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한 만큼 의석 가져가기’…양당정치는 사실 원하지 않는다
③ ‘득표만큼 의석’ 비례성 강화 방안
47명.
공직선거법 21조에 못박힌 비례대표 국회의원 정수다. 국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대에 기여하라고 뽑는 비례대표는 전체 국회의원의 15.7%에 불과하다. 10일 시작된 선거제도 개편 관련 국회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학계 등에선 비례대표 의석을 획기적으로 늘리라는 요구가 비등했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애초 제안했던 선거제 개편안 3개 가운데 2개에 ‘비례대표 50석 증원’(증원 시 비례대표 97석)이 포함된 건 이런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만큼 현재 국회의 대표성과 비례성에 커다란 불균형이 있기 때문이다.
■ 비례 의석수 확대 논의 제한적 21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은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이 33.8%, 더불어시민당(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이 33.4%였다. 그런데 지역구 선거 결과를 포함한 의석수 비중은 국민의힘이 34.3%(103석), 민주당이 60%(180석)로, 정당 득표율과 일치하지 않는다. 두 당을 합쳐보면 정당 득표율 67.2%로 전체 의석의 94.3%(283석)을 차지한 것으로, 이들 두 당은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의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이 선거구 1곳에서 최다 득표자 1명만을 뽑는 ‘단순다수식 소선거구제’인 탓이 가장 크지만, 이를 보완할 비례대표 의석수 자체가 워낙 적다는 것도 문제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비례대표 비율을 보면, 이탈리아 63.2%, 헝가리 46.7%, 뉴질랜드 40%, 일본 37.8% 등이다. 한국의 15.7%는 이들 국가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국회의원 증원에 부정적인 여론에 기대 여야가 의석수를 지금의 300명에서 더 늘리지 않는 방안만 전원위원회에 올리면서, 비례대표가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의석수가 고정된 상태에서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당연히 지역구 의석(현재 253석)을 줄여야 한다. 현직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 영호남 의석수를 둘러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힘겨루기 등을 고려하면 지역구 줄이기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가깝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에 “양당 구도를 넘어서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2 대 1 정도라도 될 수 있게 게임 규칙을 바꿔야 한다”며 국회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 권역별 대 전국형, 병립형 대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크게 △어떤 단위에서 뽑느냐 △의석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유권자가 정당과 후보 중 어디에까지 투표할 것이냐의 세가지 측면에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유권자가 어디에 투표를 할 것이냐에는 폐쇄명부식과 개방명부식이 있다. 유권자는 정당 투표만 하고, 비례대표 당락은 각 정당이 정해둔 순위에 따라 결정되는 게 현행 제도인 폐쇄명부식이다. 반면 개방명부식은 유권자가 정당 투표와 함께 특정 비례대표 후보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다만,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라간 방안에는 개방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들어 있지 않다.
비례대표 선출 단위로는 전국형과 권역별이 있다. 지금처럼 지역을 나누지 않고 전국 단위의 정당 투표로 뽑는 게 전국형이다. 권역별은 전국을 몇개의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뽑는다. 전원위원회에 올라간 결의안에서 국민의힘은 6개 또는 17개 권역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6개 권역으로 나누는 안과 전국형 두가지를 제안했다. 만약 권역별 비례제로 가닥이 잡힌다면 그다음으로 다룰 내용은 전국을 몇개의 권역으로 어떻게 나눌지와 각 권역별 의석 배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경북·전북, 경남·전남을 묶는 것과 경남·북, 전남·북을 묶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선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현행 비례대표 47석을 서울 9석, 수도권 15석, 충청·강원권 6석, 호남·제주도 5석, 경북권 5석, 경남권 7석으로 배분하는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 방식으로 가르면 병립형과 연동형이 있다. 병립형은 20대 국회 때(~2020년)까지 운영한 제도로, 각 당이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다. 쉽고 비용이 덜 들지만, 비례성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동형은 지역구 당선자 수에 연동해 비례 의석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일단 전원위원회에 오른 결의안에서 국민의힘은 ①권역별과 함께 병립형 비례제를, 민주당은 ②전국형은 병립형과, ③권역별은 준연동형과 함께 실시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국회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되, 지역구 당선자 수를 제외한 의석수의 절반만 연동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했다.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어 표심이 왜곡되는 걸 보완하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21대 때처럼 위성정당 출현을 막지 않으면 이 제도 시행은 무의미하다. 진성은 건국대 강의초빙교수(정치외교학)는 “위성정당, 자매·형제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의 법제화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영 임재우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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