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옵션으로 도입했다. 차량이 오프로드 지형을 스스로 감지하며 최상의 안락함을 유지하면서 주행하는 기능이다.
뒷좌석, 화면 미러링으로 TV 시청
실내 중앙 13.1인치 터치스크린은 랜드로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PIVI PRO)’로 작동한다.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T맵을 장착했으며,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2열에도 11.4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왼쪽과 오른쪽 좌석에 각각 한 개씩 있다. 뒷좌석 탑승객은 HDMI를 통한 화면 미러링으로 TV 프로그램 등을 시청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835L, 2열 시트를 접으면 1860L다.
가격은 비싼 편이다. 시승 모델인 P360 오토바이오그래피는 가솔린 중 최고가 트림으로 1억5807만원이다. 가솔린 모델 중 저가 트림인 P360 다이내믹 SE는 1억3997만원이고, 중간 가격대 트림인 P360 다이내믹 HSE는 1억5067만원이다.
디젤 엔진을 쓰는 D300은 다이내믹 HSE 단일 트림으로, 1억5067만원이다. D300 모델은 3.0L I6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66.3㎏·의 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은 6.6초이고, 복합 연비는 10.4㎞/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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