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하고 ‘창조’하기 위해 뇌를 써라

오윤희 기자 2023. 4. 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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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보의 범람 시대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화하는 능력을 기르면 두 번째 뇌를 가진 것처럼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 셔터스톡

성취하는 사람에겐 제2의 뇌가 있다
세컨드 브레인
티아고 포르테│서은경 옮김│쌤앤파커스│1만6800원│352쪽│3월 9일 발행


2001년에 공개된 단편 다큐멘터리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노트’는 코폴라 감독이 영화 ‘대부’를 찍을 때 얼마나 기록하기에 의존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각 장면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추출하고, 여기에 분위기 설정을 위한 이미지와 톤, 반드시 피해야 할 상황 등을 덧붙였다. 그가 쓴 메모 여백에는 ‘히치콕’이라는 단어도 보이는데, 이는 스릴러 영화의 거장이던 히치콕 감독이라면 이 장면을 화면에서 어떻게 잡을지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팝 음악 역사상 음반을 가장 많이 판매한 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인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메모광으로 유명하다. 그가 메모하는 장소는 스마트폰이다. 스위프트는 머릿속으로 짧은 가사나 멜로디가 스쳐 갈 때마다 그걸 스마트폰에 메모했다가 수시로 다시 꺼내 읽어보고 수정하며 반복해 듣는다. 자신의 작사·작곡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스위프트는 이렇게 말했다. “전 스마트폰 속으로 사라져요. 스마트폰은 메모를 저장하고 편곡하는 곳이니까요.”

수시로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 유명인은 이들만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뉴턴, 피카소⋯. 시대와 분야는 다르지만, 위대한 성취를 이룬 이들은 수시로 머리에 떠오른 것을 적거나 그렸다. 이들의 업적은 무(無)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영감이 될 만한 정보를 필요에 따라 수집하고 이를 발전시켜 이룩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예로 들며 ‘천재는 잘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만의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정보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다.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늘날 일반인들이 하루에 소비하는 정보는 자그마치 34기가바이트에 달한다. 우리가 매일 신문 174부에 해당하는 분량의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과도한 정보량 때문에 우리 뇌는 종종 과부하에 걸린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가 ‘내가 왜 이걸 들었을까?’ 한다거나,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컴퓨터를 열었다가 급한 이메일을 처리하느라 원래 컴퓨터를 켠 목적을 잊어먹는 일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 결과, 미국 직장인들이 엉뚱한 곳에 보관된 메모나 물건, 파일을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은 1년에 76시간이나 된다.

생산성 향상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저자는 20만 년 전 현생 인류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정보를 저장하려는 목적으로 뇌를 써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머리는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곳이지 보관하는 곳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뇌를 수많은 정보에서 핵심을 추출해 연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쓰기 위해서는 중요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보관소, 즉 ‘세컨드 브레인’이 필요하다.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기 위해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적인 메모 과정이 큰 도움이 된다. 현대 사회의 전문가로서 메모하려면 메모는 ‘지식 빌딩 블록(knowledge building block)’이 돼야 한다. 이는 자기만의 고유한 관점으로서 정보를 해석해 외부에 저장하는 개별 단위다. 책에서 얻은 중요한 깨달음, 기사의 일부 구절,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사진이나 이미지, 어떤 주제에 대해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목록 등도 모두 메모에 해당한다.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엔 훼손되거나 잃어버릴 우려가 있는 포스트잇이나 메모지에만 연연할 필요가 없다. 현대인들이 손에서 떼지 않는 스마트폰, 언제나 기록할 수 있고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 모두 우리의 새로운 메모지다. 우리의 뇌가 해야 할 일은 지식 빌딩 블록을 수집하고 그것들이 나중에 무엇이 될지 상상하고 연결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한 세컨드 브레인 만들기 12가지 실용 단계를 책에서 소개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와 비즈니스 사상가 세스 고딘 등이 적극 추천한 책이다.

고전적 자유주의 가치를 재조명하다
자유주의와 그 불만
프랜시스 후쿠야마│이상원 옮김│아르테│2만4000원│264쪽│3월 15일 발행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전쟁에서 자유주의가 승리함으로써 “역사는 끝났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역사의 승자로 보였던 자유주의는 오늘날 좌·우파 모두에게 공격받으며,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 과연 자유주의는 실패한 사상일까? 자유주의의 승리를 선언한 석학 후쿠야마가 왜곡되고 오인된 자유주의를 위한 변론을 펼친다.

인간이 바꾼 전쟁, 전쟁이 바꾼 역사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마거릿 맥밀런│천태화 옮김│공존│2만7000원│512쪽│3월 20일 발행


전쟁이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과 거꾸로 인간이 전쟁의 변화에 끼친 영향을 함께 거론하면서 전쟁의 모든 면을 샅샅이 파헤친 책. 어려운 이론적 분석이 아니라, 인류의 전쟁사에서 기록과 유물로 남은 수많은 예를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게 설명했다. 옥스퍼드대 유명 역사 교수가 60년에 가까운 역사학자로서의 연구를 통해 건져낸 다양한 분석과 근거를 집대성했다.

배터리가 주도하는 400조 거대 시장 패권 경쟁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정경윤, 이상민, 이영기, 정훈기│길벗│1만9800원│256쪽│3월 24일 발행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에 따라 이차전지와 전기차 시장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그야말로 전시 상황에 견줄 만큼 치열한 기술 및 점유 경쟁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작 반도체를 이어 차세대 먹거리라고 불리는 이차전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재 상황, 미래 전략에 대한 도서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차전지 분야 전문가인 저자들은 이에 대한 답답함을 해소해 준다.

권리 이론을 집대성한 이론서
권리란 무엇인가
주디스 자비스 톰슨│이민열 옮김│에피스테메│4만9000원│664쪽│2월 28일 발행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내세우는 ‘권리’라는 개념은 실제로는 도덕적·정치적·법적 사고의 기본을 이루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선택적이고 단편적으로 이를 사용한다. 다툼에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럴듯해 보이는 권리의 속성에 직관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인간과 사회의 권리에 대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을 제공하며 권리의 영역과 범주를 깊이 있게 다뤘다.

소진되지 않고 탁월하게 일하는 방법
밸런스
이인석│포르체│1만8000원│256쪽│3월 22일 발행


일에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을 잡는 법, 몸 바쳐 일하지 않아도 탁월하게 일하는 법은 모든 직장인이 알기를 원하는 노하우일 것이다. 평사원에서 시작해 이랜드서비스 대표와 문화사업부, 문화재단대표, CSR 대표를 겸직했던 저자는 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이며, 이를 위해서는 일의 기본과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세계 최대 기업들이 위기에서 살아남은 법
크래시 랜딩(Crash Landing)
리즈 호프먼│크라운│25.15달러│304쪽│3월 7일 발행


2020년 3월 초 다우존스 지수가 3만을 앞두고 있었을 때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10여 년 만에 최고 실적을 갱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덮치자 당장 그달 말에만 수백만 명이 실직했고, 대기업들은 구제금융을 받았다. 비즈니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최고경영자(CEO)들이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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