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전문가 빠진 교육부의 인공지능 영어 디지털교과서 개발 방안
지난 2월 23일 교육부는 2025년부터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우선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어 교과에서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하여 듣기뿐만 아니라 말하기 연습도 지원”하겠다고 한다. 인공지능 영어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에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일반선택과목부터 적용되며, 2026년에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2학년, 2027년에 중학교 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영어 디지털교과서는 “발행사 단독 또는 에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할 수 있고, 양질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위해서는 건강한 개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므로, 이를 위해 개발비 보전 단가 기준 상향, 구독료 방식으로 전환 등 가격체계를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맞춤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연결을 강화하며 교실 수업의 변화를 이끄는 교사들을 집중 양성할 계획”이란다.
교육부 보도자료를 읽다가 앙꼬 빠진 찐빵이 생각났다. 늘 그렇듯이 보도자료 어디에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어 전문 학술단체와 논의하며 성공적인 인공지능 영어 디지털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얘기는 없다.
북한의 영어교육을 연구한 적이 있다. 북한 영어교육은 마치 천리마운동처럼 당에서 지시하면 인민은 무조건 돌격해야 한다. 당에서 정한 것에 사사로이 이견이 있으면 안 된다. 영어교육도 마찬가지다. 당에서 정한 영어 교육강령과 영어 교과서로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에서 무조건적인 교육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도 북한의 그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작년 12월 2022 개정 영어 교육과정이 발표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역시나 하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시대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영어 교육과정이 아니라 하던 대로의 영어 교육과정이었다. 학생들은 교육부에서 딱 정한 기준까지만 영어를 해야 하고,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도 학교에서는 영어를 더 잘하면 안 된다. 잘하는 학생들은 학습 의욕 따위를 학교에 가져오면 안 된다. 교육의 하향평준화는 교육부가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부는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로 인공지능 영어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것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몇 년 뒤 예산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다. 관성적인 관행이다. 우리나라에는 사범대와 교육대학원 교수, 교사, 예비교원, 장학관, 장학사, 연구원 등이 중등학교(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을 연구하고,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를 출간하며 학술정보 교류를 촉진하는 전국 단위 한국중등영어교육학회가 있다.
교육부가 중등 영어 교과를 대표하는 한국중등영어교육학회와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논의하며 해답 찾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정채관 국립인천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본부·평가본부 연구원) | 한국중등영어교육학회 회장 | 《내 아이와 영어산책: 영잘알 부모의 슬기로운 영어 공부법》,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영어교육》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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