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우리 당원도 아냐"...'극우' 손절 나선 與 , 왜?

김지영 기자 2023. 4. 1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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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국민의힘 내부분열 사태와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입장 발표 긴급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3.4.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불붙은 당내 극우 세력 손절론이 힘을 받고 있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지도부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선을 긋고 나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약세를 타개하기 위해선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대표는 1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에 대해 "그 사람은 우리 당 당원도 아니다"라며 "나중에 필요할 때 얘기하겠다"고 일축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3일 당이 전 목사와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우리 당은 전 목사와 강한 선을 그어야 할 만큼 관계가 없다"며 "그 분은 그 분의 역할을 하는 거고 우리 당은 우리 당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전 목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렵게 찾아온 보수정권이 확실히 제자리를 찾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길은 보수의 대결집"이라며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의 남은 역사적 과업인 자유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과거 자유당으로부터 시작해 공화당, 민정당, 자유한국당을 거쳐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을 지지하는 우파정당의 대표주자로 뛰고 있는 현 국민의힘 정당을 지지하고 직언하고 있다"며 지지를 표했다.

연일 극단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전 목사는 이 자리에서도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정치인들의 자기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정치인들은) 나의 통제를 받으라"고 했고 "제주 4·3 사건, 여순사건, 대구 남로당 사건을 항쟁이라고 하는 것은 지도자는 고사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도 안될 말"이라고 폄훼했다.

코로나19(COVID-19) 당시 광화문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어 논란을 만든 전 목사는 최근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서 다시 정치권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지도부에 선출된 김재원 최고위원과 함께였다. 3·8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달 12일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 입장을 냈고 25일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했다"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가 될 때마다 김 최고위원은 사과를 반복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논란으로 당이 '극우' 이미지로 흐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실제 지도부 출범 이후 지지율 하락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 출범 직전에 실시된 리얼미터 3월1주 차 여론조사(2월27~3월31일)에서 국민의힘은 44.3%의 정당 지지도를 얻어 민주당(40.7%)을 앞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하지만 김기현 지도부 출범 이후인 3월2주 차 여론조사(3월6~10일)에서 국민의힘의 지지도는 41.5%로 민주당(42.6%)에 역전당했다. 이런 추세는 지속됐고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4월 첫째주(4월3일~7일)에도 국민의힘 지지도는 37%로 소폭 하락했고 민주당 지지율(45.9%)과 차이도 8.9%p로 오차범위를 벗어났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따라 지도부에서 극우와 '손절'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전 목사가 기자회견까지 나서자 국민의힘에서는 전 목사와 연결 고리 차단에 나섰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전 목사처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극단적인 언행을 하는 인물에 영향을 받는 정당이 아니다"며 "마치 국민의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은 더이상 용납 않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민과 청년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 역시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와 당은 아무 관계가 없다. 다른 당의 대표인데 전 목사 발언이 국민의힘에 자꾸 연결돼 있다. 우리가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친윤계 핵심인사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도 '(전 목사와 관련해)당에서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외 인사들도 비판적인 입장에 가세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적 전수조사를 통한 전 목사 세력 축출 등에 동의하며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라고 강수를 뒀다. 홍 시장은 "그런 사람하고 절연하라 그러니까 지금 (지도부가)절연한다는 말을 못하지 않나"라며 "그 말을 하게 되면 어떤 욕설이 돌아올까 겁이 나니까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제명을 요구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김 대표와 설전을 벌이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극우 세력 손절에 앞장서고 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전 목사가 하는 얘기가 우스워지도록 (당에서) 명확하게 선을 긋고 거기와 다른 방향으로 중도 확장을 나가면 된다"며 "국민의힘에서 전 목사를 가지고 과한 갑론을박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을 위해서 안 좋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 목사를 비롯한 '극우와의 단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내 강경파 당원이 크게 반발할 수 있고 이들이 반발하면 고정 지지층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극우와) 선을 긋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그렇지만 총선은 고정 지지층만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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