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게 무슨 향이지?"…MZ세대 푹 빠진 '가성비 향수'
"남들과 똑같은 흔한 향수는 싫어요.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 '어?'하고 뒤돌아볼 수 있는 향을 찾고 있어요." 최근 서울 홍대 인근 향수 체험 공방을 찾은 직장인 유모 씨(26)는 이 같이 말했다. 직접 원하는 향을 조합해 '세상에 하나뿐인 향수'를 만들어보려는 생각에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품목이 점차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소수를 위한 향수'를 뜻하는 니치 향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원하는 대로 향을 조합해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일일 향수 체험 공방도 여럿 생겨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에만 10여 개가 넘는 향수 체험 공방 업체가 운영 중이다. 10만~20만원대 백화점 명품 향수에 비해 이 공방에선 향수를 한 병당 3만~5만원 내외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 대다수인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니치 향수'는 당일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언급되며 화제를 모은 티빙 예능프로그램 '환승연애 2'에서도 니치 향수 편집숍을 찾는 장면이 방영됐다. 극 중 주인공 나연과 규민이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향수 편집숍을 찾아 50종이 넘는 향을 직접 맡아보며 서로에게 어울리는 향을 추천했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트렌드는 해외 니치 향수 브랜드들도 유사하다. 올 초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매출은 증가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는 본사 글로벌 가격 정책으로 인해 지난달 15일 대표 제품 '오 드 뚜왈렛' 향수 가격을 올렸다. 50ml 제품 가격을 기존 15만5000원에서 16만5000원으로, 100ml 제품을 21만9000원에서 23만3000원으로 인상했다.
중성적인 향으로 인기를 누리는 에스티로더 계열 니치 향수 브랜드 '르라보'는 지난 2월 백화점 판매 가격을 최대 11% 인상했다. 50ml 향수는 28만원에서 31만원으로, 100ml는 40만4000원에서 42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그럼에도 국내 백화점 니치 향수 매출은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현대백화점 내 니치 향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1% 상승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을 기준으로 입점한 주요 니치 향수 브랜드로는 '바이레도' '딥티크' '프레데릭말' '크리드' 등이 있다.
자체 온라인 몰을 운영 중인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니치 향수 브랜드 평균 온라인 매출도 같은 기간 43% 증가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딥티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니치 향수 판권 대부분을 갖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 처음으로 향수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뒤 향수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 1~2월 롯데백화점의 향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신장했다.
국내 향수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2019년 6000억원에서 2021년 7067억원 규모로 늘었다. 이 중 니치 향수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 니치 향수 시장 규모는 2019년 5270억원에서 2021년 625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계절적 요인에 더해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로 매장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시향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게 향수 수요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한 백화점 향수 브랜드 관계자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화)으로 각종 대면 모임이 증가해 향수 수요도 늘고 있다"며 "고가의 니치 향수를 중심으로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이에 백화점에선 다양한 향수 관련 행사로 고객 맞이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 5월 잠실 에비뉴엘 점에 약 100평 규모의 '니치 향수 존'을 별도로 조성한 데 이어 지난해 서울 명동 본점에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를 확대해 20개 넘는 니치 향수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6일까지 본점에서 영국 니치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 신제품을 소개하며 1대 1 향수 컨설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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