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 vs '제값받기'…전기차 시장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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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가격 정책이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궁극적으로 전기차 가격은 내린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테슬라와 같이 기존 차량의 할인 판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의 할인정책으로 중고차 가격이 급락했는데,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전기차 기술은 내연기관에 비해 복잡하지 않아 언제든지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브랜드 가치에 집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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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가격 정책이 엇갈리고 있다. 테슬라가 적극적인 가격할인으로 시장 저변을 넓히는데 주력하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가격 변동 없이 점유율을 늘려가는 쪽으로 방향을 밥았다. 자동차 업계는 궁극적으로 전기차 가격은 내린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테슬라와 같이 기존 차량의 할인 판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1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모델S와 모델X의 가격을 각각 5000달러(약 660만원) 인하했다. 모델3는 1000달러, 모델 Y 크로스오버는 2000달러 낮췄다. 올 들어 세 번째 가격 조정이다. 모델3의 경우 누적 11%, 모델Y는 20% 각각 낮아진 것이다. 전기차 1위 업체가 가격을 깎아주는 것은 후발 주자들에게 부담이다.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비싼 가운데 테슬라 기가·메가팩토리처럼 전기차·배터리 등을 대량생산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6.8%로, 자동차 판매 세계 1위인 토요타(6.7%)의 2배를 넘는다. 출혈 경쟁에 돌입해도 생존할 여력을 갖춘 가운데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새 메가팩토리를 짓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배터리부터 전기차까지의 대량생산체제를 발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가 드라이브를 건 가격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기아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테슬라와 별개로 기아는 기아의 길을 가겠다"며 "차 판매가격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최소화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GM, 폭스바겐 등도 고객과의 신뢰를 이유로 출시된 제품의 가격을 떨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올리버 블룸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에 대해 "폭스바겐의 가격 정책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며 가격을 건들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당장은 테슬라의 전략이 먹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전 세계에서 전년보다 36% 늘어난 42만2875대를 판매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큰 폭으로 늘렸고, 유럽에서도 지난 1~2월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급증했다. 전체 점유율은 15%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기아의 1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6.5% 감소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의 가격정책이 결코 좋은 전략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의 할인정책으로 중고차 가격이 급락했는데,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전기차 기술은 내연기관에 비해 복잡하지 않아 언제든지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브랜드 가치에 집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나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신뢰'를 이유로 가격 정책을 고수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가격이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 가격 인하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완성차업체들은 양산체제 구축 전까지 가격 유지를 통해 흑자를 내든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출혈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선택지가 남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양산차는 제조 단가를 낮추고, 프리미엄 시장도 공략하는 등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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