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은 왜 다른 팀 후배에게 꽃다발을 줬을까
V리그 시상식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신인상을 거머쥔 김준우(23·삼성화재)가 다른 팀 선배인 신영석(37·한국전력)에게 꽃다발을 받았다.
김준우는 10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정규 리그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기자단 투표 31표 중 13표의 이현승(현대캐피탈)에 5표 차로 앞선 18표를 얻어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의 영예를 안았다.
홍익대 출신인 김준우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삼성화재의 지명을 받았다. 올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203점 공격 성공률 52.61%로 활약했고, 블로킹 6위(세트당 0.543개), 속공 10위(53.17%) 등의 성적을 거둬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시상대에 오른 김준우는 "저를 믿고 기회를 주신 김상우 감독님과 고등학교, 대학교 감독님들께 감사하다"면서 "항상 믿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좋은 상까지 받게 돼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김준우는 흥겨운 신인상 세리머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상 공약으로 반주 없이 걸 그룹 뉴진스의 '하입보이' 춤을 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올 시즌 김준우는 현대캐피탈 세터 이현승과 신인상을 두고 경쟁했다. 김준우의 삼성화재는 정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고 이현승은 현대캐피탈이 정규 리그 2위,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 등의 성적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출전 경기 등에서 김준우(35경기)가 이현승(26경기)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아 신인상을 차지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준우는 이현승을 제치고 신인상을 수상한 데 대해 "나도 (확률은) 반반 정도로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내가) 라운드가 지날수록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미들 블로커 출신인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의 지도 아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김준우다. 그는 "프로에 처음 왔을 때 속공이 느렸는데, 감독님의 현역 시절과 닮아가려고 노력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올 시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비시즌 때 열심히 해서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상식에서 다른 팀 선수에게 축하를 받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 김준우는 시상대에서 한국전력의 베테랑 미들 블로커 신영석에게 꽃다발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김준우는 "시상식을 앞두고 신영석 선배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면서 "미들 블로커가 오랜만에 상을 받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고 사연을 전했다. 이어 "신영석 선배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영석은 V리그에서 미들 블로커로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다. 2009-2010시즌 미들 블로커 최초로 신인상을 수상했고, 2017-2018시즌에는 최초의 미들 블로커 MVP(최우수 선수) 수상자가 됐다. 김준우는 신영석 이후 13년 만에 신인상을 거머쥔 미들 블로커가 됐다.
올 시즌 신영석은 한국전력 이선규 코치의 역대 개인 최다 블로킹 기록(1054개)를 넘어서 이 부문 1위(1146개)에 올랐다. 이 같은 활약을 통해 베스트7 미들 블로커 부문에 선정, 개인 통산 7번째 수상을 안았다.
시상대에 오른 신영석은 "올 시즌 이선규 코치님의 대기록을 넘어 목표를 이뤘고, 누군가의 꿈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꿈을 바라보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내년에도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김준우는 신인상 수상 상금 200만 원을 받았다. 이에 상금을 어디에 쓸 계획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같은 팀 형들과 맛있는 걸 먹고, 형들이나 팀을 위해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액을 어느 정도 쓸 건지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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