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열전 | 난소암 명의 임명철 국립암센터 교수] “포자(胞子)처럼 퍼진 난소 암세포, 뜨끈한 항암제로 벗겨냈죠”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2023. 4. 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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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철 국립암센터 교수경희대 의대 학·석·박사, 현 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 전문의, 현 대한암학회 이사, 전 대한부인종양학회 학술위원 사진 국립암센터

“수술을 이렇게 많이 하는데, 저 많은 종양을 다 떼내는군요.” 얼마 전 국립암센터 임명철 산부인과 교수의 난소암 수술을 참관한 외국인 의사들이 보인 반응이다. 난소암은 난소와 나팔관에 암세포가 생긴 질환으로 수술과 치료가 까다로운 암(癌)종으로 꼽힌다. 임 교수는 국내 난소암 수술 일인자로, 일본⋅싱가포르 등 선진국 의사들도 그의 수술을 보려고 줄을 선다고 한다.

난소는 자궁 뒤쪽에 있는 생식기관이다. 크기는 3~5㎝ 정도로 작지만, 암세포가 생기면 사정이 달라진다. 난소에 생긴 암 종양은 전조 증상 없이 부풀어 올라 갑자기 터져버린다. 터진 종양은 포자(胞子)를 뿌리듯 좁쌀 같은 자잘한 암세포를 배 속에 퍼뜨리고, 이렇게 퍼진 암 종양은 수술로 완벽히 제거하기 힘들다. 항암제를 써도 자주 재발한다.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64%로 갑상샘암과 유방암(90% 이상)의 절반에 그친다.

임 교수는 난소암 대가로 국민훈장(동백상)을 받은 박상윤 국립암센터 전 자궁암센터장의 직속 제자다. 임 교수팀은 약 42℃로 데운 항암제를 복강 안에 넣어 난소암을 치료하는 온열항암화학요법(HIPEC·하이펙)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로 주목받았다. 항암제를 데워서 주입하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난소암에 대입해 논문으로 낸 건 임 교수팀이 처음이다. 임 교수팀은 2017년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첫 발표를 했고, 이후 작년 3월 미국 의사협회 공식 학회지(JAMA Surgery)에도 실었다. 임 교수를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난소암은 어떻게, 왜 생기는 건가.
“여성 한 명이 초경을 하는 13세에서 50대 폐경까지 평생 400~450번 배란을 한다. 난소와 나팔관은 배란할 때마다 세포 분열을 하는데, 분열 과정에서 암세포가 생긴다. 이 때문에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으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반대로 임신이나 수유 기간이 길면 확률이 떨어진다. 배란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난소암은 치료나 진단이 어렵다고 들었다. 그건 왜 그런가.
“자궁암이나 위암, 대장암은 장기 안쪽에서 암이 생겨 바깥으로 전이되기 때문에 암을 발견할 시간이 있다. 반대로 난소는 장기의 껍데기, 즉 상피에서 암이 생기고, 어느 정도 자라면 툭 터져 순식간에 배 속으로 퍼진다. 장기가 배 속 깊숙이 있어서 관찰이 어렵고, 암을 추적할 시간이 부족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수술은 어떻게 하나.
“난소 암세포는 배 속에서 퍼지기 때문에 완벽히 제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위암, 대장암과 비교하면 수술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난소암 종양은 정상 조식의 겉에 묻어있기 때문에 벽지를 벗겨내듯 떼내면 된다. 횡경막 근육에 전이됐다면, 정상 조직은 보전하면서 복막만 벗겨내는 식이다.”

다른 장기에 전이된 암 종양을 제거하는 게 힘들지 않나.
“그래서 난소암이 전이된 부위를 잘 알고 있는 타 과 선생들과 같이 수술해야 한다. 주로 대장외과, 간담췌외과, 흉부외과 교수와 협업한다. 수술뿐만 아니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환자를 파악하는 응급실 외래 병실의 간호사 선생까지도 깊은 이해가 있어야, 원활하게 치료할 수 있다.”

항암제를 뜨끈하게 데워서 환자 배 속에 넣는 ‘하이펙’을 난소암에 적용해 주목받았다. 하이펙의 원리는 어떻게 되나.
“사우나에서 열탕에 들어갔다 나오면 이물질(때)이 잘 벗겨지는 것을 생각하면 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데운 항암제를 복강에 직접 넣은 다음, 한 시간쯤 후에 빼낸다. 항암제를 복강에 직접 노출시키기 때문에, 항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항암제가 몸 전체로 흡수되는 걸 막아 전신 부작용을 줄여 준다.”

