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고금리 대환도 인기"…정부 지원책, 돈가뭄에 씁쓸한 흥행

서상혁 기자 2023. 4. 1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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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기금·저금리 대환 보증, 3월 들어 신청 급증…'흥행 실패' 지적 딛고 연일 인기몰이
한은 7연속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한계 봉착한 듯
불법사금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액자금을 당일 대출해 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오는 27일 출시된다. 지원대상은 연체자나 무소득자를 포함해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신청자다. 사진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상담받는 시민들의 모습. 2023.3.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저신용자에게 5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연일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취약차주 지원 사업인 '새출발기금'과 소상공인 고금리 대환 대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이들 사업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았으나, 경기 하강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자 한계에 봉착한 취약계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신청 건수는 지난 3월말 누적 기준으로 2만154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1만4697건에서 올 1월말 1만7267건으로 증가한 후, 2월말 1만8984건으로 1717건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3월 들어 증가폭이 두배가량 확대됐다. 신청액은 1월말 2조5433억원에서 2월말 2조8300억원, 3월말엔 3조2402억원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새출발기금이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중 부실(연체 3개월 이상) 또는 부실이 우려되는 이들의 대출 원금 또는 이자를 감면해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캠코 산하의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차주의 채권을 매입해, 채무 조정을 진행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된 후 업계 논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공식 시행됐다.

캠코 산하의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차주의 채권을 매입 후 채무 조정을 진행한다.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 중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 차주', 연체 90일 미만 또는 연체 가능성이 높은 '부실우려차주'가 대상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또 다른 취약차주 지원사업인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보증(저금리 대환)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저금리 대환 신청건수는 지난 연말 1만7160건에서 올 1월말 1만9091건, 2월말 2만1067건으로 늘더니 3월말엔 2만8400건으로 폭증했다. 신청액은 지난 연말 5195억원에서 올 3월말 9944억원으로 1조원을 눈앞에 뒀다.

저금리 대환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사업으로 지난해 9월말 시행됐다. 연 금리 7% 이상의 은행·비은행권 사업자 대출을 최고 연 6.5%대의 보증부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 새출발기금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취약차주인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역점을 두고 준비한 사업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금융당국은 취약차주의 상환 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새출발기금을 비롯해 각종 지원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사업 초기 예상보다 신청자가 몰리지 않아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정부의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다른 프로그램 역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오는 7월엔 준비된 한도인 1000억원을 모두 소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20%인 저신용자에게 기본 50만원·최대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대출 상품으로 금리는 연 15.9%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상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의 인기가 '좋은 시그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의 7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으로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취약 차주'들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누적된 잠재 리스크가 올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표출된 것이다.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고금리 업권'인 2금융권 연체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가계대출 연체율은 4.7%로 2021년 대비 1%p 상승했다. 전년과 비교해 상승폭(0.4%p)이 확대됐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2020년말 3.9%에서 2021년말 2.0%으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3.3%로 급등했다. 신용카드사의 경우 신용판매 부문 연체율이 2021년 0.54%에서 0.65%로 올랐다. 카드대출은 2.60%에서 2.98%로 상승했다.

앞으로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더욱 두터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높은 금리 수준에도 불구하고 저신용자 대상 대출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 자체가 금융지원이 필요한 분들이 많다는 방증"이라며 "소액생계비대출 같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 상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출발기금 등이 취약계층에 도움이 될 테지만, 계속해서 정책금융을 계속해서 지원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금융 형태로 지원하기보다는, 재정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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