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이승엽 '반전의 리더십'... 공동 3위 이끈 '서프라이즈 3가지'

안호근 기자 2023. 4.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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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한국 야구의 전설 이승엽(47)의 두산 베어스 감독 부임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감독 이승엽'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이승엽 감독은 의심어렸던 시선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주말 시리즈 최종전에서 두산은 3-2 승리를 거두며 첫 원정을 2승 1패로 우세하게 마쳤다. 개막 후 8경기에서 5승 3패로 선두 SSG(5승 1패)에 1경기 차 뒤진 공동 3위다.

단순히 성적보다 더 고무적인 건 이승엽 감독의 팀을 운영해가는 태도와 전혀 초보 감독 같지 않은 여유 때문이다. 2017년 은퇴 후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그이기에 더욱 놀라운 행보다.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서프라이즈 ① 시즌은 길다, 멀리 보는 운영
가장 눈에 띄는 건 여유다. 매 경기 피를 말리는 경기가 펼쳐지는 프로야구에서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두산은 8경기 중 6경기가 3점 차 이내 접전이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8일 KIA전이 대표적이다. 4-6으로 끌려가던 경기에서 9회초 김재환의 동점 투런 홈런이 나왔지만 9회말 필승조가 아닌 김명신과 박신지로 불펜진을 운영했다. 결국 KIA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한 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은 "정철원, 박치국은 연투해서 못나서고 홍건희는 세이브 상황이면 내보내려고 했는데 동점이 되면서 남아 있는 선수들로 이어가고 싶었다"며 "이제 7경기를 했다. 당장 눈앞에 승리만 보면 올렸겠지만 투수를 무리시켰다가 과부하가 걸리면 5, 6월에 힘들어질 수 있어 참고 참고 또 참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 결정은 9일 이 감독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선발 곽빈이 5⅓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물러난 뒤 1점 차 승부에서 이 감독은 체력을 아낀 박치국과 정철원, 홍건희를 모두 투입하며 아슬아슬했던 경기를 결국 3-2 승리로 마무리지었다.

9일 KIA전에서 6회 결승 2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는 강승호. /사진=두산 베어스
서프라이즈 ② 선수 멘탈케어까지, 세심한 사령탑
선수 시절부터 이승엽 감독에 대해 말할 때 빼어난 성품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그의 성격은 감독으로서 제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이 감독은 경기 중 실책이나 작전 수행에 실패한 선수들을 보면서도 "실수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며 "다음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면 되는 것이지 실패했다고 바꾸고 이러면 선수가 더 슬럼프를 탈출할 수 없다. 코치 미팅을 하면서 '절대 선수들에게 질책하지 마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말 시리즈에서도 이 감독의 '멘탈 케어'가 효과를 봤다. 9일 KIA전에서 6회 2타점 결승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낸 강승호는 고민이 많았다. 멀티히트를 3차례나 기록할 만큼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으나 좀처럼 타구가 뜨지 않아 장타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이 건넨 한 마디가 강승호를 달라지게 만들었다. "전날 경기에서 주자 3루와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땅볼 타구가 많아 마음이 불편했다"는 강승호는 "감독님께서 경기 전에 '잘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금처럼 하면 타구는 뜨게 돼 있다'라고 힘을 주셨다. 감독님께서 시범경기 막판부터 주전 2루수라고 믿어주셨는데 기회를 받은 만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령탑에 대한 제자의 충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양석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이승엽 감독(오른쪽). /사진=두산 베어스
서프라이즈 ③ 때론 냉철하게 '반전의 리더십'
이승엽 감독이라고 온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내는 일은 없지만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로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도 한다.

양석환이 좋은 예다. 이 감독은 부임 후부터 양석환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2021년 두산 이적 후 28홈런 96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0홈런 51타점으로 부침을 겪었다. 올해는 시범경기와 시즌 개막 후 2경기까지도 타격감 난조를 보였다. 이 감독은 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양석환을 8번 타자에 배치했다.

이 경기에서 양석환은 시즌 첫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경기를 펼쳤고 7일 KIA전에선 다시 6번 타자로 올라섰다. 이날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양석환은 타순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8번보다는 뭐 6번이 낫고 6번보다 중심 타선에 가는 게 낫다"며 "내가 못 쳐서 내려간 거라 생각하고 잘 쳐서 다시 안 내려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9일 경기엔 3번 타자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양석환은 1회 시즌 3호 선제 솔로 홈런으로 이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 감독은 "승기를 가져온 홈런을 기록한 양석환을 칭찬하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타순 조정 하나만으로도 누군가에겐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시즌 전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두고 고심한 이승엽 감독은 "주전으로 뛰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더 보여줘야 한다"면서 "튀어 오르는 선수가 없고 다들 고만고만하다. 성에 차지는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개막 후 7경기 중 6경기에서 선발 유격수로 나선 이유찬은 9일 라인업에서 빠졌다. 모처럼 안재석이 기회를 잡았다. 경기 전 안재석은 "기회가 별로 없으니 잘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렇듯 이 감독은 자연스럽게 경쟁 의식을 자극하며 동반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초보 감독'이지만 시즌을 길게 내다보고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때론 세심하고 부드럽게 격려를, 때론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선수단에 자극을 주기도 한다. 누가 이승엽 감독을 '초짜' 감독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지난 1일 정규시즌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내고 선수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는 이승엽 감독(가운데). /사진=두산 베어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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