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키움, ‘6번 타순’에서 길을 잃었다
개막 이후 ‘6번 타순‘ 타율 0.107로 바닥
최근 1승5패 속 타순 밸런스 찾기 ‘고심’
프로야구 키움 타순은 ‘중앙 집중형’이다. 2~4번 또는 2~5번 타순에 타선의 힘을 몰아넣는 구성을 한다. 홍원기 키움 감독 또한 지난 3월 시범경기를 치를 때부터 “(주력타자들을) 가급적 모아놓는 것이 득점력을 높이는 데 이로울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은 공격 지표에서 편차를 보이는 1군 야수진 구성상, 타순에 따른 공격의 흐름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팀으로 이같은 특징은 감독의 고민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정규시즌 개막 둘째날, 키움은 고척 한화전에서는 1번타자로 김태진을 배치하면서 2번 김혜성을 시작으로 3번 이정후, 4번 에디슨 러셀, 5번 이형종으로 상위 타순을 연결했다. 또 6번 타자로는 송성문을 내세웠다.
키움은 이정후를 중심으로 꾸려진 상위 타순이 막강해 보이는 한편 하위 타순은 상대적으로 살짝 처지는 편이다. 그래서 키움 타순에서는 상·하위 타순의 연결고리인 6번 타자의 존재감이 굉장히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 개막 이후 키움은 6번 타순에서 길이 잃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개막 8경기에 3승5패를 기록하는 동안 6번 타순에서 기록한 타율이 고작 0.107(28타수 3안타)에 그쳤다. 또 중심타선이 해결하지 못한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통념상의 역할과는 동떨어지는 이력으로 1타점을 올리는 데 머물고 있다.
6번 타순이 허전해진 것은 주력 야수 가운데 부상 이슈가 터진 지난 4일부터이기도 하다. 키움은 지난 4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부상 이탈 선수가 2명 발생해 라인업을 대폭 조정했다. 그나마 타선의 핵인 이정후는 웨이트 트레이닝 중 생긴 등 부위 불편함을 털어내고 이틀만 결장한 뒤 돌아왔지만, 앞선 시리즈에서 실책 뒤 자책하는 과정에서 돌출 행동으로 오른손 중수골 골절상을 입은 송성문은 최소 10주 이상의 공백을 예고했다. 비시즌 전력 보강으로 조용히 정상의 꿈도 꾸던 키움의 타선 밸런스가 무너진 시점이었다. 이날 이후 키움은 1승5패로 흔들렸다.
송성문은 6번 타자로는 1순위로 자주 나온 선수였다. 지난해에는 13홈런을 때리며 79타점을 올릴 만큼 결정력도 있어 6번타자로 잘 어울리는 장점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공백으로 키움은 김웅빈, 김태진, 김휘집, 이병규, 임지열에 이형종까지 6번 타순에 배치하고 있지만 좀체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6번 타순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 키움 벤치로서는 큰 숙제가 되고 있다.
6번 타순의 결과는 팀 성적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예컨대 개막 이후 8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NC는 6번 타순에서 타율 0.333(27타수 9안타) 2홈런 6타점의 영양가를 맛보고 있다.
키움은 선발진을 중심으로 투수력만으로는 상위권을 노크할 힘을 보이고 있다. 전체 타선이 리그 중위권 지표로 버텨준다면 지난해 같은 한국시리즈 진출도 노려볼 만한 구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막 이후 페이스는 그렇지 않다. 팀타율은 0.228로 9위, 팀OPS는 0.581로 전체 최하위로 떨어져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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