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바꾸는 '곰표' 밀맥주, 인기는 그대로?

김아름 2023. 4. 1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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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 '곰표 밀맥주' 제조사 교체
세븐브로이는 '대표 밀맥주' 출시 예정
사진제공=BGF리테일

출시 후 6000만캔 가까이 팔리며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콜라보 밭'으로 만든 주인공인 곰표 밀맥주가 전환점을 맞이한다. 기존 곰표 밀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제품명을 '대표 밀맥주'로 바꿔 출시하고 곰표 밀맥주의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은 또다른 수제맥주 제조사와 손잡고 맥주를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어느 쪽을 향할 지 주목하고 있다. 콜라보 맥주의 대명사인 곰표 밀맥주의 디자인은 대한제분이 가져가지만 제조사가 바뀌는 만큼 맛이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세븐브로이가 내놓을 대표 밀맥주는 곰표 밀맥주의 맛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수제맥주=콜라보' 공식 만든 곰표

곰표 밀맥주는 대한민국 수제맥주의 역사를 바꾼 제품이다. 2020년 5월 편의점 CU와 대한제분, 세븐브로이가 손잡고 내놨다. CU가 앞서 밀가루 포대 콘셉트의 '곰표 팝콘'을 선보여 성공하자 후속작으로 맥주를 출시한 것이다. 

콜라보 효과는 놀라웠다.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 일주일 만에 30만개가 완판됐다. 이후로도 들어오는 족족 품절 사태가 이어지며 곰표 밀맥주가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오픈런'이 발생하기도 했다. 곰표 밀맥주가 대성공을 거두며 이 해 CU의 수제맥주 매출 성장률은 500%를 돌파했다. 

그래픽=비즈워치

물량 부족이 이어지자 2021년부터는 롯데칠성이 위탁생산을 맡으며 물량 확대에 나섰다. 곰표 밀맥주의 누적 판매량은 약 58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곰표 밀맥주의 성공 이후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수제맥주 시장은 콜라보 맥주의 천국이 됐다. 원조 격인 CU가 말표 흑맥주(말표), 백양 비엔나 라거(BYC) 등을 선보인 데 이어 GS25도 노티드 스마일위트에일(노티드), 금성맥주(GS), 노르디스크맥주(노르디스크)를 내놨다. 세븐일레븐도 유동골뱅이맥주(유동골뱅이)와 쥬시후레쉬맥주, 스피아민트맥주(롯데제과) 등을 내놨다. 이마트24도 계열사 야구팀인 SSG와 협업해 SSG랜더스 라거를 출시했다. 

제조사 바꿔도 잘 나갈까

업계에서는 곰표 밀맥주의 성공에는 곰표라는 브랜드의 상징성이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에 맛이 일정 부분 변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곰표 밀맥주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맛보다는 '디자인'으로 마시는 맥주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콜라보 맥주를 살 때 제조사보다는 '곰표'인지 아닌지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제조사 변경 후 초반에 '맛이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콜라보 수제맥주 트렌드가 지나가고 있는 데다 곰표 밀맥주가 출시된 지 3년 가까이 되면서 이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븐브로이가 내놓을 '대표 밀맥주'가 소비자들에게 '원조의 맛'으로 다가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븐브로이가 출시할 예정인 '대표 밀맥주'/사진제공=세븐브로이

실제 CU에 따르면 연도별 수제맥주 매출 비중은 2019년 2.5%에서 2020년 6.2%, 2021년 15.5%로 급성장하다가 지난해엔 16.4%로 0.9%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간 성장률 역시 2019년 220%, 2020년 498%, 2021년 255%에서 지난해 60%로 급감했다. GS25에서도 매년 200~300%를 수준이던 성장률이 지난해엔 77%로 낮아졌다. 그 사이 출시된 수제맥주 종류가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수치다. 

맛에서 큰 특색이 없는 맥주들이 줄줄이 콜라보 상표를 달고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차별화된 맛을 강조하기보다는 어느 기업과 콜라보를 했는지, 패키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 외적인 마케팅 요소에만 집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홈술' 문화를 불러 온 코로나19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안정화에 접어든 것도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데 한몫했다. 술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다시 술집을 찾으면서 카스와 테라 등 대형 라거 브랜드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콜라보 맥주의 인기는 코로나19가 불러온 특이한 현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제품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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