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의 차이나 탐구 | 전기차 1위 뺏긴 테슬라, 중국서 커피 판다] 中 BYD에 세계 1위 내줘…커피·음료 브랜드와 협업해 Z 세대 공략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중국에서 1월 30일부터 일주일간 중국 최대 차(茶) 음료 체인 헤이티(喜茶·시차)와 체리 마케팅을 했다. 헤이티가 출시한 체리 음료를 구매한 사람 중 추첨해 테슬라 전기차 운전 체험 기회를 주거나 테슬라 굿즈(브랜드 관련 물품)를 주는 이벤트다. 이맘때가 칠레산 체리 제철인 데다, 체리를 뜻하는 중국어(車厘)와 자동차 안을 뜻하는 중국어(車里)의 발음(‘처리(cheli)’라 읽음)이 같은 데서 착안한 브랜드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헤이티 고우(GO) 앱에서 주문한 체리 음료를 매장에서 받아, 차를 타고 가며 차 안에서 마시라는 취지다.
이벤트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1명에겐 테슬라 차량 1개월 사용권을 줬고, 12명에겐 차량 1주일 사용 기회를 줬다. 테슬라 굿즈 3000개와 체리 음료 10% 할인권 5만 장, 체리 음료 두 번째 잔 반값권 1만 장도 경품으로 제시됐다. 테슬라 차주에겐 체리 음료 50% 할인 혜택을 줬다. 한 잔에 19위안(약 3600원)짜리 음료니, 한 대(모델3 기준)에 최저 22만9900위안(약 4336만원)인 차를 모는 테슬라 운전자에겐 그렇게 큰 혜택은 아니다. 테슬라 차주보다는 주 소비층이 20대인 헤이티 고객에게 테슬라 브랜드를 알리려는 마케팅이다.
협업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
테슬라는 지난해 9월엔 중국 최대 커피 체인 중 하나인 매너 커피(Manner Coffee)와도 브랜드 협업을 했다. 매너는 2015년 상하이 징안구의 3.3㎡(1평)도 안 되는 2㎡ 크기 공간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가게로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커피 맛으로 올해 2월 말 기준 매장 수 600개가 넘는 체인으로 성장했다. 테슬라와 매너는 전기차 충전에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15분·270㎞)밖에 안 걸린다는 문구를 내세웠다. 카페인도 충전하고 전기차도 충전하란 얘기다. 매너가 출시한 가을 한정 장미 라테를 구매하고 소셜미디어(SNS)에 ‘인증샷’을 올린 사람에겐 추첨을 통해 테슬라 굿즈를 선물로 줬다. 매너 매장엔 테슬라 광고 영상을 틀었고, 커피 컵 슬리브와 종이봉투엔 테슬라 로고와 함께 전기차 충전 그림을 그려 넣었다. 테슬라 모델Y는 커피차로 변신했다. 테슬라 차주가 중국 7개 도시의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 8곳에서 차량 충전 표시를 보여주면 무료 커피 한 잔을 받았다.
헤이티도, 매너도, 요즘 중국 Z 세대(1997~ 2010년생)에게 가장 인기 많은 차·커피 브랜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마다 팔로어가 수십만~수백만 명에 달한다. 3월 29일 기준, 헤이티의 웨이보 팔로어 수는 120만 명, 샤오훙슈 팔로어는 40만 명이 넘는다. 테슬라가 이들 브랜드와 손잡은 이유는 분명하다. 소비 주력층이자 자동차 잠재 구매층인 중국 젊은 세대가 테슬라 브랜드에 호감을 갖게 하고 친해지게 하려는 전략이다. 이미 ‘루이비통×매너’ ‘로레알×헤이티’처럼 여러 외국 소비재 브랜드가 공동 브랜딩을 했다. 늘 새로운 것과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중국 Z 세대의 소비 패턴을 공략한 것이다.
타깃 소비자층도 어느 정도 겹친다. 테슬라의 타깃 시장은 경제력 측면에서 중상류층 젊은 소비자다. 매너 커피의 주 고객군도 2030 사무직 직장인과 젊은 중산층이다. 매너 매장은 주로 상하이·베이징·선전 등 1~2선 대도시의 오피스 빌딩이나 쇼핑몰 안과 그 주변에 입점해 있다.
굿즈 판매로 브랜드 충성도 높인다
테슬라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중국 젊은 세대의 소비 특성에 맞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도 늘렸다. 알리바바의 티몰, 바이트댄스의 더우인에 이어 지난 2월 징둥에 공식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가정용 충전기·부품·굿즈·의류 등 200여 종 상품을 판다.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온갖 생활용품을 팔며 차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 중인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리고 일반 소비자에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3월 29일 기준, 징둥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테슬라 제품은 7200위안(약 136만원)짜리 가정용 충전기, 1200위안(약 22만6000원)짜리 스마트 리모컨 키다. 테슬라가 지난해 초 중국에서만 출시한 차량용 노래방 무선 마이크(1199위안)도 인기가 많다. 테슬라 옷·모자도 인기 품목이다. 테슬라 로고가 그려진 검은색 재킷은 559위안(약 10만5000원), 반소매 티셔츠는 249위안(약 4만7000원), 야구 모자는 265위안(약 5만원), 아기 옷은 179위안(약 3만3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中 전기차 급부상하며 테슬라 위협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와 경쟁이 치열해지며 조급해진 상황이다. 테슬라는 2020년 1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중국 제조’ 모델3를 중국 시장에 내놓은 이후, 한동안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BYD(比亞迪·비야디)에 중국뿐 아니라 세계 1위 전기차 판매 회사 자리를 뺏겼다. BYD는 2022년 전기차 180만 대(순수 전기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합계)를 팔았다. 순수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총 131만 대를 팔았다. BYD는 중국 전기차(승용차)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도 지난해 31%로 1위에 올랐다. 반면 테슬라의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5%에서 2022년 10%로 떨어졌다. 순수 전기차만 놓고 보면 테슬라가 여전히 세계 1위이긴 하다. 지난해 BYD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약 91만 대로, 테슬라 판매량보다 40만 대 적었다. 그러나 BYD가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도 조만간 테슬라를 앞지를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BYD가 지난해 3월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전기차 회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허중·리샹·샤오펑·니오 등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뿐 아니라 SAIC-GM-우링·지리자동차·광저우자동차(GAC)·창안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회사의 전기차 공세도 강력하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중국 전기차 회사를 꼽았다. 머스크는 올해 1월 2022년 연간 실적 발표 후 주식 애널리스트와 콘퍼런스 콜에서 “그들(중국 업체)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스마트하게 일하며, 가장 경쟁력 있다”고 했다.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원인으론 판매 모델이 4종(모델3·모델Y·모델S·모델X)에 불과하다는 점이 꼽힌다. 제품 라인업이 워낙 한정적이라, 다양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중국 소비자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BYD가 판매 중인 전기차는 60여 종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 11위를 차지한 니오는 2014년 창업 후 꾸준히 새 모델을 출시하며 현재 8개 모델을 판매 중이다. 추이둥수(崔東樹) 중국승용차시장신식연석회(CPCA) 사무총장은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새 모델 출시에 있어서 중국 경쟁사에 뒤처졌다”며 “중국 소비자 선호도를 적시에 반영하지 않아, 테슬라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가격 인하 같은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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