항암제를 데운다는 발상은 어디서 가져온 건가.
“항암제를 데우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해 왔던 기법이다. 42℃ 정도의 온열은 항암제가 종양으로 침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배가 아플 때 따뜻한 핫팩을 배에 대고 있으면, 통증이 줄어들지 않나. 그런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폐경되면 배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난소암 걸릴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배란도 안 하는데 무슨 난소암이야’라고 하겠지만, 난소암은 주로 폐경 이후에 발병한다. 난소 세포는 배란할 때마다 분열하는데, 폐경됐다는 건 이미 배란 횟수가 많았다는 것이고 이는 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

그렇다면 난소암을 예방할 방법은 없나. 난소암 환자의 20% 정도에 BRCA(브라카) 1·2번 변이가 나타난다고 들었다.
“브라카 변이가 없다고, 난소암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니다. 브라카 변이만 보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20%,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60~80%다. 이 말은 난소암에 걸린 환자 10명 중 8명은 브라카 변이가 없단 뜻이다.”

유전자 변이를 통한 예방은 의미 없다는 건가.
“그건 아니다. ‘암’은 사망률까지 고려해야 한다. 난소암 사망률은 유방암보다 훨씬 높다. 그러니 낮은 확률이라도 예방에 나서는 게 이득이다. 한국에서는 유전자 변이로 난관과 난소를 미리 절제하는 수술이 2012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

난소·난관 절제는 언제 권유하나.
“전립선암이나 대장암 진단을 받은 남성 환자가 브라카 변이가 있다면, 딸인 자녀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유하고, 검사 결과 딸이 브라카 1번 변이를 갖고 있다면 난소 절제를 고려할 수도 있다. 브라카 변이 중에서도 1번은 암 발병이 빠르기 때문이다. 이 밖에 60대 난소암 환자가 있다면, 같은 50대 동생이나 80대 노모가 브라카 변이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난소 절제술을 권유한다.”

난소 절제를 권유받은 환자들 반응은 어떤가.
“10명에게 수술을 권유하면 4명은 안 한다. 난소 절제는 복강경으로 15~20분이면 끝나는데도 그렇다.”

왜 안 하려고 하는 건가.
“수술이 두렵고, ‘나는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나 과거에 언니가 암에 걸려서 여동생에게 난소 절제를 권유했는데 안 했다가, 암 진단을 받고 내원한 사례도 있다. 당시 그 환자는 정말 많이 후회했다. 고위험군은 난소 절제를 하려고 배 속을 열어 보면 약 5%의 경우 미세하게 암이 발견된다. 난소암 종양이 터져서 발견된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난소 절제술을 통해 발견한 암을 제거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요즘은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와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 등 표적 치료제가 난소암 환자에게 화제라고 들었다.
“린파자와 제줄라는 PARP(파프·세포주기 조절, DNA 복구 등에 관여하는 효소) 저해제다. 의학에서는 ‘합성치사’라는 이론이 있다. 모든 세포는 DNA가 손상되면 복구를 시도한다. 파프 저해제는 암세포의 DNA 복구를 막아서 사멸시킨다.”

암이 저절로 사멸한다면, 수술을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과 달리 수술로 종양을 없애야 파프 저해제가 더 잘 듣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난소암은 씨앗을 흩뿌리듯이 쭉 번지는 암이라고 설명했다. 뿌리는 씨앗이 똑같은 종류의 암세포라면 표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난소암은 그렇지 않다. 흩뿌리는 씨앗(종양) 성질이 여러 종류다. 그러니 수술로 종양을 제거해야 항암 치료가 더 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도 어려운 난소암을 연구한 계기가 있나.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난소암은 환자 배 속에 종양을 최대한 적게 남길수록 생존율이 높아진다. 내가 노력하면, 환자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살면서 들인 공만큼 결과가 좋게 나오면 기분 좋지 않나.(웃음)”

임 교수에게 좌우명을 묻자 “연구팀에 ‘리뷰를 잘하자’라고 말한다”고 답했다. “리뷰라면, 반성(反省)을 하라는 건가”라고 묻자 “우리의 반성은 뜻이 다르다. ‘반드시의 반, 성공한다의 성’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임 교수팀의 ‘반드시 성공’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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